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10년 전의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 하드웨어적인 프로세스와 문화는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 사고방식과 제도, 관행을 떨쳐 내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2일 오전 서울 신라호텔에서 신년하례식을 갖고 회장단·사장단·임원진 등 18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올해 삼성의 화두를 이와 같이 밝혔다.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는 신경영을 선언한 이후 또 한번의 고강도 '혁신'을 주문한 것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는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가 굳어지고 시장이 위축되는 가운데 우리는 글로벌 기업들과 사활을 걸어야 했고 특허전쟁에도 시달려야 했다"며 "한시도 마음놓을 수 없는 상황에서 삼성은 투자를 늘리고 기술개발에 힘을 쏟아 경쟁력을 높이면서 좋은 성과도 거뒀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신경영 20년간 글로벌 1등이 된 사업도 있고 제자리 걸음인 사업도 있다"며 "선두사업은 끊임없이 추격을 받고 있고 부진한 사업은 시간이 없다. 다시 한 번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특히 "5년 전, 10년 전의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 하드웨어적인 프로세스와 문화는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며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 사고방식과 제도, 관행을 떨쳐 내자"는 고강도 혁신을 주문했다.
이어 "불확실성 속에서 변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시장과 기술의 한계를 돌파해야 한다"며 "산업의 흐름을 선도하는 사업구조의 혁신,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는 기술혁신, 글로벌 경영체제를 완성하는 시스템 혁신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회장은 또 삼성의 미래를 책임질 신사업 발굴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불황기일 수록 기회가 많으며 남보다 높은 곳에서 더 멀리 보고 새로운 기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야 한다"며 "핵심 사업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산업과 기술의 융합화·복합화에 눈을 돌려 신사업을 개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개발과 인재육성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세계 각지의 거점들이 한 몸처럼 움직이는 유기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특히 연구개발센터는 24시간 멈추지 않는 두뇌로 만들어야 한다"며 "또 인재를 키우고 도전과 창조의 문화를 가꾸는데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협력회사와의 상생과 안전에 대한 중요성도 언급했다. 이 회장은 "모든 협력회사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도록 기술개발과 생산성 향상을 도와야 한다"며 "또 지난 한해 크고 작은 사고가 있었지만 삼성의 사업장은 가장 안전하고 쾌적한 곳이 돼야 하며, 지역사회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하례식에서는 이 회장의 신년 메시지가 영상으로 전달됐으며, 사내 매체인 '미디어삼성'을 통해서도 한·중·일·영어 등 4개 국어로 전 세계 임직원들에게 생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