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카드론 받기 힘들어진다…카드사들 대출 축소

[파이낸셜데일리 송지수 기자]  "은행권을 붙잡았더니 저축은행과 카드론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 7~8월 숫자 보면서 너무 간다 싶으면 (규제를 강화)할 수도 있다."

카드론(장기카드대출)을 줄이라는 금융당국의 엄포에 카드사들이 자체적으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하는 등 선제적인 관리에 나서고 있어, 카드론을 받기가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3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8일 롯데카드 남대문 콜센터를 방문, 제2금융권 대출의 빠른 증가세를 우려하며 연초 목표한 가계부채 증가율을 준수해줄 것을 주문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카드사들에 "금융업권간 규제차익을 활용한 대출경쟁을 자제하고, 카드론 등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해줄 것"을 당부했다.

카드사들은 최근 법정 최고금리가 낮아지고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문턱을 높이자, 카드론 최저금리를 3%대까지 낮추는 등 금리인하 경쟁에 돌입한 상황이다. 정부가 차주별 DSR을 확대 시행하자 은행권 대출이 막힌 고신용자들이 제2금융권으로 유입되면서, 이들을 잡기 위한 카드사들간 경쟁이 치열해진 것이다.

여신전문금융업계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지난 7일부터 카드론에 적용하는 이자율을 1%포인트 낮춰 연 4.9∼19.9%로 조정했다. 롯데카드도 카드론 금리를 4.9~19.9%로 낮췄다. 이에 앞서 현대카드는 지난 1일부터 카드론 이자율을 4.5~19.5%로 낮췄고, 같은날 IBK기업은행은 3.8~18.8%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카드론 최저금리가 5% 미만인 전업 카드사와 은행은 KB국민카드, 롯데카드, 우리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수협카드, IBK기업은행, SC제일은행 등 총 8곳으로 늘어나게 됐다.

카드론 잔액도 올 들어 큰 폭으로 늘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전업카드사 7곳(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의 카드론 잔액은 33조1788억원으로 전년 동기(30조3047억원)보다 9.5%(2조8740억원) 증가했다. 올 2분기엔 증가폭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특히 카드론을 주시하는 이유는 고신용자들의 경우 부족한 자금을 카드론으로 메워 부동산 등 투기에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젊은층의 경우 고금리로 카드론을 받아 주식과 암호화폐 투자에 활용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부실 위험도 큰 상황이다. 카드론은 신청 방법은 간단한 반면, 상환 능력이나 자금 용도를 꼼꼼하게 따져보기 어렵다.

은 위원장은 전날 방문에서 "은행권을 좀 붙잡아뒀더니 저축은행, 카드론 쪽으로 돈이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오고 있다"며 "젊은 사람들이 은행에서 조금, 저축은행에서 조금, 카드론을 받아 뭉치면 갭투자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심사할 때 용도를 보느냐"고 묻기도 했다. 그러면서 "과거 카드사 사태에서 한번 경험했듯이 만약 주식이 계속 오른다면 상관없지만 주식이 떨어졌을 땐 본인(차주)는 물론, 카드회사도 부실채권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최문석 롯데카드 경영지원실 상무는 "카드론은 소액 단기대출성격이기 때문에 부동산과 연관이 크지 않다고 본다"며 "다만 주식시장이 좀 과열되다 보니 그쪽으로 자금이 가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다.

금융당국은 우선적으론 카드사들이 자율적으로 카드론 관리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만약 제2금융권의 풍선효과가 줄어들지 않으면 '규제 강화'라는 초강수를 꺼내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제2금융권에도 은행권과 마찬가지로 DSR 40%를 적용하거나, 카드론에 대한 DSR 적용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 등을 거론하고 있다.

현재 DSR 40%가 적용되는 은행권과 달리 보험, 카드·캐피탈,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은 60%가 적용된다. 그중에서도 카드론에는 DSR 규제 적용이 내년 7월까지 유예된 상황이다.

은 위원장도 "카드사들이 자체적으로 줄이든, DSR을 선제 적용하든 본인들이 판단하는 것이지 당국이 일률적으로 제도를 바꿀 생각은 현재로선 없다"며 "다만 7~8월 숫자 보면서 경우에 따라 너무 늘어난다 하면 할 수도 있으나 그렇게까지 가지 않고 올해 목표를 달성했으면 좋겠다"고 경고했다.

금융당국의 연이은 압박에 카드사들도 자체적으로 DSR을 선적용하는 등 카드론 조이기에 나섰다. 최 상무는 "DSR 규제가 아직 카드사에는 적용이 안됐지만, 선제적으로 적용해서 고(高) DSR 회원에 대한 대출은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 카드사 관계자도 "카드론 규모를 줄이기 위해 선제적으로 DSR을 적용하는 등의 대출 축소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현재 규모나 적용 대상 등을 분석하면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 역시 "지난해부터 동학개미, 부동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 등으로 은행들에 대한 대출규제가 강화돼 고신용자들이 저축은행과 카드사 등 제2금융권으로 자연스럽게 밀려나는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카드사들은 그간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총 대출잔액이 전년 대비 일정비율 이상 늘어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적용해왔다"며 "다만 당국에서 내년 7월부터 DSR을 카드론에도 적용하는 등 더 적극적으로 조치하고 있기 때문에 카드사들도 선제적으로 대출을 조이며 리스크 관리 강화에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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