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행복해지기 위해 살아간다. 그러나 물질적 풍요가 반드시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많은 젊은이들이 대한민국은 ‘헬조선’이라 부르짖는다. 이제 우리는 가치관을 바꿔야 할 때가 왔다."
소설가 이외수(70)씨가 지난 28일 서울 한남동 북파크 카오스홀에서 열린 '제 12회 인터파크도서 북잼콘서트'에서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에게 이 같이 말했다. 인터파크도서에 따르면 이날 사전 신청을 통해 초청된 300여 명의 독자들이 참석했다.
최근 이씨는 8번째 장편소설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를 발표하며 12년 만에 컴백을 알렸다. 지난 3월부터 카카오페이지 채널을 통해 연재된 소설로, 문학분야에서 최단기간 40만 독자를 모으며 큰 화제가 된 작품이다.
인터파크도서가 주최한 이번 강연에서 이 책의 핵심은 무엇인지 고찰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개그맨 김영철(43)씨가 강연 진행을 맡았으며, 한충은·포레스트의 특별 공연, 김영철과의 대담, 현장토크, 작가 사인회 등이 약 2시간 30분여간 이어졌다.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는 식물과 교감하는 '채널링'이란 능력을 갖춘 주인공이 식물들의 도음으로 사회의 정의를 구현한다는 내용이다.
소통의 대상을 식물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 이씨는 "식물은 이상주의적인 생명체"라고 말문을 열었다.
"식물은 동물처럼 먹고 살기 위해 고군분투 하지 않는다. 같은 자리에서 잎을 내고, 잘 자랄 수 있도록 가지를 뻗으며 토양을 기름지게 만든다. 하지만 인간은 먹고 살기 위해 매일 출퇴근 해야하고 피눈물을 흘리며 산다. 또 식물은 다른 종의 생존을 도와준다. '식물이 소통을 하게 되면 어떤 점을 배울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서 소설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글을 잘 쓰는 방법 중 하나는 만물과 대화를 해보는 것"이라며 "식물에게 말을 걸어보거나, 허수아비한테 관절을 만들어주면 어떤 동작을 보여줄까 등 생명을 불어넣어보자. 끊임없이 자문자답을 하다 보면 어느 날 식물이나 사물이 말하는 소리가 들릴 것"이라고 덧붙엿다.
이번 소설은 '웹소설'이라는 형태로 시작된 것이 특징이다. 이에 대해 "책을 읽지 않는 시대가 왔다. 스포츠, 게임, 드라마 등 수많은 매체가 독자들의 시선을 빼앗고 있다"며 "이제 '폰교'라고 휴대폰이 종교적인 존재가 됐다. 모바일로 책을 읽게 하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마치 혁명하는 기분으로 내 자신을 변화시켰다"고 생각을 전했다.
특히 이 소설은 부패한 사회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작품이다. 이외수가 생각하는 정의로운 세상은 무엇이며, 악취 풍기는 세상을 바로 잡아야 할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이씨는 "정의로운 세상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야 하는 것. 약육강식이 정당하게 받아들여져서는 안된다"며 "이는 정글의 동물들에게나 통용되는 말이다. 약자가 쓰러져 있으면 손을 내밀어 일으켜 세우고, 비록 멀지만 목적지까지 함께 갈수 있어야 '만물의 영장'다운 인간이라 할 수 있겠다"고 강조했다.
"인간은 유일하게 문자를 갖고 있고, 책을 읽을 수 있다. 이는 인간이 사랑을 널리 전파하라는 말이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것은 세상을 장악할 가공할 무기를 갖고 있다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 만물을 사랑할 수 있는 가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책을 통한 어울림을 의미하는 '북잼(BOOK JAM)'은 저자와 독자의 소통을 돕고자 인터파크도서가 기획한 스페셜 문화공연이다. 콘서트·토크·플레이 등 다양한 형식으로 독자를 만나고 있으며, 다음 제13회 북잼콘서트는 7월 중 개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