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데일리 서현정 기자] 북한이 16일 이동철도 방식 탄도미사일 발사 체계를 처음 공개했다. 이는 한미 군 당국의 발사대 선제타격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북한 군 서열 1위 박정천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는 16일 오전 철도를 활용한 탄도미사일 발사 성공 사실을 알리며 "철도기동미사일체계는 전국 각지에서 분산적인 화력임무 수행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위협세력에게 심대한 타격을 가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응타격수단"이라고 소개했다.
박정천은 또 "우리 당 제8차 대회가 제시한 군대 현대화 노선과 방침에 따라 철도기동미사일체계를 실전 도입한 것은 나라의 전쟁억제력 강화에서 매우 커다란 의의를 가진다"고 강조했다.
박정천은 군대 현대화를 언급했지만 철도와 열차를 이용한 미사일 발사 방식은 옛 소련과 미국 등이 이미 구사했던 것이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이동철도 방식의 미사일 발사는 오래전에 러시아에서 실행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러시아 철도 기반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을 단거리 탄도미사일용으로 모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과거 미국도 1980년대 MX 피스키퍼 ICBM 개발 시 철도이동형 미사일발사대(Peacekeeper Rail Garrison)를 개발한 사례가 있다"며 "하지만 미국 전역과 전 국민을 소련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의 표적으로 노출시키게 되는 운용방안이라는 비판과 군 부대 시설 유치를 희망하는 미국 각 지방정부들의 로비로 인해 철도이동형 발사대 개발이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철도와 열사를 활용한 미사일 발사는 적의 발사대 탐지와 추적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열차에 한꺼번에 많은 미사일을 실을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장영근 교수는 "실제 철도로 산지나 오지로 이동해서 발사하면 탐지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전시에도 선제타격이 거의 불가능하다"며 "이런 방식의 미사일 발사를 추진하고 철도기동미사일 여단까지 설치한다는 것을 보면 한미의 감시정찰에 의한 선제타격을 막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종우 국장은 "철도를 이용하면 차륜형 발사대의 제한된 작전 반경을 늘릴 수 있다"며 "또 다량의 탄도미사일을 한꺼번에 운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류성엽 위원은 "북한은 기존 차륜형, 궤도형 이동식 발사대(TEL)에 비해 고중량의 미사일을 고속으로 이동할 수 있는 철도의 이점을 활용해 북한 전역을 돌아다니며 발사진지를 점령할 수 있는 기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류 위원은 이어 "기존 차륜형, 궤도형 TEL에 더해 철도이동형 TEL이 전력화될 경우 이동표적에 대한 위치오차 수정이 불가능한 재래식 탄두의 탄도탄 미사일로 이들 모두를 격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고성능 TEL을 탐지, 식별, 추적, 타격하기 위해서는 솔레이마니 제거작전과 아프간 IS 제거작전 등에서 이미 성능을 입증한 MQ-9 리퍼(Reaper)와 같은 장기체공형 무인공격기를 긴급전력으로 시급히 획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이번 시험 발사를 철도와 연결된 터널 앞에서 한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류성엽 위원은 "북한은 철도를 위해 기존에 준비된 터널을 은폐·엄폐 시설로 활용해 생존성을 높이는 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 방식은 약점이 있다. 철로가 훼손될 경우 목표했던 지점으로 이동하기 어려워진다. 발사 지점이 철도상이나 엄폐구역인 터널 근처로 한정되는 측면도 있다.
신종우 국장은 "무거운 탄도미사일 플랫폼의 이동 반경을 늘릴 수는 있으나 철도가 파괴되면 제한이 크다"고 설명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터널 같은데 숨겨놨다가 바로 발사하면 발사전 요격이 쉽지는 않을 것 같긴 하지만 철로는 유사시 공격 대상이고 감시되고 있는 대상이어서 TEL보다 더 위협적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철도기동미사일체계가 완성됐을지도 미지수다. 류성엽 위원은 "북한이 아직 개발 또는 배치 중인 무기체계를 과장해 선전했을 가능성이 있어 실전배치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추가 첩보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번에 이동철도식 미사일 발사 체계를 공개한 데 이어 앞으로도 새로운 무기체계를 지속적으로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결국 북한은 대남, 대미관계와 관련해 대화를 모색하기보다는 국가방위력과 강력한 선제타격능력 강화가 현재로서는 최선책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셈"이라며 "갈수록 위협적인 군사력 시위는 자신들에게 보다 유리한 대화국면을 조성하는 데, 즉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철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도 동시에 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