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코스닥의 간판 카카오마저 떠난다

코스닥의 '간판기업' 카카오가 상장 18년 만에 둥지를 떠난다.

동서·하나투어·신세계푸드 등에 이어 카카오까지 코스닥을 빠져나가면서 장기간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코스닥 시장에 어떠한 영향이 미칠 지 증권가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는 10일부터 유가증권시장에서 카카오 매매가 시작된다.

지난 7일 기준 카카오의 시가총액 규모는 6조8866만원. '코스닥150'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38%에 달한다. 코스닥 시총 1위 셀트리온(12.95%)에 이어 두 번째다.

일단 카카오가 떠난 '시가총액 2위' 자리는 당분간 시총 3위인 메디톡스가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메디톡스의 시총은 3조2666억원으로, 4위인 CJ E&M(3조172억원)보다 근소한 차이로 앞서있다.

그러나 셀트리온의 제품의 독점 판매권자인 셀트리온 헬스케어가 오는 28일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는 만큼 시총 순위에는 다시 한 번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

증권가에서 추산하는 셀트리온 헬스케어의 시가총액은 4조4000억~5조6000억원 수준. 메디톡스를 제치고 카카오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규모다. 이르면 오는 12월 예정된 코스닥150지수 정기 변경에서 셀트리온 헬스케어가 편입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카카오의 코스피 이전으로 기술주와 벤처를 중심으로 한 코스닥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코스닥 대표 상장사를 지수화 한 '코스닥150' 에 특정 업종의 '쏠림 현상'이 더욱 두드러려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는 역할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당초 코스닥은 한국판 '나스닥'을 표방하며 야심차게 출발했다. 이러한 특성이 잘 반영되도록 만든 것이 코스닥150이다. 출범 당시 기술주 종목을 90개 포함하고 이들의 시가총액 비중이 지수 전체의 68%를 차지토록 구성, 기술주 중심인 코스닥 시장의 특성을 반영했다.

하지만 셀트리온 헬스케어에 이어 오는 4분기 상장을 추진 중인 코오롱의 미국 자회사 티슈진까지 상장에 성공하면 코스닥 시총 상위 10개 종목 중 7개가 제약·바이오 업종으로 포진된다. 티슈진은 상장후 시가총액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강송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스닥150 지수에는 코스피200과 같은 대형 기업공개(IPO) 종목에 대한 특례편입 규정이 없다"며 "현재 규정대로라면 셀트리온 헬스케어는 올 12월에나 늦으면 내년 6월 코스닥150 지수에 편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카카오가 제외되고 셀트리온 헬스케어가 새로 지수에 편입되면 코스닥150 지수의 헬스케어, 제약·바이오 업종 비중은 더 커지게 될 것"이라며 "코스닥150에서 헬스케어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도 45%로 높지만, 이 비중은 절반(50%) 가까이로 높아지며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통해 코스닥150에 지수로 투자할 때 제약·바이오 업종의 영향력은 절대적인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원배 KB증권 연구원도 "기술주 중심으로 구성된 코스닥 시장의 재편 속도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실제 업종별 시가총액 변천사를 보면 바이오 헬스케어 업종의 비중이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코스닥 시장의 이러한 추세는 향후에도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카카오의 이탈은 코스닥과 코스피 간 격차를 더욱 벌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5월10일 사상 처음으로 장중 2300을 돌파하고 한 달여 만인 지난달 29일에는 2400 고지를 밟는 등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지만 코스닥은 부진한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코스피지수는 올 상반기 18.03% 급등한 데 반면,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는 5.95%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런 가운데 카카오까지 코스피로 옮기면 안그래도 심화된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의 수급 불균형이 더욱 심해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카카오는 외국인 순매수 상위종목에 꾸준히 이름을 올린 단골 종목이다. 지난 한 달간 외국인들은 카카오 주식 616억3900만원 어치를 사들였다.

증권가 관계자는 "나스닥이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차별화에 성공하며 자리매김한 것과 달리 코스닥은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며 "무엇보다 코스닥시장이 코스피의 '성장 사다리', '2부 리그'라는 오명을 벗어내는 것이 중요한데, 질적 성장에 더욱 노력을 기울여 투자자들의 신뢰를 확보하고 이미지를 쇄신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반면 우량 기업들이 올 하반기 줄줄이 코스닥 입성을 앞두고 있는 만큼 카카오의 이탈 여파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셀트리온 헬스케어와 티슈진 외에도 올 하반기 자동차 부품 업체인 '모트렉스'와 '동양피스톤',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검사장비 제조기업 '브이원텍'과 '힘스', 전문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지니언스'도 상장을 기다리고 있다. 이밖에 선익시스템·에이피티씨·야스·케이피에스 등도 올 하반기 중으로 코스닥 상장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진영 IR큐더스 연구원은 "국내 증시 호황에 힘입어 하반기에도 풍부한 IPO 물량이 대기 중"이라며 "대어급으로 분류되는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필두로 반도체, 시장의 관심이 높은 제약·바이오, 대외적인 악재를 버텨낸 화장품 관련 업종의 기업들이 IPO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영컨설팅업체 IR큐더스에 따르면 올해 IPO 기업의 공모가 대비 평균 주가상승률은 지난달 30일 종가 기준으로 32.66%를 기록했다. 특히 코스닥 시장에 신규 상장한 17개 기업은 공모가 대비 평균 37.88% 상승, 유가증권 시장 신규 상장사(4개사·10.47%)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시장은 특정 산업의 편중이 심하다는 점, 대기업과 연계된 내 수형 구조로 외형확장이 쉽지 않다는 점, 개인 투자자의 투자비중이 높아 변동위험이 크다는 점 등의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하지만 이익 관점에서 살펴보면 코스닥 시장의 부진은 이상할 정도로, 현재 코스닥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거래소와 비교하면 과소예측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올해 코스닥 영업이익은 과소예측된 9조5000억원보다 큰 최대 13조원에 육박할 가능성이 없지 않아 코스닥 영업이익 10조원 시대가 올해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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