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75년 투명인간…농산물 절도범 호적 찾아준 충주경찰

 

[파이낸셜데일리 김정호 기자]  충북 충주경찰서가 주민등록 없이 75년을 살아온 한 할머니의 호적을 찾아줘 훈훈한 미담이 되고 있다.

9일 충주경찰서에 따르면 최근 충주 농촌에서 발생한 30여건의 농산물 절도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강도 높은 CCTV분석을 통해 A(75) 할머니를 용의자로 특정한 뒤 체포해 조사했다.

그러나 A할머니는 등록 지문이 없는 무적자였다. 12살 때 부모를 잃은 그는 3살 위 언니가 돈을 벌어 온다며 떠난 뒤 줄곧 혼자 살았다.

식모살이와 식당 허드렛일을 하며 20~50대를 보냈다. 60대 들어 충주시 주덕읍 한 여인숙에 자리 잡은 A할머니는 산나물을 채취해 장터에 내다 팔며 모진 삶을 이어갔다.

여인숙 월세 15만원을 지불할 길이 막막했던 그는 절도인 줄 알면서도 들녘의 농산물에 손을 댔고, 잘못된 판단은 경찰서 문턱을 넘게 만들었다.

A할머니를 체포한 경찰은 애초 주거부정을 이유로 구속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이는 호적조차 없는 A할머니의 재범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처방이 아니라고 판단한 박창호 서장은 불구속 송치를 지시한 뒤 A할머니 호적 찾기 지원에 나섰다. 

A할머니와의 연락을 위해 휴대전화부터 개통해 준 경찰은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호적 창설 절차를 진행 중이다. 가족관계등록부 결정만 나오면 그는 평생 없던 호적을 갖게 된다.

관할 동사무소에 긴급복지서비스를 신청해 정기적으로 쌀과 마스크를 받도록 해주기도 했다. 호적이 나오면 기초생활보장수급비와 함께 안정적인 주거도 제공받을 수 있다.

A할머니는 "이 세상에 없는 사람으로 살았는데, 이제 아프면 병원도 갈 수 있게 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고 경찰은 전했다.

박 서장은 "생계를 위해 범죄를 저질렀지만, 흔적도 없이 살다가 떠나게 될 A할머니가 안타까웠다"면서 "앞으로는 당당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행복하게 살면서 생이별한 언니와도 재회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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