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데일리 이정수 기자] 올해 관심을 가장 많이 끈 과학소식은 '누리호 발사'가 꼽혔다. 우주개발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높다는 분석이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올해의 10대 과학기술 뉴스'를 29일 발표했다.
과총은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고자 한 해의 주요 연구개발 성과와 사회적으로 주목받은 과학기술 이슈로 구성된 10대 과학기술 뉴스를 2005년부터 매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과총에 따르면 과학기술 이슈 부문 뉴스로는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 발사 '미완의 성공'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변이바이러스의 출현 ▲메타버스 시대 열어가는 과학기술 ▲기후변화 시대의 과학기술과 ESG 등 4건이 선정됐다.
연구개발 성과 부문 뉴스로는 ▲국산 전기차 경쟁력 높인 전용 플랫폼 'E-GMP' 개발 ▲암세포가 면역세포 공격 피하는 원리 규명 ▲전 세계 최대 규모의 3차원 암 게놈 지도 구축 ▲종이접기 하듯 자유자재로 접히는 QLED 개발 ▲소변검사로 전립선암 20분 만에 진단 ▲4세대 방사광가속기 인류 사상 최고 밝기의 빛 구현 등 6건이 뽑혔다.
과총은 '누리호 발사' 관련 뉴스가 88.3%의 높은 득표율(10건 복수선택)로 선정돼, 명실상부 올해 국내 과학기술계 최대 이슈이자 국가적 성과였음이 증명됐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선정된 '코로나19 팬데믹' 관련 뉴스도 77.4%의 높은 득표율을 보여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디지털 전환 시대의 가속화를 대표하는 '메타버스'와 세계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기후변화와 ESG' 이슈도 큰 관심을 받아 10대 뉴스에 이름을 올렸다.
연구개발 성과 부문에서는 총 6건 중 절반인 3건이 '암세포 원리 규명', '암 게놈 지도 구축', '전립선암 간편 진단' 등 암 관련 연구 성과로 선정돼 암 정복에 대한 국민의 높은 관심이 드러났다고 알렸다. 또한 최근 주목받는 첨단기술인 전기차, 디스플레이(QLED) 등은 물론 기초 과학 연구를 위한 방사광가속기 관련 성과가 포함되면서 다양한 분야의 연구 결과가 조명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2021년 '올해의 10대 과학기술 뉴스' 과학기술 이슈와 연구개발 성과의 상세 내용이다.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 ‘미완의 성공’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전남 고흥 나로호 우주센터에서 10월 21일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첫 발사에서 우주 700㎞ 고도까지 도달하였으나 3단 엔진이 예상보다 짧게 연소되어 마지막 단계인 위성 모사체를 목표 궤도에 안착시키지는 못하며 미완의 과제를 남겼다. 그러나 이번 도전으로 한국은 독자적으로 발사체를 쏘아올린 10번째 국가가 되었고, 순수 국내 기술로 12년의 결실을 맺으며 우주 선진국으로 성장할 발판을 마련하는 성과를 거뒀다. 누리호 프로젝트에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중심으로 국내 300여 기업이 개발과 제작 등에 협력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
올해도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기승으로 팬데믹 상황이 지속됐다.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도 2월 26일 첫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접종률 80%를 빠르게 달성했다. 그러나 변이 바이러스 발생은 돌파감염으로 백신을 통한 집단면역 형성에 변수를 만들었고, 높아진 백신 접종률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코로나19 확산세는 정점을 찍고 있다. 우리나라는 11월, 단계적 일상회복과 백신패스 제도를 시행했으나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등의 출현 및 급격한 확산으로 백신 3차(추가 부스터샷)접종 간격 단축과 거리두기 및 비상방역지침이 강화된 상황이다.
◆메타버스 시대 열어가는 과학기술
첨단 과학기술이 탄생시킨 메타버스 시대가 열리고 있다. 메타버스(metaverse)란 초월·가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 세계처럼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의 가상 세계를 말한다. 즉 메타버스를 통해 구현된 가상현실 공간(플랫폼)에서 사용자는 자신을 대신한 ‘아바타’로 다양한 대리 경험을 할 수 있다. 코로나19와 맞물려 교육 및 경제·산업 분야에서도 대면 활동이 축소되면서 메타버스를 활용한 비대면 교육과 재택근무 등이 빠르게 확산됐으며 게임,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국내·외 메타버스 열풍이 점점 거세짐에 따라 인공지능, 정보통신기술 등의 관련 기술과 산업이 지속적으로 육성·투자될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 시대의 과학기술과 ESG
최근 한반도 기후위기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0년간 남한 지역의 연평균 기온은 30년 전에 비해 0.9℃ 높아졌으며, 올해 7월의 동해 평균 해면수온은 1982년 수온 측정 시작 이래로 가장 높았다. 이에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과학기술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인 친환경 제도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ESG를 선언한 기업들이 실질적인 투자와 연구를 확대하면서 과학기술계와의 활발한 협업과 과학기술 혁신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한편 올해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의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18년 대비 40% 이상 감축하도록 명시한 내용의 ‘탄소중립기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산 전기차 경쟁력 높인 전용 플랫폼 ‘E-GMP’ 개발
현대자동차그룹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를 개발해 공개했다. E-GMP는 현대차그룹이 올해부터 선보인 차세대 전기차 라인업의 뼈대가 되는 기술집약적 신규 플랫폼이다. E-GMP는 차량의 실내 공간을 넓혔으며 고성능의 모터·배터리·충전시스템과 모듈화 및 표준화 도입, 전기차 맞춤 안정성 강화 등이 적용된다. 특히 배터리 충전 시스템은 현재 세계 양산 전기차 중 유일하게 800V의 전압을 사용, 충전 속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 국산 전기차 경쟁력을 끌어올려 고성능 전기차 모델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을 받는다.
◆암세포가 면역세포 공격 피하는 원리 규명
한국인 과학자 임선아 면역학 박사가 소속된 미국 세인트주드 어린이연구병원 연구진은 암세포가 조절 T세포만을 활성화해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하는 원리를 밝혔다. 임선아 박사는 이 연구에서 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진은 ‘SREBPs’ 단백질이 조절 T세포만을 활성화해 자가면역에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서도 종양세포를 공격하지 않도록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종양세포에서 SREBPs의 활성을 막는다면 면역항암제의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효과가 적거나 없는 환자들에게도 면역항암제를 사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전 세계 최대 규모의 3차원 암 게놈 지도 구축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 정인경 교수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 이병욱 박사팀이 약 400여 종 이상의 전 세계 최대 규모 3차원 암 게놈 지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동시에 대규모 구조 변이와 3차원 게놈 지도를 연결할 수 있는 분석 도구들을 개발했고, 이를 통해 대규모 암 유전체 구조 변이에 따른 3차원 게놈 구조의 변화와 표적 유전자를 규명할 수 있었다. 이 연구 결과는 암의 발병 원리를 이해하고 항암제를 개발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종이접기 하듯 자유자재로 접히는 QLED 개발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 연구단 김대형 부연구단장(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과 현택환 단장(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석좌교수) 공동연구팀이 기존 평면 디스플레이로는 구현하기 힘든 정보까지 표현할 수 있는 3차원 디스플레이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나비, 비행기 등 복잡한 3차원 모양을 가진 QLED를 제작하였으며, 특히 64개의 픽셀로 구성된 피라미드 형 3차원 폴더블 QLED는 2차원과 3차원 구조 간 변형이 자유로워 사용자가 원하는 형태로 자유자재로 접을 수 있는 디스플레이 개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소변검사로 전립선암 20분 만에 진단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생체재료연구센터 이관희 박사팀과 서울아산병원 정인갑 교수 연구팀이 소변에서 전립선암을 단 20분 만에 100%에 가까운 정확도로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초고감도 전기신호 기반 바이오센서에 스마트 인공지능 분석법을 도입해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소변을 활용한 진단검사는 환자 편의성이 뛰어나고 침습적인 조직검사가 필요하지 않아 부작용이나 환자의 고통 없이 암을 진단할 수 있다. 연구진은 스마트 바이오센서의 개발이 소변을 활용한 다른 암종의 정밀 진단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 인류 사상 최고 밝기의 빛 구현
포항가속기연구소 강흥식 박사 연구팀은 4세대 방사광가속기(이하 PAL-XFEL)에 셀프시딩(Self-Seeding) 방식을 적용하여 기존의 SASE 방법보다 약 40배 이상 밝기가 개선된, 인류가 만든 가장 밝은 빛을 만들어 냈다. PAL-XFEL는 전 세계 5기가 운영 중이며, 이 가속기가 만드는 4세대 방사광, 즉 X선 자유전자레이저는 원자 및 분자의 실시간 동적 현상을 관찰하는 데 사용된다. 이 빛은 미국, 일본, 독일, 스위스의 4세대 방사광가속기(선형)의 밝기보다 10배 이상 밝은 성능을 자랑하여, 한국의 방사광가속기 기술이 우위에 있음을 또 한 번 입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