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재계, 일감 몰아주기 규제 "과도한 개입" 반발

공정위,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상장사 지분 기준 30%→20% 추진
재계 "기업 경영 지나치게 위축…명확한 기준 없어 시장 혼란 가중"



[파이낸셜데일리=강철규 기자] 정부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를 시사하면서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오너 일가에 대해 비주력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라고 공개 요구한 데 이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했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다음달 대기업 총수 일가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전날 사익 편취 규제 이후 내부거래 실태 변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가 2014년부터 대기업 총수 일가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하고 있지만 제도 시행 이후 오히려 계열사 간 내부거래가 늘어났다는 게 요지다.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규제하기 위해 도입된 사익편취 규제 대상 기업은 총수 일가가 3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와 20% 이상을 보유한 비상장사다.


공정위 조사 결과 규제대상 회사들의 내부거래 비중은 2013년 15.7%에서 규제 도입 직후인 2014년에는 11.4%로 반짝 감소했지만 2017년에는 14.1%로 다시 증가했다.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회사들은 내부거래 금액 및 비중이 더 높았다. 총수 일가 지분율이 29%대로 규제 기준의 턱밑에 있는 상장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2014년 20.5%에서 지난해 21.5%로 오르는 등 규제 시행 이후에도 20% 이상을 유지했다. 회사당 내부거래액은 같은 기간 평균 500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늘었다.


공정위는 이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상장사 규제 기준의 경우 총수 일가 지분율을 현행 30%에서 비상장사와 같은 20%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여기에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의 자회사를 통해 내부거래 규모를 확대하는 식으로 총수 일가가 간접 지배하는 회사에 대한 내부거래 규정도 개선안에 포함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재계에서는 기업들의 경영을 지나치게 위축시키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우리나라 주요 그룹은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생산하는 수직계열화 구조가 일반적으로 경쟁력을 위해 내부거래를 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어 일관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일감 몰아주기는 문제지만 단순히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했다거나 자회사를 통해 간접지배하는 구조여서 규제하겠다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며 "내부거래 과정에서 현저한 특혜를 얻은 경우에 한해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배구조는 옳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닌데 공정위가 과도하게 기업에 개입하고 있다"며 "아직 규제안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기업들의 불만이 상당하다"고 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명확한 기준이 없어 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우려도 적잖다.


김상조 위원장은 지난 14일 취임 1년 기자간담회에서 "대기업 총수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비주력·비상장 계열사 지분을 가능한 한 빨리 매각해달라"며 시스템통합(SI)·물류·광고·부동산관리 업체들을 언급했다가 무조건 지분 매각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고 해명했다.


한 대기업 임원은 "SI는 대기업의 전산실을 독립해 뗀 것으로 내부거래가 많을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의 발언으로 혼란만 커졌다"며 "공정위조차 규제에 대한 방향을 찾지 못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반문했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법과 정책은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이 중요한데 그 부분이 결여돼 있다"며 "일감 몰아주기는 범위를 산정하는 것이 자의적이고 거래의 부당성을 입증하는 것이 어렵다. 세계적으로 내부거래 만으로 규제하고 처벌하는 나라는 없다"고 짚었다.


이어 "우리나라와 기업 구조가 비슷한 일본도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안되고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해 관련 규제를 없앴다"며 "배임이나 횡령 등 현재의 법체계에서도 부당 거래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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