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보험설계사, 3월 '보험다모아 폐지 집회' 예고…당국·업계와 갈등 고조

보사모 회원 1000명, 3월초 금융위 앞 집회 개최 준비 중

일부 보험설계사들이 지난해 11월말 문을 연 온라인 보험슈퍼마켓 '보험다모아'의 폐지를 요구하기 위해 단체 행동에 나선다.

3월까지 1000명을 모아 금융위원회 앞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보험설계사와 금융당국·업계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설계사 모임커뮤니티(보사모) 회원들은 오는 3월 서울 중구 세종로에 위치한 금융위 앞에서 '보험설계사 집회 시위'를 개최한다.

김진억 보사모 카페 대표는 "1000명의 보험설계사들이 참가하는 것을 목표로 집회 시위를 준비 중"이라며 "현재 카페 회원이 약 1만8000명이고 집회 시위 밴드(모바일 커뮤니티)에도 7000명 정도가 가입 돼 있기 때문에 인원 확보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초 이달 중 집회를 열 계획이었지만 최근 날씨가 너무 추워져 시기를 3월 초로 미뤘다"며 "이달 내에 관할 경찰서에 집회 신고를 하고 3월까지 시위구호, 플래카드 등을 마련하겠다"고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

보사모 회원들이 보험다모아 폐지를 요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생존권' 때문이다.

김 대표는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미명아래 금융당국과 보험사가 보험다모아를 출범시키며 보험설계사의 생존권을 짓밟고 있다"며 "보험설계사들의 의견은 구하지도 않고 보험사만을 위한 정책과 제도가 생겨나고 있는 게 문제의 핵심인 만큼 금융당국에 우리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보험다모아로 인해 소비자들은 연금보험, 저축보험, 보장성보험, 실손보험, 자동차보험 등을 설계사 없이 온라인으로 가입할 수 있게 됐다"며 "설계사와의 상담 없이 보험다모아로 상품을 거래하면 불완전판매도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30일 출범한 보험다모아는 생명·손해보험협회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보험상품 가격비교 플랫폼이다.

현재 33개 보험사가 참여 중이고 자동차보험, 실손보험, 여행자보험, 연금보험, 보장성보험, 저축성보험 등 6개 유형에 총 250개 상품이 등재 돼 있다.

보험다모아의 가장 큰 특징은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직접 상품에 가입할 경우 오프라인 대비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이다. 각 보험사 상품을 한눈에 볼 수 있어 비교도 용이하다.

보험상품 판매 채널에는 설계사를 통한 대면 채널, 전화를 통한 텔레마케팅(TM) 채널 그리고 온라인으로 고객을 모으는 사이버마케팅(CM) 채널 등 3가지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인건비가 전혀 들지 않는 CM 채널 상품은 대면 채널 대비 보험료가 10%, TM 채널 대비 3~5%가량 낮다.

보험다모아가 활성화 될수록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지는 설계사는 입지가 좁아질 밖에 없다.

한 보험설계사는 "보험다모아가 문을 연 뒤 젊은 층을 중심으로 고객들이 줄어들고 있다"며 "특히 자동차보험처럼 구조가 간단하고 보험사별 차별성이 없는 상품의 경우 가격이 싼 온라인에서 가입하는 고객들이 늘어나 설계사들의 영업이 더욱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설계사들의 불만은 점점 커지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금융당국과 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설계사들의 주장은 소비자 선택권·편의성 제고라는 보험다모아 출범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 집회에 대해 공식적으로 전해들은 바는 없다"며 "금융당국은 보험다모아를 만드는 과정에서 보험사, 대리점협회 등 보험업계와 충분히 협의를 거쳤다"고 밝혔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다모아를 통해서 직접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상품 수는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라며 "장기적으로 그 수가 늘어나긴 하겠지만 보험다모아 출범이 당장 설계사들의 생계를 위협한다는 주장은 너무 지나치다"고 평가했다.

그는 "보험다모아가 활성화되면 보험 가입인구가 늘어나는 긍정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며 "특히 구조가 복잡한 상품은 자세한 설명을 듣기 위해 설계사와의 연결을 시도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꼭 보험다모아가 설계사의 영업에 해를 끼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그동안 설계사들이 보험업 발전에 기여한 점 등을 생각하면 생존권 유지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그들의 얘기에 일부 공감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핀테크 바람과 함께 금융산업 전체가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작정 보험다모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명분도 설득력도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경쟁이 치열해진 것은 비단 보험업계만의 일이 아니다"며 "고객들이 더 많은 돈을 지불하고도 대면채널을 선택하도록 특화된 서비스를 개발에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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