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법원 "근로법 안 지킨 사내 프로그램, 거부해도 징계 안돼"

"저성과시 연봉 감액" 담긴 업무향상 프로그램
직원이 업무 수행 안 하자 '근로거부'로 면직
법원 "프로그램 자체가 무효, 직원 징계도 부당"
근로기준법 '취업규칙 변경, 직원 동의 있어야'


[파이낸셜데일리=김정호 기자] 근로기준법에 어긋난 사내 업무향상 프로그램은 효력이 없어 이를 거부한 직원의 징계 역시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유진현)는 박모씨가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피보조참가인 A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다"고 25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은행은 2015년 7월께 저성과자 등에게 정상적 업무역량 및 태도를 갖출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며 개인별 목표 설정과 이에 대한 지속 관리를 내용으로 하는 영업추진역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어 2016년 7월 영업추진역으로 편입된 자에 대해 '최초 편입 시 직전 연도 총연봉의 10% 범위 내 감액, 개인별 목표 달성 70% 미만일 경우 직전 총연봉의 15% 범위 내 감액' 등을 내용으로 하는 이 프로그램 관련 문건을 시행했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 의견을 듣거나 동의를 구하는 절차는 없었다.

 박씨는 같은 달 영업추진역으로 발령받자 업무 수행을 거부했다. A은행은 임금을 감액하진 않았지만 같은 해 8월 근로거부 등을 이유로 서면경고, 인사위원회 개최를 통해 박씨를 면직 처분했다.

 박씨는 "영업추진역 프로그램 대상자 발령 자체나 실적에 따른 연봉 감액 등은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해당한다"며 "회사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를 시행했으므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근로기준법 94조는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해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A은행 측은 "임금 감액 부분은 저성과자 경각심 제고를 통한 실적 향상을 위한 것에 불과하고 실제 적용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실질적인 불이익 내용이 없는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할 때 이런 변경은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프로그램 유효를 주장했다.

 재판부는 박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 동의를 받도록 한 근로기준법을 사실상 배제하는 것이므로 사회통념상 합리성 유무는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영업추진역 프로그램 도입 및 직원 발령은 효력이 없으므로 유효를 전제로 하는 박씨 징계 사유 역시 정당하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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