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약 건보 추진 '산 넘어산'… 양의계 검증 요구에 발목


[파이낸셜데일리=김정호 기자] 만 65세 이상 노인에게 치료목적으로 첩약(한약)을 처방했을 경우, 약값의 일부를 건강보험에서 지원하는 내용의 의원입법이 추진중이지만 반대 의견이 거세다.
 
  올해 건강보험 적용을 위해 시범사업이 진행 중인 '추나요법'에 이어 첩약도 대상으로 거론되면서 한방 의료보험 적용 항목은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하지만 여전히 '효과성 논란'에 발목 잡혀 험난의 논의 과정을 예고한 상태다.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양승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에 따르면 최근 '국민건강보험법'에 이 같은 한약(첩약)에 관한 보험급여를 명문화하는 내용의 일부개정 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법안 개정 발의에는 양 의원 등 10명이 참여했다.


  양 위원장은 제안이유에 대해 "노인들은 양약보다 더욱 선호하는 한약은 거의 건강보험이 적용받고 있지 못한 상태"라며 "보장성 확대와 질병치료 효과로 질병이환율을 감소시켜 노인 의료비 절감과 삶의 질이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곧바로 양의계에서 반대 입장을 내놓으며 갈등을 예고했다.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입장자료를 통해 "한약은 안전성 및 유효성이 객관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리하게 한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강행하기 이전에 한약에 대한 검증을 거치는 것이 합리적인 순서"라고 지적했다.


   한의학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려는 시도가 꾸준히 있었지만, 매번 이 같은 효과성, 안전성 논란을 넘어서지 못했다. 한의학의 경우 의원마다 비방(秘方·숨겨진 처방법)으로 전수되고, 한의사마다 고유의 방식이 있어 표준화되지 않는다는 것이 주된 반대의 근거였다. 그 결과 한의학과 관련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분야는 아직 침·뜸·부항, 온냉경락요법 등 한방물리요법 등 매우 제한적이다.


  복지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3차 한의약 육성 발전 종합 계획(2016~2020년)'을 확정하고 ▲감기, 소화불량, 난임, 암, 치매 등 한방 진료 표준 진료 지침 30여종 마련 ▲한약(탕약) 설비 표준화·현대화 시범사업 등을 추진 중이지만 아직은 속도가 더디다.


  특히 올해 2월부터 한의사가 손 등으로 척추, 근육 등 신체의 일부분을 조정·교정하는 치료기술 '추나(推拿)요법'을 건강보험에 적용하기 위해 효과성 검증과 수가를 1년간 개발하는 시범사업도 계획보다 지연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당초 내년 2월까지 시범사업이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내년 상반기까지 연구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반면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등과 맞물려, 임상시험 등 검증 절차가 없으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사단체들의 반대는 점차 거세지고 있어 논의가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고령층을 중심으로 진료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한의학을 무작정 배제하는 것도 옳지 못하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한의계는 의료인수 기준, 전체(15만8000명)의 14%를 차지하고 있지만 건강보험에서 한의 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4.17%에 불과하다. 건강보험 보장률도 2015년 기준 한방병원은 35.3%, 한의원은 47.2%로, 종합병원 61.7%, 의원 65.5% 등보다 상대적으로 낮다.


  특히 올해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논의과정에서 난임 한방치료가 필요하다는 난임부부들의 의견을 반영해 관련 예산이 7억원 추가로 편성했다. 이와 같이 점차 분야별로 한의학 보장성을 강화해달라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어 효과성 검증 사업과 함께 의료계 내부에서 이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 관계자는 "서양의학에서 난임 환자 열 중 둘셋은 원인불명인 상황에서 한의학이 충분히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연구성과 등을 통해 근거를 확보하는 한편 의료계 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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