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채널 엠넷의 '프로듀스 101' 시즌 2(연출 안준영)가 초반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 2일 방송된 9화는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의 유료플랫폼 전국가구 기준 평균 시청률이 3%를 찍었다. 케이블과 종편 프로그램 중 동시간대 시청률 1위다.
프로그램에서 공개된 곡이 음원강자들이 득세한 상황에서 음원차트에 균열을 냈다. '프로듀스101 시즌2'의 콘셉트 평가곡이 음원차트 상위권에 오른 것이다.
'국민의 아들'(김종현, 라이관린, 이대휘, 황민현, 옹성우, 김재환, 박우진) 팀의 곡 '네버(NEVER)'는 4일 새벽 1시 기준으로 멜론, 엠넷, 벅스, 지니, 소리바다, 네이버 뮤직, 올레 등 7개 음원 사이트의 실시간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특히 콘서트 티켓 예매에서 인기를 확인하고 있다. 내달 1~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개최되는 '프로듀스101' 시즌2 피날레 콘서트 티켓은 오픈과 동시에 전석 매진됐다. 직후 7만원짜리 티켓이 100만원이 넘는 가격으로 암표가 온라인에 나돌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본방송 시청률보다 온라인에서 느껴지는 인기의 열기가 뜨겁다. 각종 논란에도 이 같은 인기의 비결은 무엇일까.
'프로듀스 101' 시즌 2의 형식은 걸그룹을 육성한 시즌1과 같다. 50여 개 소속사 남자 연습생들 중 투표를 통해 순위를 가려 11명을 뽑아 프로젝트 보이그룹으로 데뷔시키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그 과정에서 치열한 경쟁 문화로 점철된 한국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가져와 '헬조선' '금수저' '서열' '군대문화' '몰개성' '관음' 등의 비판을 받고 있다.
여자 아이돌 지망생보다 더 튀기 마련인 남자 아이돌 지망생들이 자초하는 논란도 더 잦다. 예컨대 출연자였던 하민호는 최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미성년자 팬과 성적인 내용이 포함된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구설에 올랐다.
아무래도 여성 아이돌보다 팬덤이 강한 남성 아이돌들의 경쟁이다보니 중국 내 거래 계정을 통해 불법 투표를 한 정황도 포착되는 등 응원문화에 과열 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이 응원하는 연습생이 성장하고 순위가 올라가는 감동과 쾌감에 힘입어 16일 종영을 앞두고 인기가 급상승 중이다.
오디션 형식의 모든 프로그램은 성장 드라마다. 시청자는 '프로듀스 101' 속에서 성장하는 연습생에게 감정 이입을 한다.
아이돌 그룹을 제작하는 중견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아이돌그룹의 육성 과정에서 특징은 모든 멤버에 이야기를 부여하며 대중 각자에게 자신만의 멤버를 만들게 하는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공감이 개입할 여지가 생긴다"고 했다.
그런데 여성 아이돌 그룹을 육성하는 '프로듀스 101' 시즌1이 공감의 정서가 짙었다면 이번 시즌 2는 동경의 정서가 크다.
인기 아이돌을 동경해 작곡가가 되기로 결심한 나나미가 예능전문학교 사오토메 학원에 지원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일본 게임 '노래하는 왕자님'이 일부 겹쳐지기도 한다.
개성 넘치는 외모와 끼를 갖춘 연습생 장문복이 화제성에 불구하고 수려한 외모의 다른 연습생에게 밀려 순위가 계속 하락하고 있는 점도, 성장 드라마의 공감보다는 동경의 판타지가 강하다는 방증이다.
'프로듀스 101' 시즌 2의 숨은 인기 비결 중 하나는 30~40대 이모팬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건 10~20대 여성 팬들의 열렬한 반응인데 방송시간대가 금요일 밤, 즉 '불금'임에도 '본방 사수'를 한다는 이모 팬들이 한두명이 아니다.
30대 직장인 A씨는 "'프로듀스 시즌2'를 보는 또래의 친구들이 생각보다 많다"며 "일종의 '길티 플레저'"라고 했다. 딸을 두고 있다는 40대 초반의 B씨는 "수려한 외모의 남자 아이돌 지망생들이 열심히 노력하며 꿈을 이뤄가는 모습에 응원을 해주고 싶다"며 자신이 애청자라는 사실을 드러냈다.
가요계 관계자는 "소녀시대, 카라 등을 거치면서 삼촌팬이 수면 위로 부각됐지만 상대적으로 이모팬은 사회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한 상황"이라며 "'프로듀스 101' 시즌 2를 통해 이른바 '샤이 남성 아이돌' 시장을 확인했고 이후 조금씩 수면 위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