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논의 본격화…첫걸음 뗀 한국

한은, 다음 달부터 CBDC 모의실험 돌입
두 단계로 나눠 진행…1단계 연내 완료
중국은 내년 CBDC 상용화 목표로 준비
선진국들, 몇 해 전부터 CBDC도입 논의
한은 "CBDC 도입, 아무리 빨라도 2~3년"

 

[파이낸셜데일리 송지수 기자]  한국은행이 카카오 블록체인 계열사인 그라운드X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모의실험 연구 파트너로 결정하며 CBDC 사업의 첫 단계로 나아갔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카카오 블록체인 계열사인 그라운드X가 한국은행의 CBDC 모의실험 연구 파트너로 선정됐다. 이번 계약은 한은이 세계적 금융 트렌드인 CBDC와 관련해서 발주한 첫 시범 프로젝트라는 상징성이 있다.

한은은 다음 달부터 CBDC 모의실험에 나선다. 효율적인 진행을 위해 CBDC 모의실험은 1단계와 2단계로 나뉘며 올 연말 내로 1단계 테스트를 마칠 예정이다. 이후 2단계는 내년 6월까지 총 10개월간 진행한다.

올해 진행되는 1단계 사업에서는 모의실험 수행 환경을 조성하고 발행·유통·환수 등 CBDC의 기본 기능에 대해 기술적 기능을 점검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2단계 사업에서는 중앙은행 업무 확장, 오프라인 결제, 디지털 자산 구매 등 확장 기능을 비롯해 개인정보보호 강화 기술 등 신기술 적용 가능성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암호화폐 열풍에도 CBDC에 큰 관심이 없던 주요 국가의 중앙은행들이 올해 CBDC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에는 민간 암호화폐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면서 이를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지난 14일(현지시각) 하원 청문회에서 "디지털달러(CBDC)가 나오면 스테이블 코인이나 비트코인은 불필요하다"며 "오는 9월 CBDC 보고서를 발표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CBDC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중국은 암호화폐 채굴을 단속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한때 비트코인 채굴 비중이 전 세계에서 75%를 넘어서는 등 자타공인 최대 비트코인 채굴국가다.

중국은 이미 지난 2019년 12월 CBDC 발행을 공식 선언했다. 지난해 4월에는 중국 인민은행이 발행한 CBDC인 디지털위안화(DCEP)를 공무원들에게 교통비 지급 형태로 시범 사용했다.

지난 연말에는 민간인 10만명에게 2000만위안을 시범 발행하며 상용화 시험도 진행하며 내년 CBDC 상용화를 앞두고 전력을 다하는 중이다.

스웨덴도 지난 2016년부터 CBDC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고 다음 해인 2017년부터 e-크로나 프로젝트로 CBDC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역외결제의 비용, 속도, 투명성 등을 향상을 목표로 2016년부터 우빈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2019년에는 캐나다와, 올해는 프랑스와 국경 간 결제 테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다만, 중국과 유럽 선진국들은 빠르게 CBDC를 준비해왔지만 우리나라는 CBDC에 대해 체계적으로 검토한 뒤 단계적으로 도입할 전망이다.

한은 모의실험이 내년 6월에 종료될 예정인 데다가 한국은행에서도 빨라야 2~3년 정도를 보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지난 16일 "CBDC는 화폐 이용 형태 변화에 따른 현금수급 구조에 대응하기 위해 현금 수요가 급격히 줄 가능성에 대비해서 준비하고 있다"며 "(기술적, 제도적 측면을 갖추고) 아무리 빨라도 2~3년의 시간은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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