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제2금융권 주택담보대출 어려워져

앞으로 상호금융과 새마을금고 등을 포함한 제2금융권에서의 주택담보대출이 까다로워진다. 

지난 2월 수도권 은행(1금융권) 주택담보대출에 도입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제2금융권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차주(대출자)들은 또 매년 전체 원금의 30분의 1 이상을 분할상환해야 한다. 

24일 금융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8·25 가계부채 관리방안 후속조치 및 보완계획'을 발표했다.

은행 가계대출의 증가세가 둔화하자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 규모가 급증하는 풍선효과에 놀란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다. 앞서 정부는 은행권에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조절하라고 주문,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리고 집단대출을 사실상 중단하는 식으로 가계대출 잡기에 나섰다. 

이번 대책으로 일단 풍선효과는 잠잠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풍선효과가 억제되면 가계대출의 증가세는 잡히겠지만, 상환능력을 키워주는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대출 창구만 틀어막는단 우려도 제기된다.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은 차주의 상환능력에 대한 심사 기준을 강화한 대책이다. 대출 시 차주는 원천징수영수증 등 객관성을 갖춘 증빙소득을 제시해야 한다. 증빙소득이 없다면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등을 바탕으로 추정한 소득인 인정소득이나 신용카드 사용액 등을 반영한 신고소득으로 대신할 수 있다.

금융위는 제2금융권 차주의 특성을 고려해 농어업인의 경우 농축수산물소득자료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소득증빙 범위를 확대했다. 

원금의 30분의 1을 매년 분할상환한단 원칙이 도입되면 제2금융권에서 1억원을 빌린 차주는 매년 약 333만원 이상을 갚아야 한다. 달별 상환부담을 따져보면, 매달 약 28만원과 이자를 함께 상환해야 한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는 투기를 억제한다기보단 가계대출 규모 자체가 너무 크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효과는 있겠지만 이 수요를 이제 어디서 충당하느냐가 문제"라고 말했다. 

이날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3분기(9월) 가계대출과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 등의 판매신용까지 합한 가계신용 총액은 1295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미 10월에 1300조원을 돌파했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제2금융권)의 가계대출은 277조7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1조1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역대 최대 증가폭이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권에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도입된 영향으로 추가 대출이 어려워진 가계들이 비은행권으로 옮겨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가이드라인을 도입한 6대 주요은행(신한·KB국민·KEB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을 보면 제2금융권에서도 최소한 '반짝 효과'는 예상된다. 가이드라인이 도입된 2월 6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전달 대비)이 8460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이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1000억원대로 내려앉은 것은 올 들어 2월뿐이었다. 

그 이후 재건축 열풍 등에 힘입어 한동안 증가세가 꺾이지 않다가,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으란 정부의 경고가 이어지면서 지난달 2조원대로 내려갔다.

은행권의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한 대신 제2금융권의 증가세가 폭등했단 분석이 나온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자산분석팀장은 "얼핏 보기엔 30분의 1가지고 될까 싶겠지만 상환부담이 훨씬 커진다"며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선언적 의미는 상당히 강하다"고 평가했다. 

제2금융권의 대출 창구가 막히면 차주들은 훨씬 더 금리가 높은 대부업체 문을 두드릴 수 있다.

이 연구위원은 "수요가 있는 한 어디서든 빌려야 한다는 게 문제"라고 우려했다.

제2금융권의 대출을 조이는 것은 미봉책이고, 돈을 빌릴 필요가 없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단 의미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빚을 내지 않아도 생계유지가 가능하도록 취업대책과 창업대책 등을 포함한 소득증대 대책이 가계부채 대책 안에 포함돼야 하는데 이번에도 그런 대책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차주에 대한 엄격한 상환능력 심사와 원금 분할상환은 가계부채 대책이 아니라 금융기관이 지켜야 할 원칙이란 지적도 나온다.

박창균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은 원리금을 충분히 갚을 수 있다고 판단된 사람에게만 돈을 빌려주란 것"이라며 "사실 이것은 가이드라인으로 (정부가) 내놓을 게 아니고, 금융의 기본 중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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