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기업 부실 증가에 구조조정까지…은행 건전성 올해도 '빨간불’

지난해 순이익 43%↓, 대손비용 증가 및 이자수익 감소

지난해 국내 은행들의 실적이 40% 넘게 감소한 주된 원인은 '기업 구조조정'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STX조선 등 조선업계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한 결과 발생한 대손비용이 은행들의 수익성을 떨어뜨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3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2.6% 감소했다.

특히 경남기업 등이 회생절차를 시작하고 포스코플랜텍과 동아원 등의 워크아웃, 조선업계에 대한 손실이 반영되면서 은행들의 대손비용은 11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조5000억원 증가했다.

문제는 올해 취약업종 위주로 상당한 규모의 대기업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이라는 점이다. 대기업 구조조정은 관련 기업들의 영업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면에서 파장이 커질 수 있다.

한 대기업의 부실은 업무적으로 연관이 있는 다른 대기업 또는 여러 곳의 중견·중소 협력사의 실적 악화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기업들도 속속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부실 기업이 늘어날 개연성도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당국과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두산그룹 계열사들과 LG상사, LS네트웍스, 현대중공업, 삼성물산 등 실적을 발표한 기업 여러 곳이 손실을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올해 실적은 잘해야 소폭 개선하는 수준, 크게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더욱이 저금리로 은행이 예대마진을 통해 얻는 이익이 감소한 가운데 국내 금리가 추가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은행들의 지난해 이자이익은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인해 전년 대비 1조4000억원 줄어든 33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돈이 들어오는 문은 점차 좁아지는데, 나가는 구멍은 넓어지는 상황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이유를 들며 올해 은행들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대기업 부실여신에 대한 우려가 연중 계속될 것"이라며 "이번에 KB금융이 해운, 철강, 기계설비 대기업에 대해 1800억원의 추가 충당을 설정하는 것이 계기라고 본다"고 했다.

신용평가사들도 한계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은행들의 자산 건전성에 대한 잠재적인 위험 요소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고 기업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한계기업 구조조정도 지속되고 있어 자산 건전성에 대한 불안요인은 여전히 잠재돼 있다"며 "지방은행의 경우에도 기업경기에 민감해 건전성 불안요소가 내재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기업들의 여신이 부실로 전이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위험 수준이라고 평가 받는 가계부채가 겹쳐 은행들의 잠재적인 위험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15일 밝힌 1월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641조3000억원으로 2조2000억원 증가, 2008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사상 최대 폭으로 늘었다.

아울러 은행들에 대한 글로벌 자산 규제는 강화되는 추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진 은행들의 부담이 커질 우려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나이스신용평가도 "가계부채의 높은 증가율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기업여신부문에서는 일부 쇠퇴산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의 부실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조조정이 추진되고 있고 가계여신 관련 대출규제가 강화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향후 자산건전성이 다시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지난해 대기업 54개를 포함해 모두 299개사를 부실 징후가 있는 기업으로 선정한 바 있다.

당국과 은행들은 기업구조조정업무 협약에 근거해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고, 앞으로도 취약 업종 기업들을 중심으로 대상이 확대될 전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기업 부실이 은행 실적이 악화됐던 가장 큰 요인"이라며 "기본적으로 경기가 좋아지지 않는다면 리스크 관리만을 할 수 밖에 없는 은행의 수익이 늘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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