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엔화 약세가 우리 경제를 옥죄고 있다.
엔저현상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아베노믹스 유지 등으로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것이지만 정도가 생각보다 심하다는 것이 정책당국의 분석이다.
지난해 12월23일 1020.58원에 달했던 원·엔 환율은 12월31일 100엔 당 994.29원으로 곤두박질친 후 조금씩 회복되고 있으나 지난 3일에는 1011.12원을 기록하며 1000원대를 겨우 방어했다.
하지만 장중에는 1000원 밑을 오락가락하면서 외환당국과 산업계를 불안케 하고 있다.
산업계는 업종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우리 기업들이 수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마지노선을 평균 1011원으로 보고 있다.
주식시장도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2013년 12월30일 2004.31로 지난해를 마감한 코스피는 새해 개장 첫날인 1월2일 2013.11까지 치솟았다가 3일에는 1963.72으로 폭락하며 '블랙먼데이'에 빠져들었다.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 및 아베노믹스 등으로 엔화 약세 지속
이처럼 엔화 약세가 심화되고 있는 것은 미국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달러 강세와 아베노믹스, 국제사회의 엔저 용인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경제회복을 위해 2008년 11월이후 3차례에 걸쳐 양적완화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말까지 사들인 채권 매입 규모가 3조 달러를 넘어섰다.
연준은 지난달 고용율과 민간소비 등이 호조를 나타내자 월 850억 달러이던 양적완화 규모를 이달부터 740억달러로 줄이기로 결정했다. 대신 기준금리는 당분간 0∼0.25%를 유지키로 했다.
경기회복 움직임을 금융당국이 인정하자 미국 금융시장에는 돈이 몰리기 시작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해 3월 2%대에서 지난달 말경에는 2년만에 3%선에 진입했다.
반면 일본은 엔저로 지펴진 경기회복의 불씨를 살려가기 위해 당분간 돈을 더 푼다는 계획이다.
일본은 본원통화량을 현재 138조엔에서 2014년 270조엔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올해 소비자물가 한계선을 2%선까지 잡고 양적완화정책을 지속할 방침이다. 지난해 11월 현재 일본의 소비자물가상률은 1.5%다.
주목할 점은 일본 정부가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오는 4월 경 소비세를 인상한 후의 후속조치다.
일본은 소비세를 5%에서 8%로 인상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소비가 둔화되면서 경기회복에는 악재가 될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이 돈풀기를 주저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일본 정부가 소비세율 인상으로 인한 경기 악화를 막기 위해 양적완화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아울러 국제사회의 엔저 용인도 우리 경제를 비롯한 신흥국 경제에는 악재다.
미국이나 EU는 일본의 양적완화가 유럽경제 침체로 인한 세계경제 악화를 막는 대안이라며 적극적으로 저지하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해 4월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는 우리나라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통화정책이 디플레이션을 타개하고 내수확대를 위한 목적"이라는 내용의 공동선언문을 택하기도 했다.
◇정부, 오버슈팅(overshooting)은 저지
정부는 외환시장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등을 통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덜어나갈 방침이다. 엔화 약세 자체를 저지할 수는 없지만 주요 통화 가치 변동에 따른 원화 가치 급변은 최소화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외환시장에서 원화 가치가 단기간에 지나칠 정도로 급등하는 '오버슈팅(overshooting)'을 막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기자들과 저녁을 같이 하면서 "환율정책의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면서도 "엔화 약세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바다. 주시하고 있다"는 말로 눈여겨 보고 있음을 암시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엔저로 인해 원화강세가 이어지면 국내 금융시장과 실물시장에 충격이 가해질 수 있다"며 "추가적인 금리인하와 유동성 공급확대를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외화채권 발행 자제, 외환보유액 늘리기 등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특히 대일 수출 의존도가 높은 수출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정책적 배려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 부총리는 "수출자체에서 대일본 비중은 10% 밖에 안되지만 엔저로 인해 타격을 입은 중소기업을 위해서는 미시적인 정책을 통해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분석실장도 "엔저 지속에 따른 중소·중견 기업의 피해가 예상되므로 효과적으로 환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며 "FTA의 활용도를 제고하는 등 비가격 경쟁력을 제고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신 ▲선물환포지션 규제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단기 외화차입에 대한 부담금 부과 등 소위 거시건전성 3종세트는 정책적 부담이 있어 쉽게 시행키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