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반도체 '고점' 논란에 관련주 약세 이어져

"공급과잉으로 내년 업황 둔화될 것"
"외국인·기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집중 매도"


[파이낸셜데일리=김유미 기자] 반도체 산업의 슈퍼사이클(장기 호황)이 내년께 막을 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반도체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들썩이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음에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일 대비 7000원(0.26%) 하락한 269만5000원에 마감, 전날에 이어 내림세를 지속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7일 종가 기준 최고치인 274만원을 기록한 이후 전반적으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SK하이닉스도 '도시바 반도체사업 인수참여'라는 이벤트에도 전일 보다 100원(-0.12%) 내린 8만1700원에 장을 마치며 이틀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지난 12일부터 19일까지 7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지난 20일과 코스피가 장중 2500선을 돌파한 23일 상승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다음날부터 다시 하락 전환한 상황이다. 는 최근 증권가를 중심으로 내년부터 반도체 산업에서 공급 과잉이 현상이 나타나 반도체 기업들의 수익성이 둔화될 것이란 의견이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은 최근 내년 공급의 증가로 반도체 이익추정 사이클이 '업그레이드'에서 '다운그레이드'로 방향성이 바뀔 것으로 예상하며,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조정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시장이 내년 가격환경에 드리우는 리스크들을 무시하고 있다고 판단된다"며 "리스크에는 업계의 공급전략 변경, 도시바 매각구조의 변경, 애플 부진 등으로 인한 부품가 인하압력 등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의 공급전략이 효율성에서 물량증가로 변화하면서 생산량 증가에 목표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의 D램 투자는 올해 7조~8조원에서 내년 13조~14조원 수준으로 급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그는 "도시바 매각구조의 변경이 향후 가격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다수의 소비자가 도시바의 자본과 공급을 확보한 이상 자연히 가격 하락을 유도할 것이므로, 전반적인 산업 내 가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공급증가율이 각각 38%, 34%로 모두 올해 공급증가율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반면 내년 수요증가율은 모바일 및 PC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의 낸드채용량 증가율 둔화로 29%에 머무를 전망이어서 공급증가율을 밑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낸드공급 증가로 내년 낸드가격과 수익성의 하락이 예상된다"며 "내년 메모리업황에 대한 보수적인 시각과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의견 '중립'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지난 20일 '경제전망보고서(2017년 10월)'를 통해 "글로벌 반도체경기 전망을 감안할 때 향후 반도체의 경기주도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나 그 강도는 점차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글로벌 반도체경기가 내년 하반기 이후 완만히 둔화되더라도 국내 경기에 대한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는데, 이는 반도체를 제외한 업종 설비투자가 완만히 증가하며 부정적 영향을 완충하고 자동차, 철강 등의 부진이 일부 완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제는 반도체 업황이 흔들릴 경우 국내 증시 전반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코스피 시가총액 1·2위인 삼성전자(삼성전자우 포함)와 SK하이닉스의 시총 비중은 지난해 말 24.2%에서 현재 27.9%까지 높아졌다. 코스피에서 두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3분의 1에 달하는 셈이다. 특히 연초 이후 코스피 시가총액이 1308조420억원에서 약 1620조원으로 약 312조원 늘어난 가운데, 삼성전자(삼성전자우 포함)와 SK하이닉스가 약 125조원이 늘어 전체 시총 상승분의 약 40%에 달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라는 것이 업황 기복이 워낙 심한데다, 현재 중국 업체들이 반도체 분야에서 무서운 속도로 따라잡고 있어 향후 시장이 어떻게 뒤집어지고 또 이것이 국내 주식시장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는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이달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은 SK하이닉스(-3973억원)를 가장 많이 팔아치웠다. 기관 투자자들도 삼성전자(-1조684억원)와 SK하이닉스(-4406억원)를 가장 많이 순매도했다. 반면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거둘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익전망치가 계속해서 상향 조정될 수는 없고 어닝서프라이즈도 언젠가는 끝이 나겠지만 그 시점이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다"며 "다만 지금은 이익의 시대고 시장의 성격은 변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반도체·장비 업종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거둘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이 증시 전체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20%대에서 올 상반기 34%로 높아져 이들의 이익증가가 증시 전체 이익의 증가를 이끌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며 "다만 이들을 제외한 종목의 이익도 사상 최대치라는 점에 조금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로 유지하며 "디램 업황의 양호한 흐름이 지속되고 예상보다 공급 부족 현상이 강해질 수도 있는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며 "그럼에도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차익 실현 및 컨센서스를 소폭 밑돈다는 이유로 10%의 주가 하락을 경험했는데, 이번 주가 하락을 매수의 기회로 활용할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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