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고용노동부가 쿠팡에서 배송업무를 하는 기사들이 근로자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다만 현재 쿠팡로지스틱스(CLS)와 그 위탁업체 일부에서 산업안전보건규칙 위반을 적발해 과태료 9200만원을 부과했다.
고용부는 1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쿠팡CLS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그동안 쿠팡 배송기사의 산재사망 등 쿠팡 관련 산업안전보건 및 근로조건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당초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여야 모두 특별감독을 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주문했으나, 특별감독은 동시에 2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1년 간 3회 이상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경우 등 요건이 있어 고용부는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1달여 간 기획감독을 실시했다.
이번 감독은 24시간 배송사업에 대한 최초 감독으로, ▲산업안전보건 기획감독 ▲일용근로자 적정 근로계약 체결 등 기초노동질서 감독 ▲배송기사 불법파견 근로감독 등 3개 분야로 나눠 실시했다.
우선 고용부는 쿠팡 택배기사들의 '불법파견' 의혹과 관련해 택배기사들은 쿠팡CLS로부터 직접적인 업무지시를 받고 일하는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지난해 5월 쿠팡 심야 로켓배송 업무를 하던 택배기사(퀵플렉서) A씨가 사망하면서 A씨가 쿠팡으로부터 업무지시를 받아 무리하게 일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숨진 A씨의 카카오톡 메시지에 따르면 쿠팡CLS 직원이 A씨에게 'B씨(동료 기사) 일이 많이 남았다. 달려달라'고 하자, A씨가 '개처럼 뛰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쿠팡CLS 본사, 11개 배송캠프 및 34개 택배 영업점을 대상으로 83회의 현장조사와 쿠팡CLS 직원 및 퀵플렉서 137명 대면조사, 퀵플렉서 1245명의 1년치 카카오톡 메시지를 분석한 결과 직접적인 업무지시는 없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구체적으로 고용부는 ▲퀵플렉서들이 화물차량을 소유하고 관리하며 차량유지비를 스스로 부담하는 점 ▲아르바이트 혹은 가족 등과 함께 배송이 가능한 점 ▲본인 재량으로 입차시간을 조정할 수 있고 배송을 완료하면 회사 복귀 등 없이 바로 업무가 종료되는 점 ▲고정된 기본급이 없고, 배송 건당 수수료를 지급받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특히 쿠팡CLS와 퀵플렉서 간 카카오톡 대화는 1일 평균 5회 이내로 빈도가 높지 않고, 주로 오배송이나 파손 시 처리 절차 안내와 물량 안내 등 배송 과정에서 퀵플렉서의 문의나 안내나 정보 제공 용도로 활용됐다고 설명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저희가 메시지를 분석한 결과 물량 안내, 입·출차 확인, 배송상품 처리 등과 관련된 게 90%였고 일부 배송을 독려하거나 지원이 필요하냐고 묻는 대화가 9.6%가량 됐다"며 "배송 독려나 지원 요청이 근로기준법상 업무지시 성격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저희가 봤을 때는 업무 지원이나 협의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대법원 판례로도 배송시간이나 장소를 알려주며 일을 독려하는 건 내용을 알려주는 것이라 근로자성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산업안전보건법령을 위반한 사항이 여러 건 적발됐고, 일용근로자와 제대로 근로계약을 맺지 않고 개인사업자로 위장한 '가짜 3.3' 계약을 한 경우가 적발돼 조치했다.
산업안전보건 분야에서는 서브허브, 배송캠프 및 택배영업점 등 41개소에서 산업안전보건법령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53건에 대해서는 9200만원 상당의 과태료 부과 처분을 내렸다. 4건에 대해서는 사법처리, 34건에 대해서는 시정조치했다.
현행 법상 3일 이상의 휴업이 필요한 부상 또는 질병이 발생한 경우 1개월 이내에 지방고용노동관서에 보고해야 하지만 이를 보고하지 않거나 기간을 넘긴 사실이 확인됐다. 또 휴게설치 관리 기준 미준수나 위생시설 미설치, 기계 방호조치 미비 등도 적발됐다.
가짜 3.3계약과 관련해서는 쿠팡CLS 위탁업체 3개소에서 근로계약 미체결 사실이 적발됐고, 위탁업체 4곳과 다른 택배사 물류업체 2개소에서 일용근로자 360여명에 대해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3.3%)를 납부하고 있는 실태를 확인했다.
고용부는 제대로 근로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일용근로자들에 대한 4대 보험을 직권으로 가입하도록 했고, 휴일근로수당 미지급 등 근로기준법 위반에 대해서는 시정지시했다.
이와 함께 고용부는 쿠팡에 근로자 및 배송기사의 건강권 보호 및 작업환경 개선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무리한 야간노동이 뇌심혈관계 질환 등 여러 질병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주5일 근무 ▲야간배송 방식 조정 ▲배송거점 추가 확보 등 업무 경감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심리상담을 지원하고, 온열·한랭질환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휴게시설 확충이나 냉·난방기 설비 보강, 적절한 휴식 부여 등도 요구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난해 쿠팡이 자체적인 대책을 두 차례 발표했고, '클렌징'(구역회수)과 관련한 조항도 개선방안으로 내놨다"며 "저희가 개선사항을 요구하면 그에 맞는 대책이 마련돼서 시행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또 충실히 이행되도록 지도하고 모니터링해서 올해는 작년과 같이 사업장에서 사망사고나 부상이 없도록 같이 노력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