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세도 분할상환?…무주택자 내 집 마련 기회 멀어지나

금융위 분할상환 유도, 의무 아니라지만 확산 낌새
원리금 상환부담 가중…무주택자 가처분소득 줄어
집값 잡으려면 전세대출제도 손질 필수불가결

 

[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기자]   정부가 전세대출도 원금을 함께 갚아나가는 방식을 유도하고 있다. 분할상환이 전면 확대되면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고 가처분소득이 줄어드는 등 서민들의 주거비용을 상승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단기적으로는 대출규제가 집값을 잡는 빠른 방법이긴 하지만, 신규 주택 공급이 늦어지면 이마저도 정책 효과가 오래갈 수 없다는 지적이다.

10일 금융 및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의 일환으로 전세대출 분할상환을 유도하기로 했다. 원금까지 나눠 상환하는 차주에 대출 한도를 늘려주거나 금리를 내리는 등의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이를 의무화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지만, KB국민은행은 지난달 말부터 일부 신규 전세대출에 대해 원금의 5%를 분할 상환하는 혼합상환 방식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타 은행으로도 확대될 여지가 있다.

전세대출은 대체로 이자만 내고 전세 만기가 돌아오는 때 원금을 한꺼번에 갚는 방식이다. 분할상환을 하면 매달 갚아야 할 원리금이 크게 늘어난다. 만약 KB 방식대로라면 2억원의 전세대출을 갚는 경우 원금의 5%인 1000만원을 24개월 동안 다달이 약 41만6000원씩 더 갚아야 해 상환 부담이 커진다.

매매의 경우 지금과 같은 주택가격 상승기에는 오른 만큼의 가격 혜택을 보는데다, 주택담보대출은 상환기간이 최대 40년에 달한다. 반면 전세대출은 통상 2년 주기이고, 만기 때 집주인에게 맡긴 돈을 그대로 찾아와 상환하면 되는데 원금을 함께 갚을 필요가 있냐는 금융소비자들의 불만이 팽배하다.

전세대출 원리금을 함께 갚느라 가처분소득이 줄어든다면 굳이 목돈을 빌려 전세를 고집할 이유가 없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반전세' 증가 등 월세의 가속화, 이로 인한 주거비의 상승이 내 집 마련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높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전세자금 분할상환은 가계대출의 안정화 및 부실대출 방지 측면에서는 큰 도움이 되겠지만 수요자 부담이 상당히 가중된다"며 "정부의 통제금융에서 벗어나 은행이 수요자의 재산·수입·담보·변제능력을 검토하는 자율금융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그 동안의 전세가 및 매매가 폭등에는 전세자금 대출도 한 몫 했기에 집값을 잡으려면 전세대출을 손 볼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금융권이 세입자에게 쉬운 조건으로 대출을 해주면 이 돈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고, 세입자의 보증금이 갭투자에 활용되면서 집값을 밀어 올리는 사이클이 존재하고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조만간 15억원이 넘는 초고가 전세대출도 막을 예정이다. 15억원을 웃도는 주택은 대출이 안 나오는 만큼 강남권 등에서는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거래가 많았다. 일련의 전세대출 규제는 세입자에 대한 대출을 까다롭게 만들어 집주인 투자에 제동을 거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서 교수는 "부동산은 타인의 자본을 빌려 매수하는 게 일반적이라 가격안정대책 중 대출을 규제하는 수요억제정책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분석이 있다"면서도 "다만 수요·공급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전반적인 시장 안정을 가져오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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