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공시가격 19% 급등…집주인 세 부담, 월세로 전가?

"14년 만에 최대폭 상승"…보유세 부담 가중
세금 부담 임대인에게…"임대료 상승 불가피"

 

[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기자]  "전세를 반전세(보증부 월세)나 월세로 돌리려는 문의가 많아졌어요."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대장주로 불리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단지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급등한 세금을 월세로 충당하겠다는 집주인들이 늘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보유세가 올해부터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예고되면서 집주인들이 전세 대신 월세를 선호하는 것 같다"며 "보유세 부담이 늘었지만 반전세나 월세로 돌려 버티겠다는 집주인들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예정)이 지난해 대비 19% 넘게 급등하면서 과세 부담이 임차인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집주인의 보유세 등 늘어난 세금 부담을 임대료에 반영하면서 임대료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시가격은 보유세와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산정 등 60개 분야의 세금을 매기는 기준이다. 올해 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재산세에 종부세까지 내야 하는 고가·다주택자들의 보유세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임대 물량 자체가 많지 않은 '임대인 우위 시장'에서 주도권을 쥔 임대인들이 전세를 반전세나 월세로 돌리거나 임대료를 올릴 가능성이 크다. 조세 부담을 임차인에게 떠넘길 수 있다는 얘기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5일 공개한 '2021년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에 따르면,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예정)은 지난해보다 19% 상승했다. 지난 2007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1주택자 기준 종부세 부과 대상이 되는 공시가 9억원 초과 아파트가 전국 기준으로 70% 늘었다. 서울은 아파트가 41만2970가구로, 지난해 대비 47% 증가했다. 서울 아파트 6가구 중 1가구가 종부세 대상이 됐다.

 

국토부의 모의 분석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도곡렉슬 전용면적 114㎡는 지난해 1424만원이던 보유세가 올해 2166만원(52%)으로 껑충 뛰었다. 이 아파트의 올해 공시가격은 25억1000만으로, 지난해(21억7000만원)보다 3억4000만원 상승했다.

강북지역 공시가격도 급등했다.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84㎡의 올해 공시가격이 12억7000만원으로, 보유세로 533만원을 내야 한다. 지난해(362만원)보다 117만원(47%)이나 올랐다. 또 종부세는 51만원에서 141만원으로 3배 가까이 상승했다.

주택시장에서는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전세난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7월 말 임대료 인상을 5% 이내로 제한하는 '전월세상한제'와 임대차 계약이 만료됐을 때 임차인이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이 시행되면서 반전세(보증부 월세)나 월세 계약이 증가한 상황에서 세금 부담이 커진 집주인들이 전세보다 월세를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새 임대차보호법 시행 후인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까지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는 총 7만5684건 체결됐다. 이 가운데 흔히 반전세라 일컫는 월세를 낀 거래는 2만 4887건으로, 전체 임대차 거래 중 32.9%를 차지했다. 임대차법 개정 전 6개월(지난해 2~7월) 간 28.2%였던 점을 고려하면 4.7% 늘어났다.

전세시장은 여전히 불안하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2018년 이후 현재(2월 기준)까지 3년간 27.7%(3.3㎡당 739만원→931만원) 상승했다. 전세수급지수도 170.4를 기록했다. 전세수급지수는 전세 공급이 부족한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전국 표본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설문을 통해 추출한다. 전세수급지수가 200에 가까우면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공시가격 인상으로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일부 고가·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을 수 있지만, 일부는 세입자에게 보유세 부담을 전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세입자에게 세금 부담을 전가한다면 전·월세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권 교수는 "전세가 월세로 급격히 전환되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반전세나 월세 형태의 계약이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며 "지금의 전세난이 해소되지 않으면 세입자의 부담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