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사간 ISA 이전 뒤늦게 허용…업계 "초기 고객 유치에 사활 걸었는데 도대체 뭐냐"

금융당국, TF 회의 통해 관련 사실 알렸다지만…업계는 '금시초문'

 14일 도입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금융회사간 이전이 이르면 5월부터 가능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일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금융당국과 업계간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ISA 출범 전부터 업계의 불만이 비등하고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ISA의 금융사간 이전이 허용된다고 밝혔다.

23일 금융위 관계자는 "ISA의 금융사간 이전은 새롭게 규제를 풀었다거나 한 것이 아니다"며 "애초부터 이전을 허용하는 쪽으로 방향으로 잡고 있었고,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해당 내용을 따로 발표하지 않은 것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선 태스크포스(TF) 회의를 통해 업계에도 이같은 내용을 전달했고 예탁결제원과 각 금융회사간 시스템 구축이 마련되면 5월께 ISA 이전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와 충분히 소통했다는 당국의 설명과는 달리 ISA를 준비 중인 금융 현장에서는 반대의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사간 ISA 이전이 가능하다는 소식은 최근 기사를 통해 처음 알았다"며 "당국은 TF를 통해 업계와 내용을 공유했다지만 사실상 주변에 이 같은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ISA의 의무 가입 기간이 최대 5년이라는 점 때문에 그동안 각 금융사들은 초기 고객 유치에 사활을 걸어왔다"며 "만약 금융사간 이동이 자유롭다는 점을 알았다면 가입 후 언제 떠날지 모르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무리해 자동차나 골드바 증정과 같은 대형 이벤트도 진행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금융위가 얼마 전 은행권에 ISA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투자일임업을 허용했는데 이때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며 "투자일임업 허용과 같이 중요한 사안을 불과 제도 시행 한 달 전에 갑자기 발표하는 건 하루 아침에 관련 작업에 돌입해야 하는 업계의 상황을 무시한 처사"고 밝혔다.

그는 "금융당국이 정책을 수시로 바꾸면 현장에는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진다"며 "속도보다는 안정감에 무게를 두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ISA 이전이 허용되며 은행과 증권사간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점이나 인력 면에서 월등히 앞서는 은행권이 투자일임형까지 손에 쥐며 한 발 앞서 나갔지만 증권업계도 ISA 이전 허용으로 반격의 기회를 잡았다.

ISA 경쟁이 '초반 유치 경쟁'에서 '수익률 경쟁'으로 바뀌며 자산운용 경험이 풍부한 증권업계가 더 유리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임형 ISA 준비 기간이 짧아 당분간은 증권사와의 경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사간 이동까지 가능해지면 추후 수익률에 따라 고객이 증권사 쪽으로 넘어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문 인력 구축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ISA 이전이 허용되면 아무래도 수익률에 민감해질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며 "수익률 경쟁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자산운용 전문 인력이 많고 경험이 풍부한 증권사들이 은행에 비해 우위에 있다고 판단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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