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계열사 지원 합리적이면 배임 아냐" 대법원 기준 첫 제시

대법, '횡령·배임' 혐의 SPP그룹 前 회장 파기환송
"계열사 지원규모와 방법 등 합법이면 배임 아냐"


[파이낸셜데일리=강철규 기자] 대법원이 기업 내 계열사 간에 임의로 자금대여나 현물지원 등을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SPP그룹 전 회장 사건에서 일부 배임 혐의의 고의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계열사간 지원행위가 계열사의 공동이익을 위한 것으로 지원사의 선정 및 지원 규모, 방법 등이 합리적으로 결정되고 합법적이며, 지원에 따른 적절한 보상이 이뤄진다면 경영판단으로 볼 수 있다는 구체적 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대법원 2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낙영(56) 전 SPP그룹 회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일부 배임 혐의를 무죄 취지로 사건을 부산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계열사 간 지원이 합리적인 경영판단의 재량 범위 내에서 이뤄졌다면 배임의 고의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SPP조선의 통합구매 관련 배임 ▲SPP조선의 SPP강관에 대한 고철처분으로 인한 배임 ▲SPP머신텍의 SPP율촌에너지에 대한 자금대여 관련 배임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원심과 달리 무죄 취지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기업집단 내 계열사 사이의 지원행위가 계열사들의 공동이익을 위한 것으로 특정회사나 특정인의 사익을 위한 것이 아니고 합리적인 경영판단의 재량 범위 내에서 행해졌다면 배임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일부 배임 혐의는 합리적 경영판단의 재량 범위 내로 볼 수 있는 기준을 충족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원 계열사의 선정 및 지원 규모가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결정되고 구체적 지원행위가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시행됐으며 지원행위로 인한 부담이나 위험에 상응하는 적절한 보상을 객관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상황임이 인정되면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SPP조선의 선발주 관련 배임 혐의와 SPP해양조선의 SPP로직스에 대한 자금대여 관련 배임 혐의 등은 유죄로 인정한 원심을 그대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해당 계열사간 지원은 실질적으로 지배주주의 특수관계인 이익을 위한 것이거나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규제나 제한을 회피하기 위해 은밀하게 행해졌다"며 "합리적인 경영판단의 재량 범위 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전 회장은 SPP조선 등이 선박을 수주한 것처럼 꾸며 SPP머신텍에 선박크레인 발주 선급금 93억여원을 지급하고 SPP율촌에너지 등에 1273억원 상당의 자재를 구매해주는 등 계열사간 자금 또는 현물지원의 횡령·배임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로 재무구조가 악화된 SPP조선과 SPP해양조선은 11개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채권단과 채무상환 유예 등의 자율협약을 맺은 상태였다. 이로 인해 SPP조선 등이 다른 계열사에 자금 지원을 하려면 채권단의 사전 승인이 필요했다.


  이 전 회장은 또 SPP율촌에너지가 SPP조선 소유의 고철을 무단으로 사용하게 하고 SPP머신텍으로부터 자금 153억원을 담보 없이 대여해준 혐의, SPP해양조선의 자금 261억원을 임의로 사용해 주식을 매수한 혐의 등도 받았다.


  1심은 "그룹 대주주이자 회장으로서 영향력을 이용해 계열사에 자금 등을 부당지원해 피해회사에 570여억원에 이르는 큰 피해를 줬다"며 이 전 회장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일부 배임 혐의 등은 무죄로 판단했다.


  반면 2심은 1심에서 무죄로 인정된 배임 혐의를 경영상 판단이 아니라며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세계적 금융위기에 따른 불황 등 외부 악재로 계열사를 지원하게 됐고 그 원인에 개인적 부정 등은 없었다"며 이 전 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그룹 내 자금을 관리해온 고모(52)씨와 전모(49)씨는 각각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지만, 2심에서 각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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