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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정치 편향' 대법원장 사퇴 압박에 대법원, 대응 고심

내란재판부 갈등에 與 "조희대 사퇴해야" 한 목소리
대통령실 "원칙적 공감" 메시지 냈다가 "오독" 진화
대법원장 사퇴 가능성은 낮을 듯…조희대 대응 주목

 

[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여권이 대법관 증원·법관평가제도 개선 등 사법개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가운데 '정치적 편향성' 논란에 휩싸인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를 공개 거론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법원은 입법부가 주도하는 사법개혁에 대해 "사법권 침해"라며 맞서고 있지만 대법원장 사퇴 요구까지 나오자 대응에 고심하고 있는 모습이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여당 내에서 제기된 조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에 대해 임명직인 대법원장이 선출직인 국회가 사퇴를 요구하는 이유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취지로 밝혔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국회는 숙고와 논의를 통해 헌법 정신과 국민의 뜻을 반영하고자 할 때 가장 우선시되는 '선출 권력'"이라며 "시대적·국민적 요구가 있다면 '임명된 권한'으로서 그 개연성과 이유를 돌이켜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점에 아주 원칙적으로 공감하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이 사퇴와 관련해 직접적인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국회의 사퇴 요구에 공감할 수 있다고 밝혀 사실상 조 대법원장이 용퇴해야 한다는 뜻을 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논란이 확산되자 대통령실은 다시 "본 사안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는 건 오독"이라며 "선출 권력이 어떤 의사를 표명한다면 임명 권력은 이를 한번 돌이켜봐야 한다는 측면의 원칙적 공감"이라며 급하게 진화에 나섰다.

여당 내에서는 최근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문제를 놓고 조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지난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파기환송하자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거론한 바 있다. 조 대법원장이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내며 대선에 개입하려 했다는 게 여당의 주장이다.

최근 민주당은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를 골자로 하는 내란특별법을 추진하고 있는데 대법원이 사법부 권한 침해·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히자 조 대법원장 사퇴 카드를 다시 꺼낸 것으로 보인다.

 

조 대법원장은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와 사법개혁에 대해 대법원이 낸 반대 입장에 힘을 실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12일 이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내란특별재판부는 위헌이 아니라고 말한 것에 대해 "종합적으로 대법원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사법개혁에 대해선 "어떤 게 가장 국민에게 바람직한지 공론화를 통해 충분히 논의가 이뤄지면 좋겠다는 게 대법원의 생각"이라고 했다.

또 같은 날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에선 "사법부가 그 헌신적인 사명을 온전히 완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판의 독립이 확고히 보장돼야 한다"면서 "국회에 사법부의 의견을 충분히 제시하고 필요한 부분은 합리적인 설명과 소통을 통해 설득해 나감으로써 국민 모두를 위한 올바른 길을 찾아나가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헌법 수호를 핑계로 '사법 독립'을 외치지만 속으로는 내란범을 재판 지연으로 보호하고 있다"며 "사법 독립을 위해 자신이 먼저 물러나야 한다"고 직격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도 이날 오전 국회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정치적 편향성, 지귀연 판사의 침대축구가 불러온 자업자득"이라며 "조 대법원장은 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도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표명하는 것이 사법부가 살아나는 길"이라며 "조 대법원장은 법률과 헌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탄핵의 대상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조 대법원장은 여당의 공개 사퇴 압박에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법원도 여당의 사퇴 요구에 대해 "현재로선 입장은 없다"고 밝힌 상태다.

대법원은 여당의 사법개혁 추진 방침에 전국법원장회의를 소집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전국 법관들의 의견을 수렴해 사법부의 공식 입장을 내겠다는 취지였다. 

각급 법원장은 사법개혁에 대해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법치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사법 독립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며 "개선 논의에 있어 사법부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며 했다.

다만 대법원에서 대법원장의 개인적인 거취 문제에 대한 입장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앞서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선고에서도 조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 문제가 거론됐지만 대법원 차원의 대응은 나오지 않았다.

민주당의 사퇴 요구를 조 대법원장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예상된다. 법관의 신분 보장과 대법원장의 임명 방식, 임기 등이 헌법에 정해져 있는데다 삼권분립 하에서 입법부의 공개 사퇴 요구가 부당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여당의 사퇴 압박에 조 대법원장이 메시지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입법부와 사법부의 공개 충돌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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