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정부, 다주택자 '임대주택 등록' 유도... 당근과 채찍으로 '압박'


[파이낸셜데일리=김유미 기자] 정부가 3주택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에게 당근과 채찍을 통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도록 보이지 않는 압박을 하고 있다.


  사실상 내년 4월까지 투기 목적으로 구입한 주택을 정리하거나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지 않으면 보유세를 도입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시그널까지 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2정책조정위원장인 박광온 의원은 18일 라디오에 출연해 "다주택자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적절한 규제를 받고 세금을 내야 한다"며 "이것이 안 됐을 때의 다음 단계가 보유세를 많이 내는 것"이라고 말해 '보유세'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의원은 "내년 4월까지 시간을 줬는데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지 않는다면 집을 많이 갖고 있을 이유가 없다"며 "일주일에 한 번씩 돌아가면서 살 것도 아니고, 결국은 임대소득을 올리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가 다주택자들에게 집을 팔라는 압박을 주는 이유는 갭투자를 통해 시세 차익을 얻으려는 다주택자들이 주택 시장 과열의 원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갭투자는 높은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을 이용해 적은 돈으로 집을 산 뒤 집값이 오르면 이를 되팔아 시세차익을 남기는 방식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갭투자는 세입자들에게 '깡통전세'의 위험이 있다"며 "집을 거주 공간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투기 수단으로 보는 신종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3주택자들의 경우는 8·2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 내년 4월부터 주택 매매에 따른 양도소득세가 최대 60%까지 높아진다. 그 전까지 집을 팔지 않으면 앞으로 집을 팔 때 세금 폭탄을 맞게 된다. 반면 내년 4월까지 집을 팔지 않는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세제, 금융 혜택 등 인센티브를 주면서 임대사업자 등록을 권유하고 있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경우 취득세, 재산세 등 지방세 감면 외에도 소득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5년 이상 장기 임대할 경우 양도소득세 감면 및 종합부동산세비과세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다. 이는 다주택자 주택을 제도권으로 흡수해 임대시장 안정을 도모하고 시세차익을 노린 다주택자의 주택 투기를 억제하려는 목적이다.


  다주택자들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임대주택이 위치한 지방자치단체에서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뒤 해당 지역 세무서에 임대 주택을 신고하면 된다. 하지만 현재 다주택자들은 임대사업자 등록을 꺼린다. 소득세와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등의 부담이 늘기 때문이다.

 

주택 보유자로 임대소득이 연 1500만원인 사람은 지금보다 건강보험료 부담액이 66% 늘어난다. 건보료가 최대 228만원(내년 7월 이후 309만7000원)까지 부과될 수 있다. 피부양자(직장이 없는 사람)가 사업자 등록을 내 독립된 세대주로 나오게 되면 건강보험료와 국민연금이 부과된다.


  또 일반 임대사업으로 등록하면 4년 이상 임대해야 한다. 의무 임대 기간에 따라 일반 주택 임대사업자(이하 일반 사업자)와 준공공 주택 임대사업자(이하 준공공 사업자)로 나뉜다. 일반 사업자는 4년, 준공공 사업자는 8년이 의무 임대 기간이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그동안의 지원받은 세금은 모두 환수되고 과태료도 물어야 한다. 또 등록 임대사업자는 임대료 5% 인상 제한과 임대수익에 대해 세금도 부과된다. 그러나 내년 말까지 연간 2000만원 이하 임대 소득이 비과세된다.


  이미 국회에서는 다주택자들의 임대주택 등록을 의무화하는 법안들이 대기 중이다. 지난해 8월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1가구 3주택 이상 소유자면서 1주택 이상을 임대하려는 사람은 임대사업자 등록을 의무화한다. 이를 위반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국세청에 그 대상자와 부과 사실 및 이유를 통보해야 한다.

  박 의원은 역시 국회에 발의된 다주택자 임대사업자 등록 의무화 법안과 관련해 "실현 가능한 정책 목표로 본다"고 밝혔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오는 9월 말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한다. 이 계획안에는 신혼희망타운 5만 가구 조성, 공적 임대주택 연 17만 가구 공급,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임대주택 등록 의무화 방안 등이 담길 전망이다.


  문 대통령이 임대주택 등록 의무화 카드를 실제 꺼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임대주택 등록이 의무화하면 갭투자족은 본인이 살지 않는 집을 모두 임대주택으로 등록해야 한다. 이에 임대소득 과세가 부담되는 일부 집주인은 보유한 집을 매물로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현시점에서 정부는 의무화보다 다양한 인센티브를 통해 임대주택 등록을 자발적으로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라면서도 "하지만 다주택자들이 끝까지 버틸 경우 보유세 인상이나 임대주택 등록 의무화 등 카드를 꺼낼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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