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세보증금 못준다"…깡통 전세에 고심 깊은 세입자들


[파이낸셜데일리=김유미 기자] #1. 동탄2신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김모(38)씨는 최근 전세 기간이 만료됐는데도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고 있어 이사를 못가고 있다. 집주인은 동탄2신도시의 분양이 몰리면서 프리미엄이 한창 올랐을 때 퇴직금과 전세 보증금을 받아 '갭투자'를 했다. 하지만 최근 입주 물량이 쏟아지면서 전셋값도 하락하고 세입자도 구하지 못해 전세기간이 만료됐음에도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주지 못하고 있다.


 #2.상도동에 있는 회사원 신모(36)씨는 최근 집주인이 양도세 13억원을 내지 못해 다세대주택이 가압류가 걸리면서 전세 보증금 2억2000만원을 날리게 생겼다. 변호사를 통해 전세권 반환 소송을 검토 중이지만 집주인의 계좌가 막혀있는 상태라 전세금을 받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결국 경매로 집을 내놔 전세 보증금 2억2000만원 수준으로 낙찰을 받는 방법 밖에 없다. 하지만 신 씨는 둘째가 생기면서 처갓집 근처로 이사하고 신규로 아파트를 분양 받으려는 계약이 틀어지게 됐다. 또 경매로 낙찰 받으면 소송비, 세금 등 수천만원을 날릴 처지에 놓여있어 울분이 터지기 직전이다.
  
  최근 주택 시장에 전세 보증금 반환을 두고 집주인과 세입자가 골머리를 안고 있다. 그동안 건설사들이 쏟아낸 분양 아파트가 완공되면서 물량이 늘어나자 역전세난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또 정부의 부동산 규제도 강화되고 세입자들도 눈치보기가 늘어나면서 거래 절벽이 일어나면서 집값과 전셋값이 떨어지면서 보증금 반환을 놓고 분쟁이 커지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기도 화성, 동탄 등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보증금을 제때 빼 주지 못하는 '깡통전세난'이 본격화 되고 있다.


  집주인은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고 전셋값도 떨어지자 대출을 받는 사람도 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은 집주인은 전셋값보다도 싸게 집을 처분하는 사례도 종종 생기고 있다. 실제 '깡통전세'가 증가하면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이 관심을 끌고 있다.


  HUG에 따르면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 가구는 상품이 출시된 첫해인 2013년에는 451가구, 가입 금액은 765억원에 불과했다. 2015년에는 3941가구, 7221억원, 2016년에는 2만 4460가구, 5조 1716억원, 2017년에는 4만 3918가구, 9조 4931억원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올해는 1분기에만 1만 8516가구, 4조 843억원이 가입했다.


  세입자가 전세 계약 기간 만료와 동시에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고도 증가하고 있다. 첫해인 2013년과 이듬해인 2014년에는 사고 발생 건수가 한 건도 없었다. 그러나 2015년에는 1건(1억원), 2016년에는 27건(36억원), 2017년에는 33건(74억원), 올해는 1분기에만 70건(138억원)이 보증금 반환을 신청했다. 그만큼 깡통주택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HUG의 전세금반환보증보험에 가입돼 있더라도 실제 실행하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려 분쟁이 심해지는 경우도 있다.

 

지난달 전세 계약이 만료된 최씨(35)는 "HUG에 보험 실행을 신청했더니 두 달 가량 소요된다고 안내했다"면서 "새로운 집으로 이사가기로 미리 다 이야기를 해놨는데 두 달이나 걸려 실효성이 없고 결국 새로운 집을 알아봐야한다"고 토로했다.


  상도동의 A공인중개사무소는 "최근 집주인이 나가는 세입자에게 제때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해 갈등이 빚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면서 "세입자는 계속 살 생각이 없는데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겠으니 그냥 이 집을 사라고 우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역전세난 논란은 강남권 아파트에서도 벌어진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강남지역(한강이남 11개구)의 평균 전세가격지수는 지난 2월 12일부터 4월 16일까지 10주째 하락세를 보였다. 서울 전세시장 전체가 진정되는 분위기지만 강남지역의 조정폭이 심하다.


  실제 서울 송파구 잠실 리센츠 아파트의 경우 59.99㎡ 전셋값은 연초 7억 2000만원까지 올랐지만 최근 6억9000만원까지 3000만원 정도 하락하면서 사실상 거래가 동결됐다.


  상황은 이렇지만 앞으로 이러한 역전세난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전국에서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는 44만 가구로 지난해(39만 가구)보다 5만 가구 정도 늘었다. 이 중 경기도에서만 17만 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서울 강남권 입주 물량도 1만 5542가구에 이른다.


  동탄1신도시의 경우는 최근 한 명의 주인이 60채가 넘는 아파트를 한꺼번에 경매로 내놓는 사례도 나왔다. 동탄신도시에 새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면서 공급이 늘어나자 기존 전셋값이 하락했는데 이 하락폭을 견디지 못한 집주인이 가진 물량을 모두 경매로 내놓은 것이다.


  특히 이러한 깡통전세나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경우에 세입자들이 딱히 손쓸 방법이 없어 이로 인해 겪는 피해는 더욱 커진다는 점이 문제다.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소송을 해도 비용과 시간이 많이 걸리고, 경매로 넘긴다고 하더라도 집값이 떨어져 기존 전세금을 다 받지 못할 우려도 있다.


  분양 업계 관계자는 "광진구, 노원구, 양천구, 송파구, 구로구, 도봉구, 영등포구, 동작구 등의 지역도 전월보다 낮은 전셋값을 보이고 있다"면서 "갭투자자들이 소유한 주택의 전셋값이 떨어지면, 이들이 결국 급매물로 내놓게 되고 이런 현상이 집값을 끌어내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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