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韓 "효과 분석이 우선"···美 "한미FTA 개정·수정이 먼저"


[파이낸셜데일리=김유미 기자] 22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에서 미측은 한미FTA 발효 이후 자동차, 철강, IT 분야에서 무역 수지 적자가 2배로 늘어났다며 무역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정문에 대한 개정(amendment) 또는 수정(modification)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협정 개정을 요구'하는 미국측과 '효과 분석이 우선'이라는 우리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며 평행선을 달렸다.


결과적으로 한·미FTA 수정 협상 개시라는 성과를 얻으려던 미국측의 요구에 대해, 우리측이 한미 FTA에 대한 효과분석이 우선돼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아 미측에 공을 넘겨보낸 모양새가 됐다.


그러면서 양국의 국내 절차에 따라 조속한 시일내에 한·미FTA 개정 협상을 개시할 것을 공식 요청했다.


이에 대해 우리측은 상품수지 적자는 미시적, 거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지 한미FTA가 원인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의 대한국 무역적자는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에 있고 올해에도 지난 6개월동안 30%가량 감소했다는 수치를 제시하는 등 객관적인 통계로 맞대응했다.


또한 한미 FTA효과에서도 상품, 서비스, 투자 등 우리측이 대미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분야를 종합해 볼때 한미 양측에 상호호혜적으로 이익균형이 맞춰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측의 일방적인 한미 FTA개정 제안에 대해 우리측은 동의하지 않았다"며 "한미FTA 효과 등에 대한 양측의 조사, 분석, 평가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공세적인 자세를 취하며 한미FTA 협정을 바꿔야 하는 미국측 입장보다, 기존 협정에 손대지 않고 방어만 해도 되는 우리측의 유리한 국면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협정에서 미국측의 관심 분야가 제시된 것도 우리측으로서는 추후 진행될 수도 있는 개정 협상에서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미국측은 이날 회의에서 무역적자 해소를 요구하면서 자동차, 원산지 검증 등 분야에서 한미FTA 이행 이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해외 공장에서 제품 생산된 우리 기업의 제품이 한국산으로 인정받아 한미FTA 특혜관세를 받는 것에 대해 미국측은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왔다.


우리측은 이에 대해 한미FTA 발효 이후 지금까지 협정문을 충실하게 이행해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협정 이행에 대해서는 채널을 통해 지속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미측에 전달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 미국측은 '한미FTA 폐기'라는 히든 카드를 꺼내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본부장은 "이날 회의에서 미국측이 폐기라는 단어 즉 termination이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았다"며 "현 상황에서 폐기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지만 우리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협상을 진행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측은 이번 한미FTA 공동위 특별회기 서울 회의에서 본격 개정 협상 개시를 저지하고 '사전 효과분석 실시'라는 전제조건을 달아 일단 공을 미국측에 넘기는데 성공했으나, 미국측의 거센 압박을 견디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미FTA 개정 협상 돌입이라는 성과를 얻지 못하고 사실상 빈손으로 돌아가는 미국측이 추후 어떤 반전 카드를 들고 나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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