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불법 견본주택 오픈에도 지자체 '수수방관'

건설사, 불법 알고도 견본주택 오픈 강행
지자체, "상황 파악해보겠다"며 '뒷짐'


[파이낸셜데일리=김유미 기자] 최근 건설사들이 청약 시장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자 지자체의 승인도 받지 않은 채 불법으로 견본주택(모델하우스)을 오픈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어 고객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특히 해당 지자체는 건설사가 승인을 받지 않고 견본주택을 연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이를 묵인하거나 단순 시정 조치만으로 끝내고 있어 사실상 방관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D건설사는 이날 경기도 과천에 지자체의 입주자 모집공고 승인을 받지도 않은 채로 견본주택을 오픈하고 고객들을 맞이했다.


  같은 날 S건설사 역시 지자체의 승인을 받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울산에 견본주택을 열고 방문객을 받아들였다. 특히 이 아파트는 국책사업인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임에도 불구하고 불법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울산의 경우 분양대행사가 불법이라고 만류하는데도 S건설사가 조만간 승인이 난다고 밀어붙이는 상황"이라며 "LH와 울산시청도 이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거의 방치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국토부 "지자체 승인 없이 견본주택 여는 것은 불법"

  통상 건설사들이 아파트를 분양할 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발급하는 분양보증서를 받고 이를 해당 지자체에 제출한다. 지자체는 분양보증서 등을 검토해 입주자 모집공고승인을 낸다.


  하지만 최근 고분양가 논란이 커지면서 HUG 역시 분양가를 과도하게 책정했다고 판단이 되는 사업의 경우 분양보증서를 내주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자체 역시 꼼꼼하게 사업을 검토하다보니 승인이 늦어지기도 한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다음달 6·13 지방선거와 러시아 월드컵 등이 예정돼 있어 하루빨리 분양에 나서야하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HUG와 지자체의 승인이 나지 않은 상황임에도 견본주택부터 열고 고객들을 모으는 것이다.


  그러나 모집공고승인이 없이 견본주택을 여는 것은 불법이다. 입주자 모집공고에는 최초 신청 접수일부터 5일 이전에 호당 또는 세대 당 주택분양면적과 대지면적, 분양가격과 임대보증금, 당첨자의 발표일시·장소 및 방법, 입주예정일 등이 포함돼야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모집공고는 거액을 들여 분양을 받으려는 수요자들이 기본적으로 알아야하는 사항"이라며 "이러한 정보 없이 견본주택을 오픈해 고객들에게 홍보하는 것 자체가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옳지 않다"고 전했다.


  주택법 60조 2항에도 분양가격에 포함되지 아니하는 품목을 견본주택에 전시하는 경우 일반인이 그 사항을 알 수 있도록 공급 가격을 표시해야한다고 적시돼 있다.


  이는 시공사가 견본주택에는 고급 자재나 품목을 이용해 유니트를 전시한 후 실제 입주 때는 이보다 저렴한 마감자재 등을 사용해 수요자들이 피해를 보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한 분양 대행사 관계자는 "건설사가 견본주택에 사용한 마감재를 실제 입주한 아파트에도 적용하는지 확인하는 작업 중 하나가 지자체 분양승인 절차 과정"이라면서 "이러한 승인 없이 견본주택을 열었다는 것은 나중에 건설사들이 마음만 먹으면 저가 불량 자재를 쓸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국토교통부 역시 지자체의 승인 없이 견본주택을 여는 것은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강치득 국토부 주택기금과 사무관은 "주택법 102조 16호에 따르면 분양 승인 없이 견본 주택을 열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한다는 규정이 있다"면서 "해당 지자체가 경찰에 고발해 수사가 진행돼 불법이 밝혀지면 형사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해당 지자체, 불법 알고도 수수방관 

  정작 건설사는 이에 대해 자세한 규정을 알지도 못할뿐더러 업계 관행이라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D건설사 관계자는 "지자체 승인 없이 견본주택을 여는 것이 불법인지 몰랐다"면서 "고객들에게 청약 일정과 분양가는 공개하지 않고 홍보했다"며 문제가 없다는 식의 답변을 했다.


  이어 "다른 건설사들도 과거에 승인 없이 견본주택을 열기도 했다"면서 "우리 아파트의 경우 모집 인원도 적고 사람도 그리 많이 오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S건설사 관계자는 "견본주택은 열었지만 분양 행위나 분양가 공지 등은 하지 않았다"면서 "일부 고객의 민원도 발생하고 있어 견본주택 오픈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자체의 대응도 미적지근하다. 건설사가 견본주택을 연 사실을 알았음에도 이를 묵인하거나 알면서도 방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뒤늦게 상급 기관인 국토부가 해당 사항에 대해 지적하자 "D건설사는 견본주택을 오픈하지 않았다"면서 "지나가던 사람들이 우연히 들러 문을 열어줄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오히려 건설사를 옹호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과천시의 경우 이날 언론사의 취재가 들어가자 갑자기 오전까지만 해도 승인되지 않았던 모집공고를 오후에 갑자기 승인을 내기도 했다. D건설사 역시 과천시의 승인이 떨어졌다며 견본주택을 연 것이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정상적인 절차로 승인을 받고 분양을 진행하는 것은 고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함"이라면서 "자칫 이런 불법 견본주택 오픈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발행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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