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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SKT 침해 사고에 '위약금 면제' 결정…통신업계 "전례되나" 우려

과기정통부, SKT 사고 조사 결과 회사 측 귀책사유 인정 판단
위약금 면제, 기존엔 통신 단절 등 '품질' 문제 발생 시만 인정
"SKT 위약금 면제, 귀책사유 해석 범위 넓히는 사례 될 가능성"

 

[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정부가 SK텔레콤 사이버 침해 사고를 두고 번호 이동 고객에 대한 위약금을 면제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 침해사고에서 SK텔레콤의 과실이 발견된 만큼 약관상 귀책사유에 해당된다는 이유다.

정부는 이같은 결과가 모든 사이버 침해사고가 아닌 이번 SK텔레콤 사태에만 적용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실질적인 피해가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침해 사실 자체만으로 위약금 면제 결정이 나오면서 통신업계의 근심이 커지는 양상이다. 이번 위약금 면제 결정이 향후 '전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정부 "SKT 사이버 침해 사고, 위약금 면제에 해당하는 회사 측 귀책사유 해당"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4일 브리핑을 통해 이번 SK텔레콤 침해 사고가 SK텔레콤 이용약관 제43조 '위약금 면제' 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SK텔레콤 이용약관 제43조는 회사의 귀책 사유로 인해 (가입을) 해지할 경우 위약금 납부 의무가 면제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위약금 면제 규정 적용 여부 검토를 위해 법률 자문을 진행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대부분 법률 자문기관(4개 기관)에서는 이번 침해사고를 SK텔레콤의 과실로 판단했고 유심정보 유출은 안전한 통신서비스 제공이라는 계약의 주요 의무 위반이므로, 위약금 면제 규정 적용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곳의 법률자문기관만 현재 자료로 판단이 어렵다고 판단을 유보했다.

 

이같은 법률자문 결과와 함께 과기정통부는 이번 침해 사고에서 SK텔레콤 과실 여부, 통신서비스 제공 고정에서의 주된 의무 위반 여부를 중점 판단했다.

조사 결과 SK텔레콤은 계정정보 관리 부실, 과거 침해사고 대응 미흡, 중요 정보 암호화 조치 미흡 등 문제점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정보통신망법 위반 사실도 확인됐다. 이에 SK텔레콤은 이번 침해사고에서 SK텔레콤의 과실이 있고, 이용약관 제43조상 위약금을 면제해야 하는 회사의 귀책사유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품질' 문제 아님에도 이례적 위약금 면제 결정…정부 "이번 SKT 사례에만 한정" 선 그어

 

이같은 정부 결정을 두고 통신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통상적으로 통신사 이용약관에서 위약금 면제에 해당하는 귀책사유는 '품질' 문제에 국한돼왔다. 가령 통신사 측의 관리 문제 등으로 인해 전화·문자·인터넷 등 통신서비스가 일정 시간 이상 중단되거나, 커버리지 문제로 인해 특정 지역에서 통신서비스를 이용 불가능했을 경우 회사의 귀책사유가 인정되는 식이다.

하지만 이번 SK텔레콤 사례에서는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되긴 했으나 통신 이용이 중단되는 등의 실질 피해가 없었고, 정보 유출로 인한 금전적 피해 등도 명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과기정통부도 이날 브리핑에서 정보 유출 이후 유심 복제 등 추가 피해 가능성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회사 측의 귀책사유가 있다고 인정한 셈이다.

 

다만 이번 결정이 기존의 위약금 면제 귀책사유와는 성격이 다른 만큼 과기정통부도 "이러한 판단(위약금 면제 인정)은 SK텔레콤 약관과 이번 침해사고에 한정되며, 모든 사이버 침해사고가 약관상 위약금 면제에 해당한다는 일반적인 해석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결정이 통신업계에 미칠 파장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브리핑을 맡은 류제명 과기정통부 제2차관 또한 "이번 사례는 계약당사자 간 신뢰가 계약을 파기할 정도로 훼손됐느냐 등에 대한 판단들이어서 상당히 개별적 성격이 강한 것 같다"며 "회사의 귀책사유로 인해 해지하는 경우를 구체화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판단에 있어 모호한 측면이 계속 있을 것 같기에 이번 침해사고와 위약금 면제를 일반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저희의 판단"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의 'SKT 사태 한정' 못박기에도 통신업계 불안…"귀책사유 해석 범위 넓어질수도"

 

이같은 정부의 공언에도 통신업계의 불안감은 풀리지 않는 모양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번 결정이 일종의 전례가 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걱정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이용약관을 보면 위약금 면제가 인정되는 '귀책사유'란 부분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 있다. 기존에는 주로 품질 문제에만 한정돼왔던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이번 사태에만 위약금 면제 결정이 한정적으로 적용된다고 못을 박긴 했지만 향후 사이버 침해 사고 등에서 귀책사유의 해석 범위가 더 넓어질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이번 SK텔레콤 위약금 면제 결정이 논쟁의 여지가 여전히 남아있는 만큼 향후 통신업계 전반에 적용될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도 있다.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이번 SK텔레콤 사태 관련 국회 TF에서도 위약금 면제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던 것으로 안다. 위약금 관련 사항은 통신의 단절 등 문제가 있을 때 책임을 묻는 것이지 이번 사고에 대한 건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조사 과정에서 논쟁의 여지가 있던 만큼 정부도 위약금 면제가 이번 사태에만 한정된다는 단서조항을 붙인 것으로 생각된다. 신중하게 발표를 한 것"며 "이번에는 정부가 비교적 강하게 대책을 내놨지만, 업계 전반으로 확대될지 여부는 더 논의하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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