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엄청나다. 가수 보아(28)는 첫 주연을 맡은 댄스 영화 '메이크 유어 무브'(감독 듀안 에들러)에서 쉼 없이 몸을 굴린다. 신이 나게 북을 두드리다가도 화려한 탭댄스로 클럽을 뒤흔든다.
춤추다가 사랑에 빠지게 된 상대 '도니'(데릭 허프)와 선보이는 끈적이는 커플 댄스도 볼거리다. 보아는 "데릭 허프도 춤꾼이다 보니 알게 모르게 경쟁의식이 있었다. 리프트가 많아서 위험했던 순간도 있어 신경이 곤두서 싸우기도 했다. 누구 하나 실수를 하면 다칠 수 있다는 생각에 긴장하며 촬영했다. 둘 다 춤에 대한 욕심이 있어서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됐던 것 같다. 다행히 부상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평소 춤에 자신이 있었지만, 드럼과 현대무용, 탭댄스 등은 새롭게 배워야 했어요. 도니와의 춤이 대부분 원테이크로 하는 부분이라 풀 안무를 선보여야 해 체력도 중요했고요. 하지만 몇 번 재촬영하다 보니 감정이 끌어 오르더라고요. 자연스레 교감할 수 있었죠."
솔로 가수로 활동한 지 14년째다. 커플댄스가 익숙지 않다. "누가 나를 만지고 가까운 거리에서 숨소리를 들어가며 춤추는 걸 상상도 못했다. 경험이 없어서 적응할 때까지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이 작품을 통해 새로운 춤의 재미를 알게 됐다"고 웃었다. 보아는 이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댄스를 직접 작사·작곡한 곡 '온니 원'(Only one) 안무에 활용했다.
데릭과 호흡도 중요했다. "동양인이 백인의 남자와 얼마나 어울릴 수 있을지 걱정했어요. 잘 어울린다는 얘기를 들으니 뿌듯하네요. 제가 낯을 많이 가리는데 데릭이 외국 친구라서 그런지 의사표현이 개방적이고 활발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먼저 다가와 주고 말을 걸어줘서 급속도로 친해졌죠. 그러다 보니 댄스 호흡도 더 잘 맞았던 것 같고요."
"이 작품으로 첫 키스신을 찍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느낌은? "촬영 자체가 촉박하게 진행돼서 빨리 찍어야 했다. 설레기보다는 '빨리 찍고 가자'는 생각이 컸다. 다행히도 촬영하면서 편해져서 그런지 몇 테이크 안가고 OK를 받을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베드신도 댄스로 승화했다. 데릭의 방에서 진한 커플댄스를 추다 두 사람은 침대로 이동했다. 노출은 없었다. "아직 노출신은 자신이 없다"는 마음이다.
보아는 이 작품으로 "연기의 재미를 알았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연기에 대한 제의가 많았지만, 가수 활동 외의 다른 분야를 접할 여유가 없었다. '메이크 유어 무브'가 정극이었으면 안 했을 것 같다. 댄스 영화는 예전부터 하고 싶었다. 가수는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춰야 해서 내가 잘하는 춤을 다 보여줄 수 없었다. 춤만의 매력을 보여줄 좋은 기회였다. 출연 결정을 하고 나니 연기에 대해 점점 매력을 느끼게 됐다"는 것이다.
"댄스 영화잖아요. 춤을 못 춘다는 반응이 혹평이죠. 하지만 자신이 있었어요. 퍼포먼스가 좋았다는 말만 들어도 성공이다 싶었죠. 연기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말자는 생각에 죽기 살기로 했고요."
보아는 앞으로 연기와 가수 활동을 병행한다. KBS 2TV 단막극 '연애를 기대해'에 출연했다. 현재 이정재와 함께 영화 '빅매치' 촬영 중이다. "하나의 목표를 두고 누군가와 협동해서 만들어가는 과정이 뿌듯하더라고요." 연애는? "연애만 하면 금상첨화, 화룡점정이겠죠?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