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수입차, 판매는 고공행진 AS 인프라는 '엉터리'

AS센터 한 곳이 4000대 관리해야
소비자원 피해구제 접수 증가세

[파이낸셜데일리=강철규 기자] #1. 전북에 사는 A씨는 지난해 11월 거금을 들여 수입차를 구매했지만 구매 20일 만에 차량이 문제가 생겼다.


  차량잠금해제가 되지 않고 시동이 걸리지 않아 서비스센터를 통해 정비를 받았고, 한달 여 대기한 끝에 수리를 받았지만 이 증상은 계속 반복됐다. A씨가 차량 교체 또는 환불을 요구했지만 이 업체는 환불은 해줄 수 없으니 차량을 수리하라는 입장이다. 


   #2. B씨는 지난해 4월 구입한 F브랜드 수입차가 3차례 누수되는 일을 겪었다. 한번 누수가 발생할 때마다 A/S는 한달 이상이 걸리면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심지어 수리가 끝났지만 천장 내장을 교체하지 않고 세척만 해 얼룩이 그대로였다. B씨는 환불을 요구했지만 F브랜드는 수리만 가능하다는 답변을 반복하고 있다.


   자동차 내수시장에서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수입차 브랜드들이 사후관리(A/S)에는 소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수 브랜드들이 국내 A/S망 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판매량에 비해 A/S 인프라가 미흡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2012년 13만858대에 불과했던 국내 수입차 판매량은 지난해 23만3088대를 기록하면서 5년 만에 78% 성장했고, 올 들어서도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자동차 내수시장에서 현대·기아·한국지엠·르노삼성·쌍용자동차 등 5개 완성차 브랜드는 지난 2월 10만5432대를 팔아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1.9% 감소한 실적을 나타냈다. 반면 수입차들은 같은 달 판매가 1만9928대로, 전년 동기에 비해 22.9% 늘었다.


  현대차(5만2000대)와 기아차(3만7005대)는 각각 5.5%대의 내수판매 감소폭을 보이며 선방했다. 하지만 누적된 적자로 철수설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지엠(5804대)은 48.8%의 판매 감소세를 나타냈다. 르노삼성(5353대)은 33.2%, 쌍용차(7070대)는 12.8% 판매가 각각 줄었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의 2월 판매는 수입차인 메르세데스-벤츠(6192대)와 BMW(6118대)보다 뒤쳐졌다. 벤츠가 국내에서 완성차를 추월한 사례는 한 번 있었지만 BMW가 국내차를 추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는 수입차 서비스 인프라 확충 속도가 판매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23일 현재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등록된 수입차 업체들의 서비스센터 숫자는 532곳에 불과하다. 또 이중 절반 가량은 소모품 교환과 일상 정비 등을 담당하는 '자동차 전문 정비 업체'다.


  지난해 말 기준 수입차 총 등록 대수가 187만대임을 감안하면 서비스센터 한 곳이 4000대에 이르는 차량을 담당해야 하는 셈이다. 수입차 소유주들이 사후관리를 받기 위해 오랜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이유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수입차(중고차 포함)의 품질·AS와 관련된 피해구제 접수건수는 2013년 163건에서 2014년 187건, 2015년 175건, 2016년 223건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의 경우 1~7월 누적 접수가 146건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주하자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아우디 폭스바겐 등 수입차 업체들이 서비스센터 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수입차 판매가 증가하는 속도를 감안하면 여전히 서비스센터 설치가 더디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이 20%에 육박하는데 서비스 인프라는 형편없는 수준"이라며 "사후서비스를 딜러사가 책임지는 구조가 대부분이다 보니 서비스센터 확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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