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자수첩]"신동빈 회장! 정몽구 회장께 좀 배우세요"

"부처간 혼선과 무관하게 차량 구입 고객에게 5년간의 유류비 차액, 최대 40만원을 자발적으로 지급하겠다."

지난해 싼타페 연비 과장 논란과 관련, 국토교통부-산업통상자원부간 힘겨루기가 진행될 때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내린 선택이다.

당시 양 부처의 연비과장에 대한 결정을 놓고 "이 무슨 해괴한 결론이냐"며 부글부글 끓던 소비자들의 비난과 원성은 정 회장의 결단으로 금세 사그라졌다.

지난 28일 제2롯데월드 홍보관서 열린 '시공기술 발표회'. 롯데그룹이 제2롯데월드 부실 공사 논란과 관련해 부랴부랴 만들어 낸 일종이 설명과 해명 무대다.

현장에서 만난 롯데그룹 계열사 직원들은 하나같이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이해는 간다. 제2롯데월드는 개장 이후 100여 일 콘크리트 벽 균열, 수족관 누수, 영화관 소동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말썽 또 말썽.

물론 자초한 바도 크다. 홍보실의 몇 차례 말 실수로 '오해가 오해를 낳는' 양상으로 치달았다. 롯데측의 해명은 도저히 믿을 수 없었고, 부실한 해명엔 뿔도 났다.

제2롯데월드 쇼핑몰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것은 이 모든 것들의 결합이다.

롯데는 홍보 강화로 문제를 풀어가려는 것 같다. 최근 계열사 홍보맨들을 그룹 홍보실로 차출하는가 하면 언론 대상 시공기술 발표회라는 듣도 보도 못한 행사도 시도했다. 하지만 홍보가 어디 머리숫자나 논리만 가지고 하는 일이던가. 

이날 발표는 "안전성과 사용성은 별개"라는 게 골자다. '안전하지 않은 것'과 '불편한 것(진동을 느끼는 것)'은 다르다는 주장. 머리로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뭔가 석연치가 않다. 위원회 소속 한 자문위원을 붙잡고 물어봤다.

"안전에는 이상이 없지만 사람에 따라 불편할 수도 있다는 얘기로 들리는 데요?"
펄쩍 뛴다. "아파트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진동에조차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에요." 
되물었다. "소비자들이 진동을 느낀다는 데도요?"
돌아온 대답. "국민들이 안전 문제에 민감해져서 그런 겁니다." 

도대체 무슨 봉숭아학당 대화인지...

"매맞을 각오를 했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요."

제2롯데월드 송도헌 안전상황실장의 이날 해명은 '의심과 의혹의 눈길을 거둬내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으니 믿어달라'는 의미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돌파법을 떠올려보라.

'연비 과장'에 대한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우스꽝스런 결론은 그렇다치고, 현대차는 가장 불리한 결론을 기준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달랬다.

제2롯데월드 쇼핑몰은 지금 가까운 지역 주민들도 찾지 않는 '유령저택'으로 변하고 있다.

상황을 바꾸고 싶다면 롯데그룹이 '국민 눈높이'에 맞추려는 진정한 노력을 펼쳐라. 서울시의 안전진단 검토 보고서가 나오기 전까지는 억울하다는 호소조차 거꾸로 읽힌다.

"신동빈 회장! 정 회장께 좀 배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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