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화제



공군 군사경찰 또 사고 쳤다…반복되는 부실·은폐 빈축

성추행 피해 여군 중사 사건 때 늑장 수사
최영 전 부회장 아들 사건 때도 은폐 의혹
사단장 지휘하는 군사경찰 수사에 의문

 

[파이낸셜데일리 서현정 기자]  성추행 피해 여군 부사관 사망 사건 후 초동수사를 했던 공군 군사경찰이 부실수사를 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최영 전 나이스그룹 부회장 아들 '황제 복무' 사건 때 뇌물 혐의를 제대로 파헤치지 못한 공군 군사경찰이 이번에도 제 역학을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공군 군사경찰은 4일 국방부 검찰단에 의해 압수수색을 당했다. 국방부 검찰단은 이날 오전 공군본부 군사경찰단, 공군 제15전투비행단 군사경찰대대를 압수수색했다.

국방부 검찰단이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하지 않고 압수수색을 한 점은 의미심장하다. 이는 공군 군사경찰의 부실수사 여부가 이미 수사 범위에 포함됐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군 군사경찰의 부실 수사와 제 식구 감싸기식 봐주기 수사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성추행 당시 장면이 담긴 차량 블랙박스 영상까지 확보했음에도 공군 군사경찰은 수사에 속도를 내지 않았다. 이들은 핵심 증거가 될 수 있는 가해자 장모 중사의 휴대전화를 신속히 압수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공군 군사경찰이 이번 사건을 가해자의 편에서 바라보며 은폐하고 파장을 축소하는 데 급급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같은 행태는 지난해 최영 전 나이스그룹 부회장 아들 '황제 복무' 수사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당시 공군 군사경찰은 최 전 부회장에게 죄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지만 이는 공군 검찰에 의해 뒤집혔다.

지난 6월 최 전 부회장 아들 최 병장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이 제기된 후 공군 군사경찰은 빨래·물 배달, 1인 생활관, 샤워실 보수, 특정부대 배속 등 특혜 의혹을 부인하며 뇌물 혐의에 대해 불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공군 검찰이 추가 수사한 결과 실제로 특혜를 부탁하는 뇌물성 식사 대접이 있었음이 확인됐다. 최 병장 소속 부대의 부서장(A소령)이 서울 강남 호텔 레스토랑 등지에서 최 부회장으로부터 수십만원대 식사를 대접받았다. 공군 군사경찰은 이를 놓친 것이다.

 

 

공군 군사경찰의 이 같은 실책은 군사경찰 제도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한계에서 비롯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간 군 안팎에서는 군사경찰 제도와 임무수행 형태 곳곳에 하자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군사경찰 수사를 위한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상위 법률 규정이 미흡하다. 수사를 위한 상위 지침과 기준이 되는 법률이 허술하다보니 일선 수사관들은 통일된 수사 실무지침이 없다고 호소한다.

지침이 없으니 각 부대 군사경찰 수사관은 군사법원법 등 법률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하기 일쑤다. 그러다보니 외부의 강압이나 피의자와의 관계, 수사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수사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피해자에 대한 강압적인 태도 역시 문제다. 과거처럼 물리적인 폭력을 가하는 수사방식은 없어졌지만 피해자에 대한 언어폭력이나 피해자 인권을 무시하는 수사방식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간 경찰 등 사법기관들은 민주화 과정에서 불법적이고 강압적인 면모를 일신했지만 군 수사기관은 잘못된 수사관행을 개혁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군사경찰을 수사기관이 아닌 내부 감찰기관으로 인식하는 점도 문제점 중 하나다. 여전히 군사경찰은 사단장 지휘를 받고 있다. 사단장 등이 군사경찰 인원에 대한 인사권을 쥐고 있다. 그런 사단장이 특정 사건을 덮기로 하면 군사경찰 수사는 답이 정해진 채 구색만 갖추는 격이 된다.

현장에서는 장교나 부사관이 아닌 일반 병사가 수사를 전담하는 경우까지 있다. 간부 수사관 묵인하에 병사가 수사하다보니 전문성이 결여되고 인권이 침해되는 사례가 있다.

전문가들은 군사경찰 제도 개선방안으로 ▲군 수사의 개시 요건과 수사관 권한의 명확한 기술 ▲피의자와 관련자 조사에 따른 절차와 조사규정의 명확화 ▲체포와 구속을 위한 법적 근거와 인권·생명윤리에 따른 행동근거의 명확화 ▲현장조사 방법과 과학수사를 위한 지침 마련 ▲외부 전문가 참여에 대한 규정 신설 ▲군 수사관에 대한 외압 막을 권한 명문화 등을 제시한다.

이상협(건양대)씨는 '군사경찰 수사제도 문화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관한 사례 연구' 논문에서 "각 군의 수사권을 회수해 국방부 산하에 전군에 대한 수사가 가능한 별도 조직을 신설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신설 조직은 국방장관이나 차관 직속기관이어야 한다. 일선 지휘관의 압력으로부터 군사경찰을 독립시켜줄 필요가 있다. 군 수사관 인사권도 국방부로 일원화해 수사관의 독립적 지위를 보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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