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신용대출 막히자 '무풍지대' 예금담보대출로 몰려

2분기 예담대 잔액 6.6조…1년새 4629억↑

 

[파이낸셜데일리 송지수 기자]  시중은행들이 줄줄이 대출창구를 틀어막자 급한 자금이 필요한 이들이 '무풍지대'나 다름없는 예금담보대출로 몰리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이 보유한 예금담보대출 잔액은 올 2분기 기준 총 6조604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보다 4629억원 늘어난 금액이다. 2018년 3분기 말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 2분기 보다는 규모가 소폭 줄었지만, 증가세는 예년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은행별로 보면 하나은행의 예금담보대출이 1조842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35억원 증가해 가장 많았다. 이어 우리은행이 1조7175억원으로 1477억원 늘었고, 신한은행이 1조5434억원으로 1703억원 늘었다. 국민은행만 1조501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86억원 감소했다.

예금담보대출은 정기적금이나 예금, 주택청약종합저축 등을 담보로 90~100% 한도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을 말한다. 은행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월이자지급식 예금과 주택청약종합처축은 납입 금액의 95% 범위 내인 경우가 많다. 대출기간은 담보로 잡은 예·적금의 만기일 이내에서 통상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특히 예금을 깨지 않고도 가입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필요한 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출금리도 신용대출과 카드론, 보험약관대출 대비 낮다. 자신이 담보로 맡긴 예·적금 상품 금리에 1~1.3%포인트 정도를 더해 대출금리가 산정된다.

대출회수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연체이자도 부과되지 않는다. 또 개인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에서도 제외, 마이너스통장이나 신용대출 등을 받기 어려워진 이들이 대안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 등 대부분의 대출이 막힌 상황에서 확실한 담보가 있으니 심사가 덜 깐깐하고 예금을 해지하지 않고도 급한 자금을 메울 수 있는 예금담보대출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입장에서도 확실한 담보와 상환능력이 보장된 만큼, 예금담보대출을 내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다만 최근의 예금담보대출 증가세가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열풍과 무관치 않아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은행 입장에서는 확실한 담보를 잡고 있는 만큼 부실로 이어질 우려는 없지만, 대출자의 경우 무리한 투자에 나섰다가 실패할 경우 예금을 잃는 것은 물론 빚까지 떠안을 수 있다.

한 은행 관계자도 "별도의 신용평가도 필요없고 금리는 낮은데다 연체되더라도 이자가 부과되지 않는다"며 "기업공개(IPO) 공모청약과 같이 투자에 모자란 자금을 메우는데 잠깐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당국도 연일 가계부채 총량과 질, 증가속도를 엄격히 관리하겠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27일 "그간 우리가 익숙해져 있던 저금리와 자산시장 과열 상황이 더 이상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각 경제주체들이 직시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 자신의 상환능력을 초과하는 대출을 받아 변동성이 큰 자산에 무리하게 투자하는 것은 자칫 '밀물이 들어오는데 갯벌로 들어가는 상황'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증가분 목표치를 넘어선 은행들이 한도관리를 굉장히 타이트하게 하거나, 전체 가계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하게 늘어나지 않는 한 예금이 담보라는 특성상 규제 대상에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최근의 예금담보대출의 증가 추세를 눈여겨보곤 있지만, 현재의 방침과 큰 차이가 있을 것 같진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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