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편의점 업계, 시너지 못내는 '골프장·호텔' 인수 왜…

편의점업계가 이종업종에 사업영역을 넓혀나가고 있어 그 배경이 관심이다.

특히나 기존 유통업과 시너지가 없는 골프장·호텔업 등에 잇따라 눈독을 들이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지난 11일 이사회를 열고 보광그룹이 소유한 '보광이천(이하 휘닉스스프링스)'을 완전감자 후 유상증자 참여방식으로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보광이천은 보광그룹 계열사인 보광과 휘닉스개발투자가 지분 64.52%를 보유한 곳이다. BGF리테일이 지분 4.2%를 갖고 있지만 편의점 사업과는 연관성이 전혀 없는 기업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BGF리테일의 휘닉스스프링스 인수가 본업과 시너지를 내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이준기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BGF리테일의 휘닉스스프링스 골프장 인수는 편의점업과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면서도 "BGF리테일이 보유하고 있는 6600억원의 현금 보유액에 비해 취득금액이 부담스럽지 않다"고 분석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휘닉스스프링스 골프장 인수 시너지가 미지수여서 논란이 있다"며 "골프장 인수 효과로 마케팅 시너지를 언급했으나 실질 효과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풍부한 현금 보유와 신사업 투자에 대한 열의가 편의점 본업과 무관한 골프장 투자로 이어진 점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시장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그렇다면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은 호황인 편의점사업에 시너지가 전무한 휘닉스스프링스 인수에 왜 뛰어들었을까. 홍 회장이 동생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을 돕기 위해 '백기사'로 나섰다는 게 일각의 분석이다. 보광그룹 계열사들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자 총수 형제들이 팔을 걷어 붙인 셈이다.

보광그룹 창업자인 고(故) 홍진기 회장은 슬하에 4남2녀를 뒀다. 첫째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여사, 둘째는 홍석현 중앙미디어네트워크 회장, 셋째는 홍석조 회장, 넷째는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 다섯째는 홍석규 회장, 여섯째는 홍라영 리움미술관 부관장이다.

이번 인수는 기존 주주에게 인수대금을 지급하는 일반적인 M&A와 달리 구주 완전감자 후 유상증자 참여방식을 택했다. 인수대금 전액이 인수대상회사의 자본확충에 유입돼 구주에 대한 인수대금 유출은 전혀 없다는 게 BGF리테일 측은 설명했다.

이건준 BGF리테일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휘닉스스프링스는 대한민국에서 고속도로 접근성이 가장 뛰어난 명문 프리미엄 골프장으로 장부상 토지가치만 1500억원으로 추정한다"며 "휘닉스스프링스가 완전감자와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도 인수 첫해 흑자전환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면 인수검토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BGF리테일이 그동안 축적한 성과경영DNA가 추구하는 새로운 도전"이라고 말했다.

편의점업계의 '백기사' 행보는 BGF리테일 뿐만이 아니다. 앞서 지난해 GS리테일은 범GS가의 해결사로 나섰다. 지난해 8월 GS리테일은 파르나스호텔 지분 67.56%를 7600억원에 인수하기로 GS건설과 본계약을 체결했다. 파르나스호텔은 삼성동의 그랜드인터컨티넨탈과 인터컨티넨탈 호텔, 파르나스타워, 파르나스몰 등의 자산을 가지고 있다.

GS리테일 측은 초기 투자비, 입지 부족 등 진입장벽이 높은 호텔업종의 특성에 따라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파르나스호텔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여영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GS리테일의 파르나스호텔 인수는 주가에 부정적 이슈"라며 "손익도 줄어들고 투자심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그룹의 계열사 GS건설을 돕기 위해 인수에 나섰다는 일각의 분석에 힘이 실린다. 실제로 GS건설은 2013년부터 악화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파르나스호텔 지분 매각을 진행했다. 당시 GS건설은 9373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면서 유상증자와 자산매각 등을 검토했다.

GS리테일은 보유 현금이 넉넉치 않았고, 관계사 매각에 따른 경영진 배임 소지, 자산 매각을 둘러싼 오너 일가간 다툼 등 숱한 이슈들이 수면 위로 부각되기도 했다. 양측의 호텔 매각은 결국 별다른 이변 없이 성사됐다.

다만 중장기 관점에서 파르나스호텔 인수 가격은 적정한 것으로 판단했다. 여 연구원은 "삼성역 일대의 유동인구 증가를 고려하면 호텔 외 파르나스몰의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며 "중장기 관점에서 국내 상권의 핵심지역임을 고려하면 부동산 가치 상승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주력사업인 소매업과 더불어 특급 호텔·비즈니스호텔·몰(Mall) 운영 등을 통한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했다"며 "호텔 인근 한진부지의 개발과 이와 연계된 주변 상권의 발전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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