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2월 국내 산업 생산과 소비, 투자가 모두 플러스(+)를 기록해 지난해 12월 이후 두 달 만에 '트리플 증가'를 나타냈다. 소비가 11개월 만에 최대 증가하는 등 내수 회복 기대에 대한 불씨를 살렸지만 연말·연초 경기 지표가 등락을 거듭하며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미국 관세부과 등 경기 하방리스크가 큰 만큼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으로 총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불확실성이 워낙 커 향후 경기 전망은 불투명하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2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全)산업 생산(계절조정지수·농림어업 제외)은 전월 대비 0.6% 증가했다.
전산업생산은 지난해 11월 1.2% 감소한 뒤 12월에는 1.8% 증가하며 반등한 바 있다. 올해 1월 들어 3.0% 감소하며 마이너스 전환했지만 한 달 만에 다시 플러스 전환했다.
조성중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트리플 증가가 자주 나오는 게 아닌데 최근 트리플 증감이 계속 반복되는 형태"라며 "월별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는 트리플 감소가 안 좋다, 트리플 증가가 좋다고 평가하기 어렵고 긴 호흡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생산과 소비, 투자 지표가 모두 플러스를 기록한 건 지난해 12월 이후 2개월 만이다. 통계청은 조업일수 증가와 설 연휴로 인한 기저효과, 전기차 보조금 조기지급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두원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2월 산업활동지표는 전월의 생산소비 투자 감소로 다소 조정을 거친 후에 2월에는 공공행정을 제외한 광공업, 서비스업, 소매판매, 설비투자 등이 전월대비 반등 전환했다"며 "고사양 반도체 수요 지속 및 관련 장비 생산이 늘어난 효과도 있고 전기자동차 보조금 조기 집행이나 휴대폰 신제품 출시 등이 여러 원인 중 하나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11월에 생산, 소비, 투자가 모두 감소했고 12월엔 증가, 1월 감소, 2월엔 증가했다"며 "12월 연말이 있고 1월에 설 연휴 등 조업일수 등이 영향을 미쳐 연말 연초 전월비가 등락을 보였다"고 부연했다.
광공업생산은 1차금속(-4.6%) 등에서 생산이 줄었지만 전자부품(9.1%), 전기장비(6.0%) 등에서 생산이 늘어 전월 대비 1.0% 증가했다.
제조업 재고는 전월 대비 1.2% 감소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3.1%로 전월 대비 0.4%포인트(p) 하락했다.
제조업 출하는 내수(1.5%)와 수출(0.8%)에서 모두 증가하며 전월 대비 1.3% 늘었다.
서비스업 생산은 정보통신(-3.9%) 등에서 생산이 줄었지만 도소매(6.5%), 금융·보험(2.3%) 등에서 생산이 늘어 전월 대비 0.5% 늘었다.
특히 숙박·음식점업은 전월 대비 3.0% 줄었다. 2022년 2월 8.1% 감소한 이후 3년 만에 최대 감소다.
이두원 심의관은 "최근 고물가 라든지 소비심리 위축으로 인해 감소한 것도 있는 거 같고 작년 연말 항공기 사고, 최근 정치적 불확실성, 추운 날씨 등으로 대외활동이 감소한 영향이 있지 않았나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재화 판매 수준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한 달 만에 다시 플러스로 반등했다.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1.5% 증가하며 지난해 3월(1.5%) 이후 11개월 만에 최대 증가 기록을 세웠다.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2.5%), 신발·가방 등 준내구재(-1.7%)에서 판매가 줄었지만 통신기기·컴퓨터 등 내구재(13.2%)에서 판매가 늘었다. 특히 내구재 판매 증가폭은 2009년 9월(14.0%) 이후 15년 5개월 만에 최대치다.
업태별로 보면 슈퍼마켓 및 잡화점(-5.1%), 대형마트(-7.6%), 백화점(-4.9%), 편의점(-2.2%)에서 판매가 감소했지만 전문소매점(5.7%), 승용차 및 연료소매점(6.3%), 무점포소매(1.8%), 면세점(8.9%)에서는 증가했다.
투자도 설비투자와 건설투자에서 모두 늘었다.
설비투자는 기계류(23.3%) 및 운송장비(7.4%)에서 투자가 모두 늘어 전월 대비 18.7% 증가했다. 이는 2003년 2월(19.4%) 이후 22년 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건설기성은 건축(-2.2%)에서 공사실적이 줄었으나, 토목(13.1%)에서 늘면서 전월 대비 1.5% 늘었다.
다만 투자의 선행 지표 성격인 국내기계수주(전년 동월 대비 -7.4%)와 건설수주(전년 동월 대비 -6.9%)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 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1p 높아졌다. 앞으로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선행 종합지수 순환변동치도 한달 전보다 0.1p 올랐다.
건설업 부진이 지속되고 있고 미국 관세 부과 등 경기 하방 리스크가 남아있어 당분간 경기 지표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심의관은 "반등한 지 한 달 만이라 지켜봐야하지만 수치상으론 이달 반등했으니까 (회복조짐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다"며 "소매판매와 건설기성은 전년비 감소해서 앞으로 향후 다음달 흐름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성중 과장은 "회복조짐은 분명히 있는 거고 (하지만) 트리플 증가했다고 해서 회복에 굉장히 긍정적 신호가 나타났다고 말씀드리긴 어렵다"며 "4월이 되면 미국 관세부과가 어떤 형태로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칠지 그 리스크가 굉장히 큰 상황"이라고 했다.
정부는 재난·재해 대응, 통상 및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 민생 지원 등 3대 분야에 집중한 10조원 규모 필수 추경을 추진하는 등 민생경제 회복과 대외 리스크 대응에 모든 역량을 총동원할 계획이다.
조 과장은 "추경이 (편성)되면 경기 측면에서 도움이 될 거고 추경이 있고 없고를 떠나 향후 경기상황을 생각해보면 대외리스크가 워낙 큰 상황"이라며 "리스크가 어느 쪽으로 작용할지 아직은 정확히 예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앞으로 경기가 좋아지고 나빠지고를 말하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