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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발행시 금융위 심사?…규제 논의 시동걸리나

 

[파이낸셜데일리 송지수 기자]  암호화폐 관련 법안이 잇따라 발의, 가상자산 제도화를 향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지 주목된다.

12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일 암호화폐 관련 법안을 첫 발의한 데 이어, 강민국 국민의 힘 의원도 조만간 관련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이용우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가상자산업법안'은 가상자산업의 정의규정을 마련하고, 가상자산사업자의 신고 등에 대한 규정을 신설하고 있다. 또 가상자산사업자의 이용자 보호를 위한 의무와 금지행위 등을 규정, 가상자산이용자를 두텁게 보호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최근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 시세가 급등하며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과 거래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이에 미국이나 일본 등은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등 가상자산업과 가상자산이용자에 대한 규제와 보호에 나서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법과 제도의 정비가 미흡한 실정이다.

더구나 최근 가상자산을 매매하던 이용자들이 해킹사고를 당하고 다단계판매 등으로 인한 투자사기행위가 급증하고 있지만, 현행법상 규정이 미비해 이용자 보호를 위한 법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가상자산을 '경제적 가치를 지닌 무형의 자산으로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그에 관한 일체의 권리를 포함한다)'로 정의했다.

특히 가상자산사업자 중 가상자산거래업자가 되려면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도록 했다. 무인가 영업행위를 금지하고, 미등록 영업행위와 명의대여를 금지하는 내용도 담겼다. 가상자산예치금을 고유재산과 구분해 별도 예치하거나, 가상자산이용자를 위한 보험계약 또는 피해보상계약을 맺도록 의무화했다. 가상자산사업자에 이해상충의 관리의무, 설명의무를 부여하고 방문판매·전화권유판매·다단계판매·후원방문판매 또는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가상자산을 매매·중개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도 있다.

이에 맞서 국민의 힘도 암호화폐와 관련한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강민국 의원은 이르면 이번주 중 '전자금융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개정안은 이 의원이 발의한 법안과 마찬가지로 가상자산을 '전자적 방법으로 저장돼 발행된 증표'로 정의했다. 또 가상자산을 발행할 때 금융위의 심사·승인을 받도록 하고, 금융위 산하에 '가상자산발행심사위원회'를 만들어 사전심사를 하는 방안도 담겼다. 가상자산거래업자의 재무제표에 대한 외부감사를 의무화하고, 가상자산 예치금을 별도로 예치하도록 했다.

강민국 의원실 관계자는 "개정안은 암호화폐를 발행할 때 금융위의 심사·승인을 받도록 하고, 별도의 기구를 통해 사전심사를 하는 등 투자자 보호에 방점을 뒀다"며 "암호화폐 시장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고 이용자들이 각종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어 가상자산 제도화에 대한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신중하게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야 의원들이 잇따라 관련 법안을 내놓고 있는 만큼, 국회에서 암호화폐 규제 관련 입법화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야당 관계자는 "현재 여당이 관련 법안 논의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고, 다른 의원들도 현재 암호화폐 관련 법안들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법안들이 발의되면 국회에서도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해외 주요국들도 암호화폐를 제도화하면서 이용자들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는 추세다.

미국은 가상자산을 증권 또는 상품 등의 관점에서 각기 다른 규율을 적용하고 있다. 가상자산이 증권의 정의를 충족할 경우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증권 감독 규율을 적용하고, 교환의 매체로 기능할 땐 '은행비밀보호법'을 통해 법정화폐와 유사한 규제대상으로 취급한다.

일본은 지난 2019년 '금융상품거래법'과 '자금결제'의 개정을 통해 암호자산을 금융상품의 범위에 포함시켰다. 암호자산교환업자 및 관리업자에게 이용자 보호의무도 부과했다. 독일은 은행법에서 암호화폐가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한다고 규정했고, 연방금융감독청의 지침을 통해 암호화폐 수탁업을 새로운 금융서비스로 규제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법안 수준이 기존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개정안을 재탕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품는 목소리도 있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발의된 법안을 보니 이미 특금법 개정안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과 상당 부분이 중복된다"며 "또 산업진흥과 투자자 보호가 병행되지 않고 주로 투자자 보호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도 아쉽다"고 평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내놓은 '가상자산 관련 투기 억제 및 범죄 피해자 보호 방안' 보고서를 통해 "가상자산 규제를 입법화 할 경우 새로운 단일법을 통해 별도로 규제하는 방안과 기존의 법률 개정을 통해 규제하는 방안이 있다"며 "어떠한 방법으로 규제를 입법화하든 현행 법률과의 충돌이 없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며, 무분별한 투기를 막고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입법목적이 충실히 담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상자산과 관련된 불공정거래 등을 규제하기 위한 방안은 제20대 국회에서 제시된 바 있으며,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공백을 보완하기 위한 장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며 "시세조종행위 금지,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 금지, 중요사항에 관한 거짓 기재 등 부정거래행위 금지, 시장질서 교란행위 금지 등에 대해서는 현행 자본시장법 상의 입법례를 참고해 가상자산 시장에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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