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반도체 겨울이라더니, 덜 춥다?…춘절기 빨리 오나

韓 반도체 업계 11월 수출 증가세 지속
DDR5 등 신제품 출시 앞두고 시장 기대감
반도체 경기 척도 필라델피아지수도 오름세
모건스탠리도 '반도체 겨울론'서 한 발 물러서

 

 

[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기자]  "메모리, 겨울이 오고 있다.(Memory, winter is coming)"

지난 8월 모건스탠리의 한 보고서는 반도체 공급 과잉 우려를 시장에 촉발했다.

이후 실제로 PC나 스마트폰 제조에 사용되는 D램 가격이 올해 3분기(7~9월)를 고점으로 하락 전환하자, 이 보고서는 최근까지도 업계 전망의 '금과옥조'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근래 들어 시장의 양상은 조금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꺾일 것만 같았던 한국 기업들의 반도체 수출 증가세는 아직 이어지고 있다. DDR5 등 신제품 출시가 업황 회복을 견인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반도체 기판 웨이퍼 부족 우려로 가격 하락 폭을 제한하고 있다.

이에 반도체 기업의 주가는 다시 뛰고 있다. 그러자 모건스탠리가 이후 내놓은 반도체 시장 전망에도 다소 변화가 읽힌다. 시장에 다시 온기가 돌 수도 있다는 전망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23일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이달 1~20일 한국 기업들의 반도체 수출은 74억8249만 달러를 기록해, 전월 1~20일 63억9366만 달러 수준을 넘겼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 9월 한 달간 123억7589만 달러로 정점을 기록한 이후, 10월 들어 113억8702만 달러로 8.0% 감소했으나 11월 들어서는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업계 관계자는 "전자제품 성수철을 맞아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면서 수출 증가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다만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의 경우 지난 10월 매출이 41억4000만 달러로, 전월 대비 6.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업계의 업황 전망에 애를 먹이고 있다.

한동안 반도체 공급 과잉 전망에 찬물을 끼얹은 듯했던 반도체 업계에도 변화의 기류가 감지된다.

특히 내년부터 '차세대 D램'인 DDR5 제품의 양산에 들어가 D램 세대교체 수요가 나타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DDR'은 세계반도체표준협회(JEDEC)에서 정한 반도체 규격이다. 서버와 PC에 쓰이는 중앙처리장치(CPU)와 호환되는 D램 제품을 말한다.

오히려 공급 차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수요 업체들의 재고 관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선 DDR5 양산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D램 공급이 일시적으로 줄어들 수 있는 데다, 최근 실리콘 기판(웨이퍼)의 가격이 상승하고 있어 추후 제품가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 시장도 최근 반도체 업황의 미묘한 변화에 편승해 상승에 베팅한 상태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최근 상승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지수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반도체 기업 중 시가총액이 큰 30개 종목을 골라 지수화한 것으로 세계 반도체 경기의 척도로 여겨진다.

또 메모리 반도체 시장 3위 업체인 마이크론의 주가도 최근 오름세를 보이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등하는 등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팽창하고 있다.

이에 모건스탠리도 한 발 물러선 상태다.

모건스탠리는 이달 내놓은 삼성전자 보고서에서 "메모리 가격이 약세긴 하지만 4분기 가격은 연구원들의 예상보다는 '덜 나쁜'(less bad) 편"이라고 소개하며, 생산업체의 낮은 재고와 클라우드 서버의 강세 등으로 인해 최근의 다운사이클이 짧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 4분기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은 3분기보다는 못하겠지만, 당분간 계속해서 업황이 좋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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