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국내 희귀질환자 50만명…45% "진단까지 1000만원 의료비 부담"


[파이낸셜데일리=김정호 기자] 지난해까지 희귀병으로 진단 받은 환자가 5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환자들이 진단받는 데만 1000만원 이상 의료비를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질병관리본부 의뢰로 가천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진행한 '국내 희귀질환 현황 분석 및 지원 개선방안 도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사망자(25만3227명)를 제외한 희귀질환자 수는 50만1320명이었다.


희귀질환은 유병인구가 2만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인구를 알 수 없는 질환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처음으로 927개 희귀질환 목록을 마련했다.


이번 연구는 2002년부터 2016년까지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이용해 희귀질환자 유병자수와 의료비, 특성 등 현황을 파악했다.


누적 유병자수는 2002년 2589명에서 2008년 23만8687명, 2010년 31만4681명, 2013년 41만8220명, 2016년 52만970명 등으로 증가추세를 보였다. 


안윤진 질병관리본부 희귀질환과장은 "희귀질환은 감염병처럼 다른 요인에 의해 발병자가 늘어나는 질환이 아니다"라며 "의학적 기술이나 유전자 검사 기술 등이 발달해 드러나지 않았던 환자들이 명확히 진단을 받게 되면서 숫자가 늘어난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희귀질환은 진단을 받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환자수가 적어 관련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은 까닭에 의료비 부담이 가중된다.


연구진이 의료비 지원사업 대상자 중 17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증상 발생부터 진단 전후로 막대한 비용이 들어갔다.


증상이 나타난 시점부터 진단되기까지 발생한 의료비를 보면 45.0%(768명)가 1000만원 이상 의료비를 지출했다고 답했다. 5명중 1명꼴인 335명(19.6%)은 진단받기까지 3000만원 이상 의료비를 부담했다.


최근 1년간 발생한 의료비로 범위를 좁혀도 14.9%(254명)는 1000만원 이상 의료비를 지출했으며 진단 후 1년간 1000만원 이상 의료비를 부담한 경우도 37.1%(633명)나 됐다.


이들 가구 중 33.8%(576명)가 연간 가계 수입이 2400만원 미만이었으며, 22.2%(378명)는 가계 생계비에서 40% 이상을 희귀질환 치료에 썼다.


4.7%(81명)는 가계 전체 생계비의 80~100%를 고스란히 치료하는 데 집중해야 했다.


치료가 필요한데도 최근 1년간 의학적 치료를 받지 못한 사람 4명중 1명(24.2%, 289명 중 70명)은 '진료 및 치료비를 지불할 돈이 없다'고 답했다.


현재 희귀난치성질환 환자는 의료비의 10%만 부담하는 산정특례 적용을 받고 있다.


올해부턴 환자와 가족 등의 의견수렴과 희귀질환 조사 및 희귀질환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100개 희귀질환이 산정특례 대상에 새로 포함돼 1800여명이 건강보험 지원을 받는다.


연구진은 "단기적으로 신체적 기능적 장애를 안고 있는 희귀질환자의 장애인 등록이 원활하게 이뤄져 소득 및 활동 보조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신체적인 장애 기준으로 돼 있는 현행 장애인 기준 및 범위를 확대하고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이 있다"면서 "중장기적으론 희귀질환자 등 중증질환자를 대상으로 소득손실을 보장하는 상병수당 제도 도입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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