사회



정부 "손실보상, 소급 어렵다"…여야 "곳간 주인이 기재부냐" 질타

국회, 손실보상법 입법청문회 개최…소급적용 쟁점
정부 "재난지원금 중복지원 문제…형평성 문제도"
野 "정부·여당 엇박자에 소상공인들만 희망고문"
與서도 비판…"곳간 많아도 국민 죽으면 무의미"

 

[파이낸셜데일리 김정호 기자]  "정부가 자랑하는 그 모범적인 K-방역은 저희에게는 고통입니다. 왜 자영업자들만이 사지로 내몰려야 합니까."

25일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 19 손실보상법 입법청문회장에는 소상공인들의 울분이 가득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이날 오후 연 입법청문회에는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피해를 입은 식당 사장, 스터디 카페 대표, 코인노래연습장 사장 등이 자리해 분통을 터뜨렸다.

경기 부천에서 스터디카페를 운영 중인 곽아름씨는 정부의 거리두기에 대해 "선량한 다수를 희생시키는 단체기합 방식"이라며 "거리두기가 반복되는 동안 보상이 없다는 메시지도 반복돼왔다. 국가에 대한 신뢰에 균열이 생겼다"고 말했다.

서울 광진구에서 코인노래연습장을 운영하는 노용규 씨도 "정부의 방역지침을 준수하고 환기시스템을 구비해 집단감염 사례가 한동안 없었음에도 집합제한 처분을 받고 있다"며 "코로나19 전에는 1억4000만원의 매출로 5800만원의 이익을 냈는데 코로나19 이후에는 3300만원 매출, 마이너스 1900만원의 손익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명동상인회 총무로 서울 중구 명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유미화 씨 역시 "저희 가게는 2020년 매출이 53% 감소했고 부가세 납부액 역시 50% 이상 감소했다"며 "회원들 중 6억원 정도 손실을 보고, 억장이 무너져 말문이 막혀 실어증에 걸린 사람도 있다. 심장병이 들어도 병원에 갈 수 없는 사람도 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여행업계를 대표해 나온 이장한 씨는 "2020년 여행업 피해액 규모는 여행업 전체 매출 기준 2019년 대비 86%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며 "손실보상법에 여행업도 포함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참고인으로 출석한 법률가들 역시 손실보상 입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권오현 변호사는 "정부의 손실보상 소급입법은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며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2020년 2월경부터 정부 대응에 따라 반사적으로 피해를 입게 된 소상공인의 영업상 손실에 대해 보상입법을 소급해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남주 변호사도 "헌법재판소가 판시한 내용에 따르면 공익 목적으로 이미 형성된 재산권을 전면적 또는 부분적 박탈하거나 제한하면 공공이 손실보상을 해야 한다"며 "코로나 위기 때문에 집합제한 조치를 하고 있으니 당연히 충족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도 소급입법이 불가하다는 정부의 입장은 강경했다. 이날 출석한 기획재정부,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들은 모두 중복 지원과 형평성 문제 등을 들어 소급적용이 어렵다고 밝혔다.

최상대 기재부 예산실장은 "소상공인 분들에게 현금지원 3차례 14조원을 포함해 금융지원까지 합쳐 45조원의 대책을 추진했다. 소급적용 되면 중복지원 문제가 있다"며 "가장 중요한 건 형평성이다. 소상공인과 비소상공인 간 형평성 문제가가 있고, 여행업 등을 포함한 일반업종에 계신 분들과도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조주현 중기부 소상공인정책실장은 "손실보상 제도를 운영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다"며 "보상액과 기지원금과의 관계를 산정하고, 100만개 업체들의 (피해를) 일일이 다 산정하는 게 엄청난 부담"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여야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정부를 질타했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자꾸 (지원이) 중복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중복이라고 하느냐. 기본적으로 재난지원금과 손실보상이 중복이 아니다"라며 "보상과 지원은 틀리다"고 반박했다.

같은 당 이주환 의원도 "헌법에 명시돼 있으면 보상하면 되는 것"이라며 "과거에 일어난 피해를 보상해주는 게 정상적인 일이다. 미래에 일어날 것을 보상하느냐. 소급이라는 말 자체가 필요없다"고 했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 역시 "여당에서 소급적용을 이야기하는데 정부 측에서 꿈쩍하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 임기 말이라고 힘겨루기를 하는 건지, 레임덕인지 묻고 싶다"며 "정부와 여당이 엇박자를 내는 사이 소상공인들만 희망고문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당에서도 쓴 소리가 나왔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을 10%포인트만 올리면 200조원 여유자금이 생긴다"며 "곳간에 돈이 많이 쌓여 있는데 그 돈은 국민이 낸 세금이다. 가정에서도 적금을 붓고 돈을 모으다 힘든 일이 생기면 적금을 깨서 당장 막을 것을 막는다. 돈을 왜 모으겠느냐"고 따져물었다.

양이 의원은 "당장 나라의 곳간이 많아도 국민이 죽어나가면 의미가 없다"며 "곳간의 주인이 기재부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 신정훈 의원도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국가의 도움을 받고, 자신의 생업과 생계를 회복할 수 있는 건 법을 따지지 않더라도 국가의 의무"라며 "국가가 자신의 책임데 대한 문제를 굉장히 소극적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제출한 추정손실액 자료와 관련한 질타도 쏟아졌다. 이날 중기부는 집합금지와 영업제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지난해 8월부터 지난 2월까지 손실액을 추정한 결과 68만개 업체에 대해 3조3000억원의 손실이 있었다는 추정액을 내놨다. 여기에 정부와 지자체 등이 지원한 금액을 합하면 이보다 큰 6조원을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동주 민주당 의원은 "추정 손실액 관련한 시각차가 너무나 크고,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이동주 의원 역시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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