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첼로 정명화·판소리 안숙선 "장르 달라도 음악은 역시 통하네요"

"둥둥둥 내 낭군, 오호 둥둥 내 낭군~♬" 융숭 깊은 판소리가 어깨를 들썩일 정도로 흥을 돋우자, 첼로의 묵직한 저음이 파고들면서 먹먹함을 절로 선사했다. 
 
13일 오전 종로구 창경궁로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예술영재교육원에서 만으로 따져 나이 합이 151세인 두 거장이 빚어내는 절절한 화음이 울려퍼졌다.
 
첼로 거장 정명화(73)와 판소리 명창(68)이 협연한 '춘향가' 리허설 현장. 지난해 8월 강원 평창군 방림면 계촌초등학교에서 처음 선보인 이래 지난 2월 '2017 평창겨울음악제' 등 몇 차례 협연한 곡이지만 들을 때마다 감흥의 밀도가 빽빽해졌다.

두 사람은 올해 여름에도 이 곡으로 호흡을 맞춘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이 주최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가 주관하는 '예술세상 마을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오는 16일부터 18일까지 지리산 전북 남원 비전마을과 전촌마을에서 동편제마을 국악 거리축제, 8월 18일부터 20일까지 강원 평창 계촌마을에서 클래식 거리축제가 펼쳐진다. 두 사람은 이 축제를 통해 예술꿈나무 교육에도 나선다.

정명화와 안숙선, 두 거장의 호흡은 클래식과 국악의 색다른 만남으로 매번 화제가 됐지만 두 사람은 "음악은 통하는 것"이라며 여유 있게 웃을 뿐이다.

 "저도 그렇고 안 선생님도 그렇고 아무래도 오랫동안 연주를 해서 그런지 서로 통하는 것이 빨라요. 딱 (악보의) 한 줄만 연주해도 딱 느낌이 오더라고요. 호호."

이날 리허설이 끝나고 만난 정명화는 "안 선생님과는 호흡이 잘 맞아요. 제가 오랫동안 첼로를 했지만 (판소리와) 소리를 표현한다는 것은 똑같거든요. 방법만 다를 뿐이지 감정을 표현하고 자연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같죠"라고 말했다.

안숙선 역시 "클래식과 판소리는 음악적인 주조가 다른데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역시 음악은 만나게 돼 있구나라는 걸 느낀다"며 "함께 밀고 당기고 쳐내고 뛰어오르면서 차이가 없다는 걸 느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소리를 뽑아내는 걸 들으면서 컸다는 정명화는 지난 1996년 동생인 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과 함께 발표한 음반 '한(恨), 꿈, 그리움'에서 이미 국악을 다뤘다. 작곡가 이영조 작품인 '첼로와 장구를 위한 도드리' 등을 연주한 바 있다. 그런 그녀는 "판소리 표현이 첼로하고 잘 맞는다"며 "첼로 연주는 사실을 말을 하듯 한다"고 귀띔했다.

정명화는 그러면서 클래식과 국악의 만남이 단순히 이벤트성으로 비치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장르를 넘어서 함께 한다는 것에 대해 대중화로 볼 수 있는데 깊이 없이 쓱 들을 수 있는 얕은 해석이 아니에요. 쉽게 보여도 곱씹고 곱씹으면 그 깊이를 알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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