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르포-강남 3구]"전세 없으면, 매물시세는 얼마나 되죠?"... 부동산시장 들썩하자 매매 '활기'

"전세 있어요?"
 "없어요."
 "그럼 매매 시세는 어떤가요?"

지난 4일 방문한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

취재차 왔다는 기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전화가 걸려온다. 강남 3구 전세난은 익히 알고 있다는 듯 자연스레 매매시장을 묻는다. 한 통화가 끝나면 금새 다음 통화로 이어진다.

잠실동에 있는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직접 집 보러 찾아오는 사람은 아직 많지 않지만 전화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며 "집을 팔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도 작년 말과 비교하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역삼동 황금부동산 박효순 공인중개사도 "최근 매매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고 "지난해보다 물량이 30%는 늘어난 것 같다"고 전했다.

이달 들어 강남 3구를 중심으로 아파트 매매가 서서히 깨어나는 조짐이다.

 "중장년들은 강남생활과 대치동 학원가, 강남 8학군을 포기하지 못해요. 전세를 구하지 못하면 차라리 돈을 빌려 집을 사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 지역 공인중개사들은 최근 월세 물량뿐 아니라 매매 물량도 확연하게 늘었다고 입을 모은다.

역삼동 엔젤부동산 강명순 공인중개사는 "전셋값이 오르고 아무리 전세가 품귀하다고 하더라도 웬만하면 학군 등의 문제로 강남을 떠나고 싶지 않은 게 강남 사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심리"라며 "60대 이상 노년층 외에는 반전세나 월세로 가느니 차라리 저금리 상황에서 대출을 받아 실수요로 집 사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한동안 사라졌던 '지방발 강남입성' 희망자들의 문의도 늘고 있다.

강남구 도곡동의 서희부동산 박재전 공인중개사는 "부산에서도 매물이 나오면 연락 달라는 경우가 많다"며 "'전세 난민'들이 떠난 집으로 전국에서 인구가 유입되는 게 요즘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목할 대목은 집주인들의 태도.

최근의 부동산 시장 전망에 대해 보수적으로 바라보면서 이참에 처분하려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역삼동 황금부동산 박효준 공인중개사는 "최근 전셋값이 매매가를 추격하면서 집값을 밀어 올리고 있지만 일부 집주인은 아파트값 상승세 속도가 더디자 지금의 시세를 최고치로 보기도 한다"며 "이 때문에 지금 파는 게 더 낫다고 보는 집주인들도 많다"고 말했다.

잠실동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도 "인근 100㎡(30평)대 아파트는 어림잡아 지난해보다 평균 3000만~4000만원씩 올랐을 것"이라며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집을 매매로 내놓는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잠실에 있는 또다른 공인중개사는 "학기가 시작되는 3월 전에 이미 이사할 사람들은 다 이사했다고 본다"며 "매매가가 오는 추석까지는 동결될 것으로 내다보는 사람들이 집 소유를 포기하는 사태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전세는 여전히 외면당하고 있다.

역삼동 황금부동산 박 공인중개사는 "일부 집주인들은 최근 전세에서 반전세로 돌리려고 시도하지만 세입자가 난색을 표해 계약이 어그러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강남 3구는 조만간 또 한번 요동을 칠 수 밖에 없다. 재개발·재건축이 본격화되면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지역별, 아파트별 차별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써브 조은상 팀장은 "아파트 매매 물량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세가와 매매가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은 지역을 중심으로 매매 수요가 앞으로도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아직까지는 강남 3구의 경우에는 재건축 추진 상황에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전세난 지속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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