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늘어난 배달에 원룸촌 비밀번호 노출 가속화…입주민 불안

배달·택배기사, 편의 위해 입구에 써놔
주민들 "지워도 배달기사가 다시 써"
잠금장치 유명무실…경찰, 계도 추진

 

[파이낸셜데일리 김정호 기자]  2일 충북 청주시 청원구 한 원룸촌.

다세대주택 22곳을 돌아보니 6개 건물 입구에 공동현관 비밀번호가 적혀 있었다.

주로 문틀, 문틈 실리콘, 건물 외벽에 쓰인 숫자들은 한 눈에 봐도 건물 입구 비밀번호였다. 그 주변엔 글씨를 지웠다 썼다를 반복한 흔적도 보였다.

숫자 4개를 원룸 공동현관 잠금장치에 입력해보니 곧바로 문이 열렸다.

이 건물에서 만난 황모(23·여)씨는 "배달을 시키면 비밀번호 확인도 없이 방문 앞까지 들어오는 기사가 많았는데 이제야 이유를 알겠다"며 "CCTV가 설치돼 있는 건 알지만 왠지 불안하다"고 했다.

충북의 원룸 등 다가구주택이 날로 범죄에 노출되고 있다.

배달·택배기사들이 편의를 위해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적어놓거나 공유하면서 홀로 사는 거주자들이 안전에 위협을 받고 있다.

2일 충북경찰청에 따르면 도내 아파트·연립 다가구주택 절도 건수는 2018년 411건에서 2019년 552건, 2020년 531건으로 증가 추세다.

올해 상반기에도 229건이 발생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각종 범죄가 감소세에 돌아선 것과 달리 주거 침입 절도는 좀처럼 감소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배달·택배 기사들이 편의를 위해 현관 입구에 적어둔 비밀번호가 본의 아니게 범죄에 악용되는 탓이다. 코로나19 비대면 시대에 급증한 배달 서비스가 비밀번호 노출을 가속화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원구 한 원룸 주인은 "집 주인인 내가 비밀번호를 적어놨을리는 없지 않느냐"며 "지워도 며칠 있으면 배달 기사들이 다시 써놓고 간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원룸 거주자 노모(22·여)씨는 "일부러 현관 도어락이 있는 집을 골랐는데도 비밀번호가 쉽게 노출돼 있어 불안하기 짝이 없다"며 "어지간하면 개인 방문을 열어주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충북경찰청 관계자는 "비밀번호 노출로 인한 범죄를 예방하고자 주기적으로 원룸촌에서 계도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며 "원룸 주인들도 비밀번호를 주기적으로 바꾸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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