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박기영 과기혁신본부장 논란 확산 '사퇴 거부'···국민에게 보답할 것

과학계·시민단체·정치권 "임명 철회하라" 비판
"'수첩인사'보다 더한 안면 인사" 목소리도


[파이낸셜데일리=강철규 지가] 각계에서 이른바 '황우석 사태'에 연루됐던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차관급) 인선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박 본부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10일 "이제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열정적으로 일해 국민에게 보답하고 싶다"며 사퇴를 거부했다. 


  박 본부장은 이날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본부장 임명과 관련해 많은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걱정을 끼쳐드려 무척 송구하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우석 사건 당시에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이날 박 본부장에 대해 "너그러이 생각해주실 부분도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유 장관은 이날 오전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21회 대한민국과학창의축전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본부장이 오늘 앞으로의 계획을 밝히고 지난 일들에 대해 필요하면 사과도 한다고 들었다"며 "본인도 가볍지만은 않은 일이라고 알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으로 박기영 순청대학교 생물학과 교수를 임명했다.


  박 본부장이 황우석 사태와 관련됐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인사논란 파장은 전방위로 확산됐다.

  그는 8일 임명 후 첫 출근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인사논란에 대해 "나중에 설명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이날 건강과대안, 녹색연합, 보건의료단체연합, 시민과학센터, 참여연대, 한국생명윤리학회 등 9개 단체는 공동 성명서를 통해 박 본부장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박기영 본부장이 황우석 박사에게 256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했고, 복제 실험이 법률에 위반되지 않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역할을 했다"면서 "황우석 박사를 위해 금전적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인사는 정부의 과학기술정책에 대한 신뢰를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것이다"며 "역사에 남을만한 과학 사기 사건에 책임이 있는 인물을 과학기술정책의 핵심 자리에 임명한 것은 촛불민심이 요구한 적폐세력 청산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같은날 청와대는 박 본부장 임명을 둘러싼 논란에 당혹스러운 분위기를 보였다. 공식입장 요구에 노코멘트로 일관하던 청와대는 인사 과정에서 논란을 예상했지만 경험을 더 중요하게 판단해 임명을 하게 됐다는 입장을 보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본부장의 인사 과정에서 논란(예상된다는 점을)을 인지하고 있었다"며 "그 자리가 연구개발 컨트롤 타워로 경험이 중요한데 과거 보좌관 경험이 중요하게 감안됐다고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인사논란은 다음날인 9일에도 과학기술자마저 "박기영 본부장은 적합하지 않다. 그에게서 어떤 혁신의 상징도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입장을 밝히며 확산됐다.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 회원' 170명과 과학기술자 60명은 긴급 성명서를 통해 "박기영 교수는 황우석 사태의 최정점에 그 비리를 책임져야 할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성찰도 보여주지 않았다"며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어떤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보냈는지, 과학기술계를 위해서는 어떤 희생을 했는지 분명하지 않다. 과거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자는 미래를 만들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황우석 사태라는 낙인을 찍어 한 과학자의 복귀를 막으려는 것이 아니다"며 "우리는 과학기술혁신본부장으로 박기영 교수가 적합하지 않으며, 그 이유는 그에게서 어떤 혁신의 상징도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고 했다.


  야당도 집중포화를 쏟아내고 있다. 

  바른정당은 "노무현 정부 때 근무했던 청와대에 근무했던 사람이나 정부에 근무했던 사람들은 무조건 기용되는 소위 '노무현 하이패스, 노무현 프리패스 인사'를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수첩 인사'보다 훨씬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안면 인사"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은 "박기영 본부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온 나라를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황우석 사건의 핵심 관계자"라며 "전대미문의 과학 사기 사건의 공범격인 인물을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 앉힌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그런 꼴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는 '보나코 인사', 보은·나홀로·코드 인사에 매몰되어 개혁 대상자가 개혁을 주도하는 모순을 더이상 저지르지 말라"며 "각계각층이 반대하는 박기영 본부장에 대한 임명을 지금 당장 철회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급기야 여당 내에서도 부정직 기류가 감지되며 경질 요구가 터져 나왔다. 여권 내부적으로는 "너무 황당하고,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인사"라거나 "제2의 탁현민 사태로 번질까 두렵다"는 성토와 우려가 쏟아졌다. 하지만 이같은 비판 여론 속에서도 박 본부장이 사퇴를 공식적으로 거부함으로써 향후 파장이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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