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호주, 화웨이·ZTE 안보위험 노출로 '5G시장' 진입 거부

화웨이 "소비자들에게 매우 실망스런 결과"


[파이낸셜데일리=김유미 기자]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중국 화웨이와 ZTE가 호주에서 차세대 이동통신 제5세대(5G) 네트워크 시장에 진출하려던 계획이 좌절됐다. 미국과 영국에 이어 호주까지 보안 문제를 이유로 화웨이와 ZTE의 자국 시장 진출을 차단,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경계론이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호주 정부는 23일 성명에서 “한 회사의 개입으로 인해 외국 정부로부터 ‘법적 절차에 의하지 않은 지시(extrajudicial directions)’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호주의 법과 충돌한다. 공인되지 않은 접근 혹은 간섭으로부터 (호주의) 5G 네트워크를 적절하게 보호하는 데 실패한 위험성이 있다”라고 밝혔다. 호주 정부의 이날 성명은 화웨이와 ZTE의 이름을 명시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그러나 호주 정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가 두 회사를 겨냥한 것이라고 밝혔다.


  호주 안보 당국은 중국 정부의 통제를 받는 화웨이의 장비들이 스파이 활동에 쓰일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해왔다. 호주의 5G 네트워크 사업은 내년 상업 서비스를 시작한다.


화웨이 호주지사는 이날 호주 정부의 결정에 대해 "소비자에게 매우 실망스러운 결과다. 화웨이는 5G 분야의 세계 선두주자이며 호주에서 15년 가까이 안전한 무선기술을 제공해왔다"는 입장문을 트위터에 올렸다.


화웨이 호주 회장인 존 로드는 지난 6월 세계의 선도적인 5G 공급자의 시장 진입을 막게 될 경우 호주 경제성장과 생산성은 앞으로 여러 세대 동안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화웨이는 지난 2011년부터 호주 광대역 네트워크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문을 두드려 왔으나 번번이 거절을 당했다. 호주는 최근 남태평양 섬나라인 솔로몬 군도가 장거리 해저케이블망 부설 사업의 계약자로 화웨이를 택하지 않도록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세계 통신장비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는 화웨이에 대해 가장 날카로운 경계를 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 연방수사국(FBI)과 중앙정보국(CIA), 국가안보국(NSA) 등 미국의 정보기관들은 지난 2월 합동으로 미국 국민들에게 화웨이 스마트폰과 통신장비 제조업체인 ZTE 제품을 사용하지 말라고 강력 경고했다. 화웨이 스마트폰과 ZTE 통신장비 등이 중국 정부의 정보수집 통로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것이다.


  FBI와 CIA, NSA 등 미국 정보기관 수장들은 지난 2월 13일 상원 정보위 청문회에서 화웨이와 ZTE 기기들을 통한 중국의 해킹 우려를 전하면서 이들 제품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은 미국 통신 인프라에 외국 정부의 혜택을 받는 기업 제품을 들이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 외국기업들이 정보를 악의적으로 모방하거나 정보를 훔치고, 드러나지 않는 스파이 행위 등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2년 미국 하원은 화웨이 통신장비들이 중국 정부의 첩보수집과 관련됐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었다. 화웨이는 그러나 자신들이 중국정부를 위한 스파이 행위와의 연관성이 전혀 없다면서 미 의회의 보고서는 정치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일축했다. 화웨이의  대변인은 자사의 장비와 서비스가 전 세계 170여개국의 기업과 소비자들에 의해 사용되고 있다면서 화웨이가 신뢰받는 기업임을 강조했다.


  지난 1월 미국 2위의 이동통신사인 AT&T는 화웨이가 생산하는 스마트폰의 미국 시장 출시 계획을 포기했다.


  앞서 지난 7월 영국 정보기관인 정부통신본부(GCHQ)는 화웨이의 통신기기들이 국가안전보장상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GCHG 산하 '사이버 보안 평가센터'는 화웨이 제품에 관한 연차 보고서에서 "화웨이 제품 제조공정과 기술 개발 등에서 생긴 결함이 영국 통신망을 새로운 위험에 노출 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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