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성년후견인 1차심리]롯데경영권 향방 '촉각'…"누구 말이 맞나"

'건강 이상설' 논란에 휩싸였던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직접 법정에 섰다.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 상태는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줄곧 논란이 됐다.

신 총괄회장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면 장남인 신동주 회장에게 힘이 실린다. 반대의 경우에는 차남인 신동빈 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 3일 서울 양재동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린 '성년 후견 개시 신청' 사건 첫 심리에 참석했다. 당초 불참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고관절이 좋지 않은 신 총괄회장이 휠체어에 의지하지 않고 지팡이를 이용해 법정까지 직접 걸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공항이나 호텔에서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SDJ측이 기획한 '신격호 건강 과시용' 행보라는 소문도 들린다. 신 총괄회장이 언론을 의식한 무리한 법원 출석 이벤트라는 얘기다. 

문제는 성견후견인 지정 여부는 당사자의 의견 개진보다는 객관적인 건강상태가 가장 중요한 판단 조건이다. 따라서 한두 차례 법정에 출석하더라도 법원이 지정한 의료인 등 전문가로부터 정신건강 이상 여부를 점검받아야 한다. 

그동안 롯데그룹 일가와 그룹 임원들 사이에서는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 이상을 의심할 만한 증언들이 나돌았기 때문에 신 총괄회장의 법정 출두와는 관계없이 의료인의 판단이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법원이 신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을 지정한다면 그동안 '경영 지시서'와 '위임장' 등을 공개하며 롯데가 후계자를 밝힌 신동주 회장은 사면초가에 빠지게 된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신동주 회장이 부친인 신 총괄회장이 자신을 후계자로 지목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잃게 되는 셈이다. 

그동안 장남인 신동주 회장은 "아버지의 건강 상태는 이상이 없다"며 "정상적인 판단 능력을 갖고 있으며, 나를 후계자로 지명했다"고 밝혀왔다. 이 같은 명분으로 자신이 롯데가 후계자임을 주장했다. 

차남인 신동빈 회장 측은 "신 총괄회장이 만 94세의 고령으로 인해 기억력과 판단력이 떨어진 상태"라며 "(신동주 SDJ 회장이) 고령인 아버지를 이용하고 있다"고 반박해왔다. 

반면 법원이 신 총괄회장의 정신 건강에 대해 '이상이 없다'고 판단했을 경우, 신동주 회장 측이 힘을 얻을 수도 있다. 

신정숙씨의 청구 소송은 자연스럽게 기각됨과 동시에 신 총괄회장의 판단력이 멀쩡하다는 한국 법원의 공신력을 얻을 수 도 있다. 일본에서 진행하고 있는 법적 공방에서도 한국 법원의 판단을 근거로 삼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다. 

이날 신 총괄회장 측 대리인 김수창 변호사는 첫 심리가 끝난 뒤 취재진에게 "신 총괄회장이 자신의 판단 능력에 대해 법정에서 길게 말했다"면서 신 총괄회장이 법정에서 한 말을 소개했다.

부친의 건강문제에 장차남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건 신 총괄회장이 직접 “롯데 후계자는 당연히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 몫”이라고 밝힌 상황에서 총괄회장의 진의가 온전한 지에 관한 의구심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 총괄회장이 치매를 앓고 있다는 ‘치매설’ 등 확인되지 않은 각종 의혹도 난무하고 있다.

롯데그룹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 이상 우무는 장남과 차남을 둘러선 경영권 향방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며 "'아버지의 뜻'을 전면에 내세우는 신동주 회장 입장에서는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 악화될수록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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