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최저임금 논의 시작 전부터…한국노총-민주노총 위원수 놓고 '샅바싸움'

각종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위원수 배분 변화 예고
최저임금 위원 조정 앞둔 노동계 미묘한 기류도

 

[파이낸셜데일리 김정호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논의가 시작되기 전부터 노사 이견이 감지되면서 올해 심의 과정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역대 최저 수준의 인상률이 결정된 만큼 노동계로선 연대 정신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제1노총 지위가 바뀐데 따른 최저임금위원회 내 노동계 위원 몫도 변화가 예고된 만큼 이를 마주하는 노동계의 속내는 복잡하다.

10일 노동계와 경영계 안팎에 따르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결정을 둘러싸고 노사간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신호탄은 경영계가 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 8일 지난해 최저임금 미만율 분석 결과 및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의 요지는 급격한 최저임금 증가로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늘었다는 데 있다.

경총에 따르면 지난해 법정 최저임금 기준인 시급 8590원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 수는 319만명이다. 최저임금 미만율은 15.9%로 역대 2번째 수준이다. 경총은 최근 3년 간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률(누적)은 32.8%로 주요국(G7)보다 약 1.4~8.2배 높다고 주장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29개국 중 6번째다.

 

통계 발표 후 노동계의 반발이 잇따랐다. 민주노총은 즉각 논평을 내고 "경총이 근거로 삼은 최저임금 미달자 319만명은 월급제 등 다른 임금 지급 형태의 노동자를 포함한 통계"라며 "시급제 외 임금 지급 협태는 임금 구성이 복잡해 최저임금 준수 여부를 알기 어렵고 이를 시급으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통계상 허수 등 오류가 생긴다. 이를 갖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미달율이 높아진다는 분석은 통계상 오류를 이용한 여론 호도"라고 일갈했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사간 공방은 다가올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심의를 염두에 둔 본격 갈등을 암시한다.

현 정부가 공약으로 앞세 운 최저임금 1만원 달성 기조 하 2018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16.4%를 기록했다. 이후 2019년도 인상률은 10.9%를 비롯해 2020년 2.9%를 기록한 뒤 2021년 1.5%로 낮아졌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은 최저임금 제도를 도입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지난해 7월 최저임금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노사는 치열한 기싸움을 벌인 바 있다. 당시 1.5% 인상안은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안이었는데, 민주노총뿐만 아니라 한국노총 도 표결 자체에 불참했다.

올해 역시 경영계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의 불확실성을 앞세워 최저임금 인상률이 낮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노동계는 그간의 상황을 역전시킬 임금인상률을 원하고 있다.

노동계로선 경영계와의 기싸움 외 내부적인 입장 정리도 긴요한 상황이다. 뒤바뀐 제1노총 지위로 인해 최저임금을 비롯한 각종 사회적대화 기구에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몫 위원수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 위원 27명 중 양대노총은 근로자 위원 9명을 추천하고 있는데, 그간 제1노총 지위를 가진 한국노총이 관행적으로 5명, 민주노총이 4명을 추천해왔다. 그러나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9년 전국 노조 조직 현황'에 따라 민주노총이 한국노총을 조합원 수에서 앞지르며 위원수도 뒤바뀔 상황에 직면한 상태다.

표면적으론 노동계는 연대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26일 열린 양대노총 지도부 간담회에서 윤택근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최저임금 결정 과정은 그동안 공익위원에게 노동자들이 끌려가는 모양새였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양 노총이 새로운 접근방식을 논의하고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양대노총의 입장은 미묘하게 다르다. 민주노총은 지위 변화에 따라 기본적으로 위원수 정수 조정은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이를 고용부가 정리해줄 문제로 보고있다. 반면 한국노총은 공식적으로 고용부 노조 조직률 통계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위원수 조정을 두고 노동계 내부에서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최근 양대노총에게 위원수 추천 관련 공문을 보낸 고용부는 중재에 나서는 것은 부담스러운 기색이다. 노동계가 자체 논의를 통해 결정을 내려주길 바라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양대노총에 잘 협의해 추천해달라고 실무적으로 얘기했지만 조정이 안되면 (정부가)어떻게든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노동계의 추천수가 위촉 대상 위원수를 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바라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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