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국민연금, 우여곡절 끝에 쟁취한 '경영참여'


[파이낸셜데일리=송지수 기자] "경영참여 주주권은 제반여건이 구비된 후 이행방안을 마련하되 그 전이라도 기금운용위원회가 의결한 경우에는 시행할 수 있도록 한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17일 '국민연금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방안' 공청회에서 공개한 초안에는 없었지만 30일 도입을 선언하면서 추가된 문구다. 한마디로 '제한적으로 경영참여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이다.


  국민연금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30일 제6차 회의를 열고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방안'을 이처럼 심의·의결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가 주인 재산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집사(Steward)처럼 자금의 주인인 국민 이익을 위해 수탁자로서 책임을 이행토록한 주주권 행사 지침이자 모범 규준이다. 미국, 영국, 호주, 일본 등 지난해까지 20개국이 도입한 국제적인 지침이다. 관심을 끈건 자본시장법상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 범위다.
 
  당초 초안에선 '경영참여에 해당하지 않는 주주권 행사까지 도입'하는 제1안과 '경영참여에 해당하는 주주권 행사까지 도입'하는 제2안을 제시하며 '경영참여 주주권행사는 제반여건이 구비된 후 재검토'하도록 했다. 충실한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과 장기수익 제고 차원에서 필요하지만 경영계 등의 경영간섭 우려를 고려한 제안이었다.


  그러나 지난 26일 제5차 회의에서 일부 위원들이 '경영참여' 포함을 요구하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이 요구는 '기금운용위원회가 의결한 경우'라는 조건을 달고 최종안에 들어갔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54조를 보면 경영참여에 해당하는 주주권으로는 임원의 선임·해임 또는 직무 정지, 정관 변경, 자본금 변경, 배당 결정, 합병·분할·분할합병, 포괄적 주식 교환·이전, 영업 양수·양도, 자산 처분, 회사 해산 등이 있다. 주주제안, 주주총회 소집요구는 직접적으로 경영참여에 해당한다.


  이로써 635조원 규모(4월 기준)의 국민연금은 기업 개선 등 주주권 행사에서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10%이상 지분을 가진 기업(19일 기준)이 106곳에 달하지만 몸집에 비해 힘이 약했다.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훼손한 경영진에게 개선은 요구할 수 있지만 이를 따르지 않아도 주주제안 등 실효적인 조치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 총수 일가의 갑질 논란과 밀수 혐의에 휩싸인 대한항공에 대해서도 지난달 공개서한을 발송해 사실관계 확인과 해결방안을 요구했지만 형식적인 답변만 받았다. 비공개 서한을 보냈을 땐 답변조차 듣지 못했다.
  

  대신 경영계 등이 줄곧 지적해온 경영간섭과 수익률 악화 우려를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관건이다.


  경영계는 "경영간섭과 함께 국민연금이 단순투자자에서 경영참여자로 전환할 경우 투자 전략이 노출돼 단기매매차익을 돌려줘야 하는 부분이 생겨 수익률이 저하될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박능후 기금운영위원장(복지부 장관)은 경영간섭 우려에 대해 "기금운용위원회의 가장 큰 목적은 기금의 수익성"이라며 "수익성을 배제하거나 저해되는 방향으로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를 결정하는 건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연금은 정치권과 재계 등의 입김에서 벗어나기 위해 독립적인 의사결정 과정도 마련할 방침이다.


  스튜어드십 코드 활동은 기금운용위원회가 정한 기준·방법·절차에 따라 기금운용본부가 이행하되 주주권·의결권 행사와 책임투자 관련 주요사항 검토 및 결정은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에 맡기기로 한 것이다.


  이에따라 전문위원회는 정부 인사를 배제하고 각계 대표 추천 전문가로 구성되며 주주권 행사 분과 9명, 책임투자 분과 5명 등 14명으로 꾸려진다. 이른바 5%룰과 10%룰은 법 개정을 통해 완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현행법상 상장사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기관투자자가 경영참여를 하면 지분 1% 이상 변동땐 영업일 5일이내 이를 공시해야 한다. 10% 이상일 땐 매수(매도) 후 6개월 이내에 매도(매수)해 얻은 이익(단기매매차익)은 기업에 반환해야 한다. 이는 국민연금 수익률과 관련된 문제다.


  박 장관도 "그 조항 때문에 우리가 경영권 참여형 주주권행사를 자제하겠다고 원칙을 세운 것"이라며 "임원을 선발하는 등 적극 참여했을때도 6개월 이내 수익금 반환하는 걸 없앤다든지 조건이 갖춰지면 경영참여에 적극적으로 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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