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8개월 연속 강세장 속에도 개미는 '쓴잔' 들이켜

수익률 외국인 27.34%, 기관 21.21%, 개인만 홀로 -0.06% 손실


[파이낸셜데일리=송지수 기자] 올 초부터 8개월 연속 이어진 강세장 속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30%에 가까운 수익을 올린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오히려 손실을 맛봐 여전히 나홀로 '쓴 잔'을 들이킨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지난 18일 2358.37로 마감하며, 올 초(2026.16) 대비 16.39% 상승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연초부터 지난 18일까지의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을 살펴보면, 외국인은 27.34%의 수익률을 올렸다. 같은 기간 기관도 21.21%의 수익을 냈지만, 개인 투자자들만 홀로 -0.06% 손실을 냈다.


증시 활황에 외국인과 기관은 코스피 상승률을 훨씬 웃도는 수익을 내며 함박웃음을 지었지만, 개인들은 여전히 쓰린 마음을 움켜쥔 것이다. 이렇게 수익률 차이가 크게 나는 이유는 순매수 종목 내역을 따져보면 짐작할 수 있다.


외국인들이 올 초부터 8개월 여간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KB금융이었다. KB금융은 올 상반기 순이익 1조8602억원으로 2008년 9월 지주회사 출범 후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을 냈고, 특히 2분기 실적만 보면 순이익에서 신한금융을 제치고 '리딩뱅크' 1위 자리에 등극했다. 외국인들은 KB금융 주식을 1조1752억원 어치 순매수했고, KB금융은 30.48%의 수익률을 안겼다.


이어 LG전자(41.75%), 포스코(29.35%), 삼성SDI(64.19%), 하나금융지주(56.74%), LG화학(33.72%), 현대모비스(-5.02%), 현대중공업(5.76%), SK텔레콤(15.81%), LG유플러스(28.45%), 신한지주(13.44%), 현대차(0.70%), 아모레G(-3.46%), 우리은행(42.41%), 코웨이(11.25%), 삼성생명(5.29%), 한국전력(-0.44%), 카카오(50.33%), LG(34.17%), 삼성전기(92.06%) 순으로 사들였다.


상위 20개 종목 중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현대모비스, 아모레G, 한국전력 등 3개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대부분 두 자릿수 대의 높은 수익률을 냈다. 반면 같은기간 개인 투자자들이 사들인 종목들을 보면 상황은 정반대였다. 개인들이 지난 8개월간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로 1조9119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삼성전자는 이 기간동안 31.15%의 수익률을 냈다.


다음으로 SK하이닉스(47.74%), LG디스플레이(-4.72%), 한국항공우주(-36.65%), 삼성바이오로직스(79.61%), 엔씨소프트(55.19%), 아모레퍼시픽(-11.53%), 삼성전자우(36.03%), 네이버(2.75%), 넷마블게임즈(-16.06%), KODEX200선물인버스 2X(-29.71%), 오리온홀딩스(-96.65%), 두산중공업(-34.95%), 롯데케미칼(8.12%), CJ(-6.49%), 한국전력(-0.44%), 코오롱인더스트리(-7.23%), 한화테크윈(-5.00%), CJ CGV(-12.06%), 현대엘리베이터(-2.27%) 순으로 사들였다. 


개인이 사들인 상위 20개 종목 중 13개 종목이 일제히 하락한 것이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이 사들인 종목 대부분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집중적으로 매도한 종목들이었다. 외국인들이 그간 많이 오른 대형 IT주 위주로 차익실현에 나서는 동안, 개인들은 이 종목들을 뒤늦게 장바구니에 담으며 랠리에 동참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개인이 가장 많이 담은 삼성전자(-4조2544억원), SK하이닉스(-1조2040억원), 삼성전자우(-9091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4733억원), LG디스플레이(-4조2060억원), 한국항공우주(-2970억원) 등 대다수의 종목들이 외국인 '셀 리스트' 상위에 올라있다.


  전문가들은 유례없는 강세장 속에서도 이처럼 개인투자자들이 매번 '눈물'만 삼키는 이유로 제한된 '정보 접근성'을 꼽는다.


막강한 정보와 자금력을 동원한 외국인과 기관에 비해 개인투자자들은 뒤늦게 장에 뛰어들 수밖에 없어 상대적으로 수익을 내기가 더 힘들다는 것이다. 또 수익이 나면 바로 처분하거나, 주가가 떨어진 주식을 사들이는 등 합리적 판단 없이 세우는 투자 전략도 개인투자자들이 부진한 원인으로 거론된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들은 펀더멘털과 밸류에이션을 중점적으로 보고 투자하는 반면, 개인들은 단순히 현재 주가가 비싸냐, 아니냐를 보고 판단하는 차이가 있다"며 "예컨대 외국인 입장에서는 글로벌리 이익이 좋아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밸류에이션은 싸니 국내 증시에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지만 개인은 지금도 주가가 너무 올랐다고 생각해 들어오기를 주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막강한 자금력을 보유한 외국인들은 글로벌 금융상황에 따라 한국뿐만 아니라 지역별 분산투자를 하다 보니, 일종의 글로벌 투자 트렌드를 주도하게 된다"며 "반면 일부 고액자산가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개인들은 트렌드를 읽지 못하고 뒤늦게 쫓아갈 수 밖에 없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파는 것은 올 3분기에도 실적은 좋겠지만 개선 폭이 둔화될 것이란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라며 "개인 투자자들도 단순히 주가가 올라가는 모습만 보며 투자하기 보다는, 해당 기업의 이익 기대치와 업황 전망에 따라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