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데일리 서현정 기자] 전 세계가 코로나19 새 변이 '오미크론' 출현으로 공포에 떨고 있는 가운데 기존 백신으로 대응이 가능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백신 회사들은 기존의 백신들이 새로운 변이와 싸우기 위해 충분한 중화 항체(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들아왔을 때 감염을 막아주는 항체)를 생산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진행 중인 실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항체 수치가 높게 유지된다면, 기존 백신이 오미크론에도 효과가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오미크론의 전파력, 치명률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기존 백신이 충분한 보호를 제공하는 것으로 판명된다면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전환점을 맞이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오미크론이 기존 백신의 효과를 제한한다고 해도 백신의 보호 효과를 완전히 무력화시키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전문가들은 기존 백신이 오미크론 감염으로 인한 입원이나 사망을 막아줄 것으로 예상했다.
남아공의 코로나19 내각 자문위원인 이안 샌느 박사는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의 다수는 여전히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인 점을 고려할 때 백신은 여전히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수석 의료 고문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2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오미크론의 전염성과 심각성, 특징 등 확실한 정보를 얻기까지 2주 이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존하는 백신이 심각한 코로나19 사례에 대해서도 일정 수준의 보호를 제공한다고 믿는다면서 백신 추가 접종이 가장 강력한 보호대책이라고 말했다.
미 국립보건원의(NIH)의 프랜시스 콜린스 원장도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존 코로나19 백신이 델타 등 다른 변이에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오미크론에도 효과가 있다고 믿을 만하다"며 "기존 백신으로 충분히 보호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스터샷이 최선의 전략
미국 정부는 코로나19 새 변이인 '오미크론'에 대한 최선의 전략으로 부스터 샷(추가 접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백악관은 28일 위협의 범위가 불분명하지만 잠재적으로 위험한 코로나 바이러스 변이로부터 국가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의 핵심 무기라며 이 같이 밝혔다고 WP는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2명의 미 행정부 고위 관리에 따르면 고위 보건 당국자들은 새로운 변이 오미크론에 대한 최신 정보를 검토하고 다음 단계를 알리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이날 남아프리카 과학자들과 통화했다.
백신이 새로운 변이에 대해 얼마나 잘 보호하는지는 조만간 발표되겠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이미 오미크론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수단으로 가능한 한 많은 미국인들에게 앞으로 몇 일 안에 추가 접종을 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다른 변이에 비해 방어력이 떨어지더라도 추가 접종을 통해 바이러스 중화항체를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게 보건당국 고위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파우치 소장은 "우리가 확실히 알고 있는 것은 화이자 또는 모더나 2회 접종을 받은 사람에게 추가 접종을 하면 중화 항체 수치가 엄청나게 높아진다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파우치는 "부스터 샷이 최소한 새로운 변형에 대한 부분적인 보호막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코로나19 대응팀의 권고는 모든 성인이 가능한 한 빨리 추가 접종을 받고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성인과 자격이 있는 어린이가 예방접종을 받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전면적인 부스터 샷 실시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부스터 샷이 본격화할 경우 저개발국의 백신 접종 속도가 더 늦어져 상황이 지금보다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존스홉킨스대학 데이터에 따르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약 24%만이 완전한 백신 접종을 받은 반면 미국인은 약 60%가 예방 접종을 받았다.
셀린 군더 뉴욕대 감염병 교수는 "부스터 샷 중심 접근 방식은 개발도상국의 많은 부분이 백신 접종을 받지 않은 상태로 남아 다른 변이체가 출현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 수 있음을 의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기적으로 이득이 될 가능성이 높은 접근 방식과 장기적으로는 이득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다른 접근 방식이 있다. 어떻게 이들을 따져 볼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저소득 국가의 낮은 접종률은 백신 물량보다는 의료 시스템의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이 때문에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는 평가다.
파우치는 "저소득 국가에 배송된 수백만 도즈의 백신이 사용되지 않은 점은 전 세계 문제의 복잡성을 보여준다"며 "남아프리카 공화국 관리들은 최근 백신 제조업체들에게 국가가 기존 재고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선적을 늦출 것을 요청했다"고 했다.
◆면역회피 우려에도 백신 접종 필요성 부각
오미크론이 백신 효능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백신을 맞는 것이 낫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8일 가디언에 따르면 현재 사용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과 항체 치료제는 최초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맞게 설계돼 있다. 인체 세포를 감염시키는데 핵심 역할을 하는 스파이크 단백질과 결합하는 방식으로 면역 체계를 훈련한다.
오미크론은 수용체결합영역(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의 수용체와 결합하는 영역·RBD) 10개를 포함해 스파이크 단백질에 32개의 돌연변이를 일으켰다. 전염성이 강하고 돌파감염이 가능한 델타 변이도 RBD 유전자 변이는 2개 뿐이었다.
이 변형이 많을수록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맞게 개발된 백신과 항체 치료제는 효능이 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오미크론은 면역을 회피해 백신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백신이 감염이나 중증화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이전 감염이나 백신에 반응해 성장하는 항체와 T세포 영역, 즉 '에피토프'(epitopes)가 여전히 일부 작동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니 알트만 런던 임페리얼칼리지 교수는 "유전자 변형이 많으면 주요 중화 항체 표적 대부분이 망가질 것이고, 면역 보호 효과는 남는 게 없어질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남아공의 입원 환자들은 대부분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또 "(면역세포인) T세포는 변이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그것은 보호막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폴 모건 영국 카디프대 면역학 교수는 오미크론의 전파력이 강할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면역력을 완전히 상실하기 보다는 일부 무력화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관측했다.
그는 "바이러스가 표면의 모든 단일 에피토프를 잃을 가능성은 없다. 그러면 스파이크 단백질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이전 버전의 바이러스나 백신에 대응해 만들어진 항체와 T세포 복제 중 일부는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다른 것들은 여전히 유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부스터샷을 확대함으로써 그러한 보호 효과를 강화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라며 "면역반응이 절반, 혹은 3분의 2, 혹은 무엇이든 간에 그것은 더 활성화될수록 좋다"고 조언했다.
데이비드 매튜스 브리스톨대 바이러스학 교수는 "만약 백신을 완전 접종하고 델타 변이에 감염된 뒤 회복했다면 매우 광범위하고 효과적인 면역 반응을 갖게 됐을 것"이라며 "많은 변이를 이겨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