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시리즈를 대표하는 배우 로저 무어(90)가 23일 세상을 떠났다.
이날 AP 등 외신에 따르면, 암 투병 중이던 무어는 병마를 이겨내지 못하고 스위스에서 별세했다.
무어의 가족은 트위터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매우 슬픈 소식을 전하려 한다. 아버지가 암과 싸우다가 오늘 세상을 떠났다. 가족들은 현재 모두 큰 상실감에 빠져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는 평생 카메라 앞에서 열정적으로 연기했고, 마지막 공연이었던 지난해 11월 영국 런던 왕립 페스티벌 홀 무대에서도 역시 그랬다. 아버지는 특별한 사람이었고, 사람들은 그런 그를 사랑했다. 아버지를 사랑해준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장례식은 무어의 생전 소망에 따라 모나코에서 비공개로 치러질 예정이다.
1927년 영국 런던 경찰관 가정의 외아들로 태어난 무어는 육군에 들어가 2차 대전 중 영국군에 복무했다. 런던 왕립극예술아카데미에 다녔고 단역 영화배우로 활동하다가 1945년 TV 시리즈 '카이사르와 클레오파트라'로 정식 데뷔했다.
1953년 미국으로 건너가 MGM과 계약을 맺고 1970년대 초반까지 주로 TV 드라마에서 활동했다. 1962~1969년 영국에서 전파를 탄 탐정물 '세인트'로 인기를 얻어 1970년대 후반까지 주로 TV에서 활동했다.
그는 이후 1973년 영화 '007 죽느냐 사느냐'에 출연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는다. 숀 코너리·조지 라젠비에 이어 3대 '제임스 본드'가 된 그는 이후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 '나를 사랑한 스파이' '문레이커' '유어 아이스 온리' '옥터퍼시' '뷰 투 어 킬' 등 6편의 '007' 영화에 출연하며 전성기를 보냈다.
'007' 영화 최다 출연자이기도 한 무어는 선배 '제임스 본드' 숀 코너리가 창조해낸 지적인 외모와 여유있는 매너, 빠져드는 미소로 신사이면서 바람둥이인 비밀 요원 '제임스 보드'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제임스 본드'의 트레이드 마크인 '젓지 않고 흔든'(shaken not stirred) 마티니를 주문하는 모습은 무어가 가장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렇듯 무어는 현재까지도 역대 최고의 '본드'로 기억된다.
그는 1983년 '007 옥토퍼시'에서 출연, 촬영지인 인도의 빈곤 상황에 충격을 받고 제3세계 빈곤 문제 해결에 앞장서기도 했다. 이런 활동을 인정받아 그는 1999년과 2003년 대영제국 훈장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